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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미논술CLASS[#논술언니]/숭세단광가경인아&여대etc.

[조경미 논술] 가톨릭대 2021 수시(B) 기출 분석

로고스논술구술학원 명문대 논술팀장 조경미입니다.

 

추석특강 중 있었던 일을 남겨볼까 해요.

'로봇'이나 '윤리' 주제가 가톨릭대에 빈출되는 편이라 반복적으로 유사 주제를 좀 다루며

추석 4강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한 학생이 (나) 지문을 분석하는 데 과도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그랬더니 자기는 유럽의 노동법에 관심이 많은데,  (다)와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가 없대요..

 

로봇이 아무리 기업에게 효율적으로 이윤을 얻게 하더라도

인간 노동자를 로봇 노동자로 대체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우선 제시문 (다)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밑줄 친 부분이에요.

아디다스에 600명의 인간 노동자가 하던 일을 로봇이 이어받았기 때문에

인간 노동자는 겨우 10명만 남아 있고, 그렇다면 590명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 해고되었겠죠? 대체되었을 테니까요.

인간은 지쳐요. 노동하다 쉬어야 해요.

그러니 노동 시간이 8시간이라면 온전히 8시간의 효율을 내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로봇 얼마나 좋습니까? 8시간이면 8시간, 12시간이면 12시간 온~~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일하는데요!

그래서 '실리콘 칼라'로 불리는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면서 인간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감이 커집니다.

대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용할 때 임금 갈등도 방지하고

노동권 같은 걸 요구할 일이 없는 로봇을 채용할 수 있으니..

초기 자본만 좀 투자하면 로봇이 일했을 때 효율성이 참 높겠지요? 

 

(다) 최근에 로봇이 기업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은 전 세계 26개 배송센터에 물류 로봇을 10만 대 이상 채용했다. 사람이 하면 1시간씩 걸렸던 일들을 단 15분 만에 해치운다. 아디다스도 로봇 공장 ‘스피드 팩토리’를 2017년 독일에 만들었다. 600명의 인간 노동자가 하던 일을 로봇이 이어받아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 인간은 10명뿐이다. 사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런 노동력 대체에 대한 인간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다음 문단이에요.

로봇이 이제는 자율살상 기능을 갖춘 무기도 개발하게 될 거래요.

제시문에서 다양한 무인 무기나 무기용으로 개발된 첨단 도구들을 언급했고요.

그러면 우리는 생명에 위협을 받을 겁니다.

언젠간 총을 든 인간이 아니라 총을 든 로봇이 날아다니며 특정한 타겟을 조준사격할 수 있다면

아주 효율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네요. 

 

로봇은 이제 인간 일자리 대체를 넘어 생명까지 위협한다. 각국에서는 무인 전투기, 무인 함정, 무인 탱크 등 자율살상 기능을 갖춘 드론 무기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영국의 스텔스 무인기 ‘타라니스 드론’은 마하 1의 속도로 적진에 침투해 2개의 미사일을 투하하는 시험비행을 이미 2015년에 성공적으로 끝냈다. 미 해군의 무인 함정 ‘씨 헌터’는 승무원 없이 수천 킬로미터를 항해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제시문을 읽었다면 로봇이라는 발달된 과학 기술의 결과가 

인간에게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일자리 상실'이나 '생명 위협에 대한 걱정'을 낳을 것이다..

이렇게 읽어야 마땅해요.

 

그런데 이 아이는,

"선생님, 유럽은 노동법이 강력하니 590명이 바로 짤릴 수는 없어요. 법이 노동자를 보호할 거예요"

라든가,, 

 

"선생님, 기계들이 전쟁 무기로 쓰인다고 해서 무조건 사람을 죽일 거라고 어떻게 생각해요?

그리고 전쟁 무기로 군인을 죽일 수도 있잖아요. 그건 옳지 않아요."

..라든가..

 

그래서 제가 사과를 했어요. 

"미안하다. 너 같은 아이에게 논술은 어떠한 답이 있으니,

이 내용을 꼭 써야 한다고 가르칠 수밖에 없어서.."

 

일단 대학 들어가서, 그 다음에 네가 생각하고 싶은 분야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으면 그땐 마음껏 토론하고 즐기라고..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논술은 시험이에요. 

고사 일정 이후 채점의 효율성도 고려해야 하고, 학생들을 줄을 세워야 해요.

답안 완성도에 따라 평가하고 1등, 2등,, 점수를 채점하여 순위를 매겨야만 해요. 

 

그런데 이 아이처럼 제시문을 논제의 지시 사항에 따라 수용적, 혹은 비판적으로 읽을 준비는 덜 되어 있지만..

대신 배경지식을 쌓는 독서를 다분야에서 했거나,

어떤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과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가진 아이들에게 '답'이라는 걸 알려주고 

문제 풀이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지금이 좀 속상했습니다.

 

마지막 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어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가.. 대학을 보내는 게 옳은가..

대학에 가는 건 그럼 의미는 있는가.. 뭐 그런 생각이요.


예시 답안이에요.

한번 읽어보고, 가톨릭대 지원자께서는 이렇게 답안을 작성하면 좋겠구나..라고 생각해주세요.

 

[실전 문제 2] 예시 답안

()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당면할 수 있는 위기에 대해 설명한다. 이기적 동기에 의한 무한 이윤추구 활동이 규제되지 않으면 과학기술은 경제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으며, 이 논리가 국제관계를 지배한다면 인류의 생존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 논지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들은 인간이 하던 일을 생산성이 높은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윤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위해 기업이 로봇을 도입하는 현상이 확대되면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둘째, 로봇은 인간의 노동력 대체를 넘어서서 국가 간 전쟁에 이용될 수 있는데, 이미 많은 국가들은 예전의 무기 수준을 뛰어넘는 최첨단 살상무기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의 논지를 이용하여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면, 인류의 위기는 자유방임 경제체제가 아니라 우리의 도덕적 힘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 또한 과학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실현해야 한다. 이것은 또한 도덕적 힘이 발휘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593)

 

Education sows not seed in you.

But makes your seeds grow.

- Khalil Gibran -

 

올해 수시 원서 상담 기간 내내 제 자료집에 써 두었던 경구입니다.

 

....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능력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