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핸드]가 맺어준 인연_유기견에 파양까지 됐던 우리 <담비> 입양기
오늘은 담비 입양 과정에 대해 기록해놔야겠다..
담비도 오설이랑 오돌이처럼 포인핸드에서 유기견 공고를 보고 만난 녀석이다.
아툼을 사고로 보내고,
오설이와 오돌이를 입양하고,
또 몽이를 사고로 잃고,
오랜 시간을 자책하고 힘겨워했다.
그러면서도 아툼이나 몽이를 닮은 아이를 만나기를 바랐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아툼과 몽이를 쏙 빼닮은 아이를 누군가 보내주시기를.
아툼이나 몽이가 다시 태어나 내게 오거나,
자기들 닮은 아이를 보내줬으면..싶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나나에게 또 다른 강아지가 벗이 될 수 없을 수도 있어서
걱정도 했다. 눈이 안보이고, 늙어서 운동량도 많지 않으니..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건 나나에게 부담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여러 슈나우저가 입양공고에 떴고,
망설이는 사이 누군가는 안락사, 누군가는 입양, 누군가는 병으로 사망 처리가 되었다.
담비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며칠을 두고 보고, 또 다시 보고, 다시 앱을 닫고, 또 다시 앱을 열고..
밤에 잠들기 전 며칠을 보고 닫고, 보고 닫고..
엄마, 아빠는 강아지...소리 할 때마다 있는 녀석만도 많다, 또 정떼면서 힘들 텐데 그러냐..
그래도 네가 좋다면 데려 와라, 어쩜 이러고 몽이를 닮았냐,
아니다 아툼 닮았다.. 그러면서 엄마 찬성, 아빠 찬성.
담비를 데려가겠다고 전화했더니, 입양 대기자가 하나 있단다.
그쪽이 입양을 포기하면 내게 연락주겠다고 하여 번호를 남겼다.
그러나 그쪽에서 입양을 했다..
나랑 인연이 아니었겠거니.. 잘 살겠거니..
며칠 후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입양한 사람이 파양하고 싶어하는데, 데려갈 수 있겠냐.
..그러나 그 전화를 받던 날, 우리 집에는 차우가 들어왔다.
마을에 살던 한 노부부가 이사 나가며 차우를 못 데려가니 누군가 키워주기를..
안되면 뭐 안락사라도 시켜버리겠다..는 소리까지 듣고 나서
우리는 덜컥 중대형견인 차우를 데려왔거든.
부모님과 대화가 필요하니 내일 연락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데려가겠다고 했더니,
그쪽에서 자기 지인에게 준다더라며 걱정은 되지만 누군가가 키운다더라..고 전했다.
진짜 혹시나, 만에 하나 그쪽에서 키울 수 없게 되면 행여나 버리지 말고 내게 전화달라고
꼭 그쪽에 내 번호를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내게 그쪽 번호를 줄리는 없으니까.
그리고 딱 2주쯤 지나, 개 좀 데려다 키워달라는 문자.
분리불안이 너무 심하다, 물건을 다 물어 뜯는다..등등
내일 데리러 가겠다니까 오늘 데려가달라.
나 11시에 집에 갑니다.. 그럼 데려다줄게요.
먼 길을 달려 우리 집 앞에서,
내 품에 안겨 자기를 놓고 가는 사람들의 차 뒤꽁무니를 한없이 보고 있던..
담비는 그렇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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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담비에게는 주인을 찾아주고자 하는 노력을 해 주었던 다른 분이 있었다.
포인핸드에서 이렇게 글을 써서 여러 차례 주인을 찾았는데..
결국 담비는 원래 같이 살던 사람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슈슈, 중간엔 요미, 지금은 담비.. 불과 한 달도 안된 사이에 이름이 세 번 바뀌었다.
아니, 최소 4번 바뀌었네.
그래도 천만다행, 담비는 자기 이름에 금방 적응했고,
화장실도,. 가끔 실수는 하지만 금방 나나랑 같이 1층 화장실을 공유하며 지낸다.
그리고 나나와 담비는 다행스럽게도 그냥저냥 잘 지낸다.
이렇게나 귀엽고 예쁘고,
게다가 발랄해서 에너지 넘치는(그래서 자꾸 일저지르는..ㅎㅎ) 담비를
우리는 또 선물받았다.
담비 주인 찾아주려 노력해준, 그리고 보호소로 보내기 전 잠시 데리고 있어준 분에게는
한우를 보냈당..감사합니다.^^
담비에게는 사실 내가 지어주고 싶었던 이름이 있었는데..
강아지가 순식간에 5마리가 되면서 엄마에게 사랑받아야 잘 살겠다 싶어서
우리 엄마에게 이름을 부탁했다.
..'담비'는 사랑을 담아 부르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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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아툼이나 몽이를 닮은 아이이길 바랐다. 못됐었다.
담비에게 아툼을 찾고, 몽이를 찾았다.
그러다가 담비와 함께 지낸지 6개월이 넘었네.
이제는 담비에게 누군가를 찾지 않는다.
아툼은 여전히 아툼이고,
몽이는 여전히 몽이이며,
담비는 담비대로 또 담비였다.
외모만 슈나우저였지, 나나도 담비도, 아툼도 몽이도 다 가지각색이었거든.
여전한 그리움은 어찌할 수 없지만,
2018년 7월 3일, 담비를 처음 만난 날, 그날로 다시 돌아가면
난 또 담비에게 아툼이나 몽이를 찾고 싶어하겠지..
그렇지만 금세 담비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될 거다.
담비를 식구로 맞이하며 아툼이나 몽이에게 미안했다.
절대 아툼과 몽이를 잊기 위해서나 잊어서 담비를 맞이한 게 아닌데
혹여라도 서운해 할까봐.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줄 알았던 그리움은 여전하다.
하지만 잘 살아내고 있다.
있는 녀석들과 먼저 떠난 녀석들과 내 생활이 공존하고 있을 뿐이다.
이별이 참 두려운데, 난 뭐가 그렇게 용감해서 또 식구들을 들였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죽는 게 무서워 살 수 없는 게 아니듯,
이별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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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담한 경미집에 나나, 오설, 오돌, 차우, 담비 총 5마리 개님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또 식구가 늘어날지 모릅니다.
어쩌면 줄어들 수도 있고요.
그러나 언젠가를 걱정하며 살기보다는 오늘 아침, 저녁 매일
함께할 수 있는 삶에 감사하겠습니다.
참, 담비는 그 사이 중성화수술을 했고요.. 무사히 회복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랑 한 15년은 살겠죠?
사실 집에 오던 때 담비는 이미 생리중이었어요..
아마 데리고 계시던 분들이 일하던 사람들이면 생리하는 강아지를 돌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이해해요.
그리고 지금 담비는 처음보다 한 2키로 늘었고요..ㅎㅎ
털도 반질반질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근육견이 되어갑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
바쁜 강의 일정 중에 잠시 마음을 쉬다보니 이런 얘길 다 하게 되네요..
오늘도 초승달이 떴습니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는 여유 있으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