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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논술언니 Archive
[논술언니 생각] ADHD 학생의 논술 답안, 합격할 수 있을까?! 본문
안녕하세요.
대치동 논술언니 경미쌤입니다.
최근 몇 달간 고민해오던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한 부모님과 상담을 했어요. 처음엔 얼굴도 본 적 없는 아이에 대해 통화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편견을 가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래도 애는 애라..ㅎㅎ 그냥 애잔하더라고요.
"아이가 정서적으로나 성적 면에서 약간 문제가 있다, ADHD도 있고, 우울도 있고, 약도 먹고 조절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수능으로는 답이 없는데, 성적을 낼 수 있을 만큼 집중해서 뭘 못한다.. 그런데 수능이 안 되는 애가 논술이 되겠나 싶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어서 수시를 6장 날리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소개를 받았다. 논술을 해도 되겠느냐."
제 응답은 이랬어요.
"냉정하게 말씀드려서, 쉽지 않습니다. 다만, 노력하면 안 될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들 약먹으면서 공부도 하고, 약의 양을 조절하면서 생활하고 있고, 저희 반에도 다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익숙합니다. 무조건 합격한다고 약속드릴 수는 없지만, 아이가 수업을 들어보고 해보겠다 하면 대면 첨삭을 통해 개인지도하는 시간에 아이를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다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나 자신”을 위해 미술심리 공부를 했어요.
반려동물들을 떠나보내며 상실감과, 때로는 위로가 필요한데 그것도 모르고 일에 빠져 사는 일중독자가 되어 삶의 주체성을 잃어가던 때, 해금을 배우거나 미술심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엔 아이들에게 마음치료를 위한 미술심리학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에요. 너무 불쌍하고 애처로워서요.
근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 깜냥에 맞는 것이어야 하니까, 나름대로 뭘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심리 분야의 그림 분석으로 학생의 특성을 파악하고, 논술 답안 작성하는 성격과 연관지어 원서 접수를 조언하는 것. 언젠가는 구현해볼 수 있겠지요.
사실은, 저도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분노조절 장애? 성인 ADHD? 우울과 조울? 뭐든 저도 문제가 있겠죠.
요즘 문제 없이 어떻게 살아요.. 그렇지만 운동으로 조절하고, 동물과 교감하면서 저는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우리 애기들은요.. 히유..
하여간 각설하고, 오늘은 ADHD 문제에 대해 생각을 펼쳐볼까 해요.
제가 최근들어 대면 첨삭을 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요즘 말이 정리가 안 되어 진짜 말이 많은 것 같아 보이는 아이들이 꽤 다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실제로 핵심 내용은 정말 짧아요.
예를 들어, "제가 답안을 쓰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었는데, 그 생각을 하다보니 답안을 쓰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답안을 쓸까말까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 쓰다보니까 이렇게 써졌고, 그래서 쓸까말까 고민이 들었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았을지 말을 해볼까 고민을..."
..ㅎㅎㅎㅎ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죠~!? 저도 막 썼어요. ㅋㅋㅋ
이렇게 진짜 생각나는 대로??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을 끊지 못하고 그냥 쭉~~~~쭉~~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오면 그냥 쭉~~~ 이야기를 해요.
있잖아요..
아이들이 많이 아파요.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할 수가 없고, 공부를 하고 싶은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나 에너지가 없고..
수능이든 논술이든 뭐든 잘 하고 싶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은 있는데 마음대로 안 되니 성질도 나고..
게다가 순간순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해야 해요. 욕구를 억제하는 법을 잘 모르겠거든요.
게다가 선생님이 뭘 설명해도 그걸 들을 때 생각하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으면 거기에 빠져들어요.
그래서 쌤 말을 잘 안 들어요. 제 말을 듣다가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맥락없이 갑자기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던져요.
몇 년 전, 제가 이런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땐, 진짜 “읭?!”하는 반응이었어요. 와.. 뭐지?? 왜 내 설명을 안 듣지??
1시간을 연습문제 풀면서 설명해줬는데 왜 내 설명을 안 들은 아이처럼 답안을 썼지???
내가 설명할 때 쳐다봤는데, 나랑 눈맞추면서 분명히 설명들었는데.. 뭐지?!?! 싶었어요.
물론 요즘에도 많아요. 방글방글 웃으면서 연습문제 풀 때 다 들어놓고, 나랑 눈 맞추고 끄덕이고 해놓고..
막상 나중에 물어보면 몰라요. 모른대요. 못 들었대요. 하... 화딱지가 나서 ㅋㅋㅋㅋ
그러다가 약밍아웃ㅎㅎ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됐어요. 제가 먼저 “너 어디 문제 있어보이는데 약 먹니?!”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전 의사가 아니니까요. 다만, 딱 한번 위험해보이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때 병원 한번 가보는게 좋지 않을까??
몸이 아픈 것처럼 마음도 아플 수 있으니까.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건 겨우 들어주는 것뿐이지만, 병원에서 의사는 그래도 나보다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 친구가 병원에서 상담을 하고, 약을 받아 먹고, 잠을 잘 수 있게 되고, 부모님과의 관계와 친구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조금 조절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성적도 향상되고 논술로 대학에 합격도 합니다.
물론 약이 좋은 건 아닐 수 있지만, 꼭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계기였어요.
근데 요즘엔 이야기를 나누며 래포형성이 좀 됐다 싶으면 “쌤 저 사실 우울증 약 먹어요”라든지 “쌤 저 adhd라서 약 먹어요”라든지, 그래서 “약 때문에 졸려요”라든지.. 때때로 수면 장애로 약을 먹는다든지..
