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3 - 2017. 3. 4
아툼이 나와 함께 해준 길지 않은 시간
너무 이르게 데려간 신을 원망하는 시간이 지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세상에는 '펫로스 증후군' 같은 표현이 어느 정도는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내 강아지가 내게 아들이라 여겼을 때를, 이 시대에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만큼 세상이 변했다.
그러니 넌 너무 일찍 떠난 것이다..
아툼이 떠나고 나에게는 새로운 식구가 생겼고,
또 다른 식구가 떠나는 일도 있었다.
경험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 것이며,
시간은 약이라는데 이별은 생각보다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항상 3월이면 힘든 시간이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툼 이야기를 하다 울었다.
울지 않은지 오래된 것 같은데, 아직도 운다.
끝나지 않은 그리움 때문에 정기적인 행사처럼 오늘도 외장하드를 꺼냈다.
내가 너를 그리워한다,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 너무 빨리 떠나보낸 내 무책임에 미안하다,
나는 남은 생을 어쩌면 아툼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지우지 못하고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보고, 또 다시 봐도 어쩜 이렇게 예쁜지,
세상 가장 귀해하고 아끼는 존재를 너무 쉽게 빼앗긴 것 같은 그 서운함이 너무 크다.
원망의 대상이 없으면, 결국에는 나를 원망하게 된다.
아직도 내가 자라지 못했구나,
아직도 이별의 과정을 지나고 있구나..
내년 이맘때는 조금 괜찮아질까.. 하면서 살아야겠다.
다시 봐도 소중한 선물이었던 너를, 나는 오늘도 사랑한다.
혹시 다른 곳에 태어났다면 지나가다 나 한번만 봐주라.
만약 다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에게 아이로 주셨으면..
보고싶다.

추운 겨울,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겨울 바다에서
아툼, 나나, 몽은 열심히 뛰었고, 나나랑 몽이는 돌아왔는데
끝까지 해찰하던 아툼은 마지못해 돌아왔다.
자유롭게 실컷 뛰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어.
마을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서 한강 나가면 눈이 거의 새거였어.
우리는 그래서 눈내린 겨울 아침, 일찍 종종 한강으로 나갔지
지금도 눈이 많이 내리면, 그 아침 추운 기운이 왜 그렇게 상기되나 몰라..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하울링ㅎㅎ
소리가 들어있는 영상을 남겨두어서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그리고 아툼아 겨울이면 네 목에 걸어주던 손수건은 아직도 언니 품에 있다..
수년 전 강의 과정에서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것을 새겨들어준 한 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후,
'선생님처럼 사랑으로, 노견인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어요. 그리고 진짜 입양했어요'라며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이제는 너무 늙어서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해야 하나,
아프고 불편해도 감수하고 지내게 해야 하나,
고민이 너무 많다며 연락을 해 왔다.
선생님은 이별을 어떻게 극복했냐며,
자기는 '행운'이와 헤어질 수 없을 것 같다며 걱정을 했다.
..어쩌면 행운이가 떠났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시간을 지나게 될 거야.
그렇지만 행운이랑 함께 했던 시간, 공간, 냄새, 눈빛, 소리, 그 모든 것이 결국에는 또 동반자가 될 거야..
근데 쌤이 보니, 행운이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살겠더라!
현주야, 행운이 때문에 네 삶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행운이는 너로 인해 온 세상이 바뀌었을거야. 넌 잘 해왔고, 지금도 행운이의 주보호자로서 잘하고 있어.
진짜로 잘 지내고 있으니까 떠난 후를 걱정하며 힘들어하지 말고, 소중한 지금을 살아.
근데 사실 나 아직 이별을 극복한 적이 없다요..ㅎㅎ
쌤이 어른인 척하며 조언했지만 나 실은 아직도 이별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

반려와의 이별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음, 그래서 나만 이상한 게 아니므로, 위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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