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2010 수시

2010학년도 수시모집 언어논술에서 출제된 제시문은 노동에 관한 글들이다. 본 논술문제에서는
친숙하고도 익숙한 노동의 의미를 다루면서, 독해력과 분석력, 종합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
다. 제시문의 종류도 권위 있는 고전, 교과서에 실린 글, 철학 및 역사서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기에 노동에 관한 입체적이면서도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다. 이런 제시문
들을 통해 노동의 근본적 의의를 비롯하여, 사회 및 기술문명의 발전에 따른 노동 형태와 의미의
변화 등에 대해 종합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려고 했다. 나아가 여성의 직
업 활동 및 노동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정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쉽게 답할 수 있는 주제이므로, 노동에 관한 보다 깊이 있는 사고와 다양한 관
점을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이 되는 제시문과 문제들이다.

 

제시문 [가]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서 가져온 글로, 나태하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는 삶의 태
도를 권장하고 있다. 근면한 노동을 통해 식량 비축에서부터 위엄과 명망의 획득에 이르기까지 긍
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낙관적 어조로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 [나]는 피터 모린의 시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 글은 산업사회가 진행되면서 노동자가 사물
화되고 소외되는 현상을 포착하고 있다. 인간이 노동의 전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기계의 부속품
처럼 취급되어 기쁨과 보람을 얻기 힘들게 되는 노동 상황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 [다]는 정약용의 『기예론』중 일부로 고등학교 국어(상) 교과서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 글
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노동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업, 방
직업, 군사 및 의술, 건설 분야 등 사회 전 분야에서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노동력은 절감되면서 그
효과는 증대된다.
제시문 [라]는 『장자』「천지편」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 글에서는 기술을 이용하여 일의 편리함
만 추구하다 보면 인간의 정신적 수양을 그르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람의 진심을 담아 일할
때 노동의 진정성이 발휘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으로, 기계 및 기술이 개입될수록 노동의 본질이 훼
손된다고 보고 있다.
제시문 [마]는 마리 크리스틴 드부르그의 『인간과 노동』에서 가져온 글인데, 인간이 노동을 통해
경제적 안정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 사회적 승인, 인격의 가치 확인 등 내면적인 의미도 얻게 됨을
보여준다. 실업 상태나 취업 준비 중의 어려움은, 노동을 통한 자아의 확인 기회를 상실한 데서부터
비롯된다.
제시문 [바]는 필립 아리에스가 편집한 『사생활의 역사』중 일부로, 19세기에 남성 활동의 공적
영역과 여성 중심의 사적 영역이 확실하게 분리되면서 가정이 도덕적 순화의 기능을 맡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이 공적 직업으로서의 노동 기회를 얻기는 어려워졌던 것이다.
제시문 [사]는 박완서의 『서 있는 여자』중 한 부분으로, 대졸 여성의 취업 문제, 직장에서의 대
우 문제, 결혼과 직업의 양립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다. 특히 여성 내에서도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사이에는 여성 노동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시문 [아]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중에서 발췌한 글로, 인간의 노동은 동물의 노동과 달리 목
적과 의지에 따라 그 결과를 지향한다고 논의하는 부분이다. 기계적이거나 표면적인 상태에 머무르
지 않는 인간 노동의 본질은, 인간 고유의 정신적 가치가 발휘될 때 확인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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