그런 얘기들을 들어요. 근데 들입다 이런 약을 먹는다는 표현을 하는 것도 ADHD의 증상 중 하나라 하더라고요.
이런 약밍아웃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그러면서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많이 알려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주의가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하거나, 충동성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에요. 예전엔 아동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요즘엔 청소년, 성인도 꽤 많이 진단받는 듯해요.
기본적으로 주의 집중력이 유지되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요.
제가 아이들을 보면, 120분 동안 답안을 쓰는 건 턱도 없어요. 30분도 안 돼요. 그러니까 이 친구들에게는 짧은 답안 쓰는 학교 위주로 추천을 좀 하게 됩니다. 대신 단기간에는 집중력이 충분히 있으니까요.
답안도 짧게 쓰는 단기 집중력이 좋지만, 제시문 역시 너무 긴 것보다는 적당히 짧은 곳에서 차라리 단타 치는 연습을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어차피 세심하게 쫀쫀한 글을 쓰거나 읽는 걸 길~~게 하기 힘드니까요.
그리고 행동 자체가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책상 주변이 어수선하고, 요즘엔 '키캡'이나 '말랑이' 같은 손가락 움직이며 만지작거리고 있을 만한 어떤 물건들을 애착 장난감처럼 갖고 다니는 아이들도 꽤 보여요.
참, 제가 예전에 대성에 있을 때 학생 하나가 책상에 인형을 여러 개 앉혀 두고 공부를 했어요. 그때 제가 인형 만져도 되냐고 묻고 머리를 잡고 들었더니, '몸통을 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인형 자기가 키우는 아이인데, 걔가 앞에 앉아서 자기를 바라봐주면 심리적 안정이 된다고. 공부하기 힘들 때는 걔를 쓰다듬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남학생이고, 캐릭터 인형이어서 주변에서는 그 친구를 '오타쿠'처럼 보았지만, 저는 그게 애잔했었거든요?
그래서 그 인형 이름불러주면서 너에게 이 친구가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다..라고 반응했을 때, 그 아이가 활짝 웃었어요.
그리고 참고로, 서울대 사범대 갔습니다. 개인 정보니까 학과는 말하지 않을래요. ㅎㅎ
아마 지금은 선생님이 되었거나, 어쩌면 즐거운 자신만의 삶을 즐기고 살고 있을 거예요.
만약 아이들이 마음을 기댈 곳이 필요해서, 캐릭터 인형이든, 말랑이든, 키캡이든 뭐든 만지작거리고 있어야 한다면,
저는 허용해요. 좋습니다. 괜찮아요. 그렇게라도 힘이 된다면 이 고된 입시 과정에서 그래도 괜찮아요.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요.
글쓰기 시간엔 제가 첨삭을 하느라 밖에 있는데 가끔 옆에 있는 애가 딸깍거린다고 제보해주거든요..
어쨌든, 지금 제 정규반에도 우울증, 조울증과 더불어 ADHD와 같은 '신경다양성' 증상을 가진 학생들이 많아요.
근데 논술 합격할 수 있을까요??
첨삭할 때 저랑 눈맞춤 한번을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말을 못하고 질문을 써 온 답안지 한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아이도 있고,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도 있고,
말없이 우는 아이도 있고, 말똥말똥 쳐다만 보는 아이도 있고..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있는데요.
노력해보겠습니다.
어떤 성적이라도 최저가 없든, 최저가 있든, 본인이 9월 모평 성적을 참고했을 때, 수능에서 받을 수 있는 예상 성적을 고려하여 수시 원서 접수를 전략적으로 해서 합격할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 지도할게요.
근데, 부모님들께서도, 학생들 스스로도 알아주었으면 해요.
논술도 시험이에요. 다만, 수능처럼 전국의 학생을 무조건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각 대학마다 논술 유형이 다르고, 문항 수가 다르고, 글자수가 다르고, 시각 자료가 출제되는가의 여부가 다르고, 고사 시간이 다르고, 그래서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요.
인문논술을 치르는 약 32개 대학 중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조금 더 유리한 논술이 있을 수 있고, 덜 유리한 논술이 있을 수 있어요. 그걸 확인하는 과정을 우리는 지금 거치고 있는 중입니다.
전략적으로 합격할 수 있도록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전략으로 접근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힘내주세요.
저희 학생들 답안 중에 찍어본 건데요.
공통적인 문제가 보이시나요?
띄어쓰기를 한 칸을 해야 하는 지점에서 두 칸씩을 띄어쓰곤 해요.
그리고 자기들이 그렇게 썼는지 몰라요. ㅋㅋ
물론!! 두 칸 띄어썼다고 다 ADHD는 아니에요!!! 실수도 있어요!





원고지 칸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지켜 쓰는 것 자체가 ADHD와 같은 집중력 장애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겪는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연습하면 돼요.
물론 앞서 얘기했지만 두 칸 띄어쓰기를 했다고 다 ADHD는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죠. 그런데 다수 있다고요.
그러나, 문제가 있는 학생들도 분명히 연습하면 됩니다. 진짜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도, 사회적 관계맺음에 어려움을 느껴서 대면첨삭 받는 시간도 힘들게 느껴지더라도, 긴 제시문을 읽거나 긴 글을 쓰거나, 오랜 시간 집중하는 게 어렵더라도. 연습하면 됩니다.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쌤이 옆에서 챙기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마음의 문제나 신경다양성의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내 새끼들 모두, 합격할 수 있어요.
재수없이 합격합시다.(재수생은 삼수없이 합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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