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일곱이와의 작별
먹을 것을 챙겨줄 때
아리 일곱이는 항상 뒤에 있었다.
다른 아리들은 사료도 먹고, 과일이랑 채소도 가열차게 먹을 수 있었지만
일곱이는 사료랑 물에 말아주는 밥 말고 다른 건 잘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때매 내가 밥 남겨서 물말아주고, 어제 밤에도 사과 자잘하게 잘라줬는데..
태어날 때부터 부리가 틀어져 뭔가 먹을 때 제대로 먹지 못하는 녀석.
그래서 정도 더 가고, 애잔해서 아픈 손가락이었는데,
결국 오늘 일곱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리들의 세계도 냉정하다.
한 손에 들어가는 작은 병아리였을 때는 그나마 덜했는데..
아리 일곱이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작은 크기로 지내는 동안
나머지 아리들은 덩치가 비교할 수 없이 커져서 일곱이를 쪼아댔기 때문이다.
물론, 일곱이 부리가 틀어져서 사료 먹을 때 입과 목 주변에 묻으니까 그거 쪼아먹으려고 쪼는 것도 있었지만,,
요즘 서열 다툼인 건지 아리들끼리 달려들어 싸우는 통에 일곱이도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그래도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지내왔는데..
5개월 동안 어느 하나 죽지 않고 잘 자라주어 고마웠는데
더 살아주지..싶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리 일곱이는 뽀빠이가 집 뒤쪽 산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고 한다.
아리 일곱이는 부디 다시 태어나지 말고, 하늘나라 어딘가에서 보통 병아리로 다시 살며 마음껏 날갯짓하고 지내라..
장애를 가진 동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일곱이와 나나를 보며 안다.
불쌍한 내 닭시키.. 잘 큰다 싶었는데..에휴..
그리고 장애 때문에 뒤처지는 아이들에게 더 정이 가는 마음은 어찌할 수 없더라.
이렇게 일곱이 보내고도 아마 또 조만간 치킨을 먹겠지만, ..못먹겠다..어휴..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언제나 아프다..
곧 파이널이라 정신없이 강의준비하다, 내가 또 너와의 이별에 시간이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