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 그 이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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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을 하지 않은 대형견에게 개물림 사고를 겪다

 

4살 된 검정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암컷.

견종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리트리버랑 뭐랑 섞였다더니 하여튼 그랬어요.

 

어머니께서 그 개 다른 집으로 입양간 것 같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귀농인이면 많이들 가입해 둔 다음 카페에 데려가라고 분양글이 올라왔다고.

양평에서 단양으로. 멀리도 갔네요.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니, 진짜네..

 

미안해 죽을 지경입니다.

주인이 잘못했고, 내가 잘못한 건데.

개는 잘못이 없었는데.

그 개는 주인이 목줄을 풀어줬으니 본능에 따라 뛰어나와 달려들었을 건데.

그동안 다니면서 별 사고 없었으니, 어쩌면 목줄만 제대로 채워놨다면,

이번에도 아무 일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내가 그때 그쪽으로 산책만 가지 않았어도

어쩌면 그 개는 그냥 태어나서 평소 살았던 그 곳에 그대로 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필이면 그때, 하필이면 그날.

그 후로 한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그곳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개가 없다는 걸 알아도, 못가겠어요.

 

분양 글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아직 한번도 출생경력 없습니다.”였습니다.

출산하지 않은 개지만, 앞으로 출산시키고자 하면 얼마든지 가능해요..라는 메시지겠죠.

그리고 그 카페 ‘가족/동물 분양방’에는 개 분양합니다, 개 분양받고 싶어요..

라는 글이 넘쳐났습니다.

내가 분양받거나 분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영역이었습니다.

어쩌면 모르는 척 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가족은 분양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번에 쌍둥이를 낳았어요. 하지만 둘을 키우기는 힘드니 하나는 분양보내려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자신이 낳은 자식을 남에게 분양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므로 본인이 책임질 수 없다면, 동물이 또 다른 동물을 낳게 하고

그 동물을 남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귀엽고 예쁜 생명체들을 갖고 싶다거나, 그렇게 많이 낳을 줄은 몰랐다는 이유로 그런 무책임한 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도 겪어봤어요.

우리 집 개들이 예쁜 강아지 낳아서 데리고 다니며 함께 살아가는 장면을 상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딱 한 마리만 낳는다면, 그러면 새끼를 낳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5마리쯤 태어난다면 누구를 내가 거둘 것이며, 누구를 남에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면, 중성화를 해야만 했어요.

오설이와 오돌이를 데려올 때 이미 얘네 말고 또 다른 강아지들을 더 키울 여건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차우랑 담비가 집에 온 걸 보면, 품을 수 있는 강아지들의 수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때의 상황과 가족의 동의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식구가 3명이니 책임질 수 있는 개도 최대 6마리 정도라고 봤습니다. 동시에 목줄 잡고 산책갈 수 있는 건 팔이 2개니까 총 6마리.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고민을 거듭하다 중성화를 했고.. 우리 집에 오는 모든 개들은 미안하지만 거기까지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중성화도 인간중심적인 이기적 행위이고, 본능을 제거하는 셈이니 강아지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제 깜냥이 거기까지였어요.

 

옛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차우는 암컷이지만, 중성화 된 차우차우라서 누군가가 분양받아갈 생각이 없었대요.

새끼를 낳을 수 없는 암캐는 그다지 경제적 가치가 없으니까요.

안락사라도 해서 처리하겠다는 얘길 듣고, 그래서 처음엔 짠해서 데리고 왔는데,

지금은 짠한 마음보다 사랑스러운 마음이 더 큽니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꼬리도 안 흔들던 아이가 이제는 꼬리도 흔들고 앞발 들고 반길 줄도 알고,, 다컸어요.

머리 만지면 고개를 푹 숙이고 더 쓰다듬으라고 요구할 줄도 알게 됐습니다.

개물림 사고 이후로 우리 사이가 더 찐해졌어요..

 

한숨이 납니다. 검정 리트리버 저 녀석도 어쩌면 어딘가에서

새끼낳는 기계처럼 살게 될지도 모르고..

그래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사고 이후로 그분이 개 목줄 더 잘 채우고, 가끔은 산책도 다니며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개를 좀 더 관리해주기를 바랐는데..

 

가해견주에게 차우 병원 치료비 60여만원과 내 병원비 몇 푼을 돌려받았습니다.

100만 원도 되지 않는 그 금액이 통장에 입금됐을 때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그랬어요.

차우 수술비는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하고

한 마을에 살 건데..라는 주변 어른들의 조언을 수용하여

차우가 다친 건 눈 하나 감고 모르는 척 하기로 했거든요.

나는 무능한 주인이었어요.

그래도 매일매일 짧은 산책 여러 번으로 차우의 산책욕구를 채워주고 있고

수술을 못해주는 대신 얼마짜리 간식으로 미안함을 보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물림 사고는 가해견과 피해견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고

가해견주 역시 경제적인 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물론 저는 넘어질 때 어떻게 넘어졌는지..

