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ORY

동물권 단체 CARE와의 마지막 인사

경미쌤😍 2019. 3. 1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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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단체 CARE에 해오던 기부를 중단하기로 했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잘은 모르겠다.

한두 달 지나고 보니, 여론이나 언론이 약간 잠잠해진 면도 있고..

과연 CARE라는 단체가 진짜 동물권을 위한 행동과 투쟁을 적절하게 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기다리면서 CARE 홈페이지의 회원들이 의견을 나누는 회원커뮤니티글을 보았을 때

회원들끼리 다투는 모습.

결국은 꿈과 목적은 하나이면서도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내고 방관하며 사람들이 스스로 지쳐 나가떨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누군가의 모습.

그리고 또 어쩌면 회원들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견만 수렴하려는 단체의 모습..

내가 바랐던 시민단체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내부고발자는 전혀 보호받지 못했고,

비윤리적이고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이제는 마치 변질된 페미니즘이나 미투논란처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나 여론이 쾌하지 않은 수준으로까지 퇴보해버린 것 같은데..

놀라울 정도로 잔잔한 그들의 반응이 참.. 씁쓸하다.

 

얼마 전, 결국 고민을 거듭하다 후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어차피 케어가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많았다.

후원하던 다른 단체에 증액을 하면서 케어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물론, 죄책감은 크다.

겨우 몇 만 원이지만, 어쩌면 센터의 보호받아 마땅한 유기동물들이 배고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이렇게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몹시 힘들다..

내가 중단함으로써 피해볼 아이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은 좋지 않다.

그러나, 나 말고 케어랑 함께하는 편협한 또 다른 사람들이 기꺼이 그들에게 동조하며 잘 살리라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케어를 편협한 단체, 케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편협한 사람들이라고 이르는 이유는 케어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봐도 잘 알 수 있으리라.

..대신 다른 곳에 좀 더 투자하고 지지하고 응원하기로 했다.

 

오늘 나는 후원만 중단했고, 향후 후원을 재개할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케어 측에서는 후원을 중단한다는 말에 강제로 회원탈퇴까지 시켜놓았다.

굳이 문자까지 보내서 후원중단은 곧 회원탈퇴임을 알려주더라.

예전에 후원금을 약정할 때 반드시 ‘3만 원 이상을 해야만 하도록 만들어두었던 칸을 보면서

신기하다.. 왜 여기는 후원금 하한선을 정해두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센터 봉사를 가려고 신청할 때도 반드시 후원 물품은 무엇을 가져올 건가요?’라고 묻는 란이 있어서, 그것도 참.. 독특하다 싶었는데..

보통은 어떤 후원 물품이 많이 필요합니다.. 정도로 안내를 하지, 봉사자 당신, 무엇을 가져올 것입니까?..하는 곳은 보지를 못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부받고, 봉사자들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비굴하게 제발 후원 물품을 주세요..라고 하는 꼴도 이상하지만, 맡겨 놓은 물건 찾아가듯이 내놓으라 하는 것도 좀 이상한 꼴 아닌가.

 

센터 동물들 목숨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과 똑같아지는 것 같아서

끝까지 기부를 하려다가 마음이 바뀐 계기는 센터에 봉사가서 겪은 일 때문이다.

 

센터에 봉사갔을 때의 일이다.

한참 설거지며 청소, 빨래개기며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한 직원이 후원자가 보내온 것 같은 박스를 열어보며 말했다.

어휴~ 또 이거 보내왔네. ooo에밖에 못쓰잖아~~ 보내려면 좀 좋은 거 보내지

이런 식의 말.

뭘 정리하다 들은 이야기라서, 정확하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보지 못했고, 어디에만 쓸 수 있다는 것인지 잘은 못 들었지만..

그러니까 전체를 다 아는 것은 아니었고, 전후 맥락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나도 최근에는 우리 아이들 먹이는 간식 시켜놓은 것 가운데서 3~4봉지씩 가지고 갔는데..

그날은 가방에 가져간 간식을 꺼내놓지 않고 그냥 다시 들고 나왔다.

돌아서 나오는데 어휴,, 겨우 이거 가지고 와서 간식이라고 내놓는다?”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 참 못났었다..

그간 내가 가져간 간식과 후원물품들은 과연 어떤 취급을 당했었을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지만, 성급한 일반화는 하지 말자고 꾸준히 다짐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이내 지울 수가 없었다.

 

동물권단체 케어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다른 동물보호단체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윤리적이며, 얼마나 바람직한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믿어보련다.

내가 못하는 일 대신 해 주시는 분들과 인연 맺으며, 나는 또 다시 사람과 동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나갈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소연과 케어,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생각이다.

 

다만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 건 어찌할 수가 없다.

우리 식구 되어 지내던 아이들을 보낼 때마다 기부처와 기부금을 조금씩 늘려왔다. 우리 아이들 무지개다리 건너 잘 지내라고 빌고 또 비는 마음으로.

그래서 동물단체를 지지하는 내 마음은 단순히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기분이라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아프다.



..이런 이야기가 이제 무슨 소용이며, 무엇을 더 믿을 수 있을까.

지난 2월 이 글을 쓰다가 지웠다가 오늘 뉴스에 박소연이 경찰에 출두한다는 기사가 떠서..

생각나서 다시 한 번 적어본다.


부디, 다시는 고통을 안고 태어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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