올리브가 꽃 꺾어주셔서 화병에 예쁘게 꽂아서 아툼이랑 몽이 보라고 놓아주고
밥먹어야지 싶어서 1층으로 내려가는데
불난거 아니냐 저기 연기 뭐냐??
다급한 올리브 목소리에 후딱 뛰어올라와서
휴대폰 잡고 119에 신고를 했다
또 계단에서 넘어질뻔했다..
..소방차 1대가 오긴 왔는데 15분이 넘게 걸리네
그리고 소방차 1대도 힘겹게 다니는 좁은 시골길이라 불길 잡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가건물 창고같은 곳이어서 유독성 연기가 많이 솟아올라 소방관들 고생 많았겠더라.
그리고 소방차 들락거리면 차 좀 다른데 세우거나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소유할 생각을 좀 하지 말라고 인간들아.
진짜 생각이 없어.. 머리는 장식이냐??
왜 소방차 들락거리는데 거길 따라 들어와?? 어차피 골목 끝까지 가지 않으면 차돌릴 곳 찾기 힘든거 알면서!!
아오 진짜 보다보다 성질이 나서..
..4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포클레인으로 잔해 뒤집어 들어올리면서 속에 불길까지 다 잡아낸 것 같은데
누군가의 삶의 일부가 타버리는 모습을 두손 놓고 보기만 해야 했던 시간이 참 무력했다..
그리고 소방서에 신고하면서 우리집 주소얘기하고 여기서 마주보이는 곳이니 일단 어서 출발부터 해주라.. 어차피 여기까지 오는 길에 다시 정확한 주소 알려줄 수 있을 테니 출동부터 해달라고 긴급하게 얘기해도 참..그분들은 침착하더라
기분 참 묘했다..
내일 날이 밝으면 아마 어떤 사정으로 불이 났고
옆집에 피해보상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은 또 이 좁은 동네에 공유되며 돌고돌다 금세 잊혀지겠지만..
오늘 내가 건너편에 서서 불길을 바라보며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어 느꼈던 무기력함은 꽤 오래 잊혀지지 않으리라.
어쩌면 누군가의 삶이 이렇게 순식간에 다 타서 없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너무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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