좌측 허리랑 어깨 인대가 늘어났다는데 강의할 때 불편해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어요. 운동 부족이죠 뭐. 순발력있게 넘어졌으면 안 다쳤을 텐데.

몸이야 그냥 대강 살면 살아지는데, 마음이 다친 건 두고두고 계속 기억이 되살아나요..

기억상실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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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을 채워라, 입마개를 해라.

산책할 때는 주인이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을 하라.

만약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졌거나 덩치가 큰 개라면 애초에 키울 생각을 하지 말라.

그리고 개를 멋으로 키우지 말라.

..요즘 유명한 개 전문가들이나 TV프로그램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개는 잘못이 없어요. 사람이 잘못이지.

 

개 한 마리를 집으로 들였을 때는 최소한 15년은 같이 살 생각을 하고,

몸집과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마다 한 달에 사료값, 심장사상충과 외부구충제 등 약값, 간식값, 때때로 묵줄값 등 보통 들어가는 돈이 10만원은 될 겁니다.

가끔 병원 가면요 몇 십은 우스워요. 몇 백도 깨지는걸요.

돈 없으면 개 키우지 말라는 말, 그것도 맞아요.

 

게다가 직모는 털도 미친 듯이 빠져요. 오설이도 지금 살짝 잡고 뽑으면 한 뭉치가 뽑히니까 청소도 자주 해줘야 하고, 털도 빗어줘야 하고.. 털날림 장난 아니거든요.

오설이가 털갈이 피크일 때쯤 오돌이 털갈이가 시작되고요. 둘이 교대하듯이..

곱슬거리는 담비도 털이 안빠지는 건 아니랍니다. 보글보글 털부자예요.

청소기 아무리 돌려도 가끔 음식에 개털 있는 경우도 있고요,

옷에 털 붙은 건 뭐 100% 떼어낼 생각을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해요.

 

귀엽다고, 예쁘다고 쉽게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잠깐은 귀여워요.

그치만 시간이 지나면 개도 늙어요. 인간이 늙으면 추해지듯 개도 그래요.

못 걷게 되거나, 눈이 안보이거나, 배변을 못가리거나..

그리고 병원신세 똑같습니다.

물론 아파도 내 강아지는 예쁘고, 늙어도 내 강아지는 여전히 이뻐보였지만..

내 시간보다 빠른 시간을 사는 동물들과 함께 하는 건 감사하면서도 슬픈 일이었어요.

한 번 이별하고 나면, 다시는 개 키우나봐라 다짐을 한다는데

난 멍청해서 또 강아지를 키우고 정을 주고 삽니다.

그치만 유난 떨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번에 사고난 날

가해견주분이 워낙 안하무인으로 나와서 경찰을 불렀던 일 때문에

마을에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겨우 그런 일 가지고 경찰을 부르냐”는 이야기를 했답니다.

앞에서는 다쳤다더니 괜찮냐, 병원은 다녀왔냐,, 그렇게 걱정하는 척 하던 분들이

뒤에서는 개가 물었다고 경찰을 부르냐,, 그렇게 “씹어댔대요.”

뭐, 입을 나불거리는 분들 사이에서도 입 다물고 있다가 당사자에게 말 옮기는 분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전해들었어요. 그렇게 “씹어댔다”고.

시골 사람들이라 순박하다,,는 믿음 같은 건 이미 양평에 들어온 10년 동안 없어진지 오래이기 때문에 저런 입놀림에 그다지 큰 충격을 받는 건 아닙니다만.

노인들이고 저보다 배움은 짧아도 연세는 있으신 분들이라 삶의 연륜이 곧 배움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배워서 알았다고, 제가 그들을 가르칠 수는 없잖아요.

목줄 없는 큰 개가 사람을 밀쳐내고, 23kg짜리 개를 물고 흔들 정도로 큰 개가 달려들었는데, 개주인은 그 장면을 보고만 있고, 목이 쉬도록 제발 개 좀 잡아달라 외치는 사람 앞에서 심지어 목줄을 잡았다 다시 놓으면서 누가 자기 동네 오라고 했냐는 기가 막힌 소리를 했을 때, 당신들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여전히 이 동네에는 덩치 큰 개들이 많습니다. 언젠가 당신들이나 당신의 손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었을 때 그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역지사지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들 앞에서 직접 말할 수 없는 입장에서, 여기에서라도 하고 싶은 말 한 번 해 봅니다.

역지사지해보라고요,

 

주저리주저리..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해서, 말이 많았습니다.

부디 단양으로 간 리트리버가 좋은 이름 얻고, 좋은 주인 만나서,

학대받지 아니하고, 아플 때 치료받아 건강하게 주어진 수명 누리다가 떠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나와 우리 강아지들 역시 지금만큼만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나의 행복을 깬다면, 미련하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며, 어떤 존재라도 가만히 두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오늘 산책길에도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이 선선했으며, 여름 날씨지만 덥지만은 않았습니다. 매일 매일 산책길을 반복할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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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쓴 글이고, 오늘은 비가 왔다.

날이 습하고 개구리 소리가 요란한 날이다.

잘 살자.. 올해도 잘~살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