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을 하지 않은 대형견에게 개물림 사고를 겪다
오후 산책 때
나는 목줄 풀어놓은 시꺼먼 대형 맹견에게 쫓기다 넘어져서 다치고,
차우는 물렸다
최소한 내 눈에는 미친듯이 뛰어오는 맹견이었다..
차라리 내가 물렸으면 일처리가 쉬웠을 텐데...
경찰은 사람 물렸냐에만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경찰이 왔어도 목줄을 묶어놓지는 않았다..
경찰들도 개가 달려나오니 놀라고 뒷걸음질 치고 차에 타서 피하라고 했다.
뻔뻔하다. 경찰이 와도 그러는 태도가.
그 대형견이 길가로 뛰어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 뒤돌아 도망쳤는데,
우리를 계속 쫓아와서 결국 차우를 안아올렸다.
물리더라도 엉덩이쪽은 치료할 수 있지만 가슴쪽은..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개는 나를 밀쳤고 차우 엉덩이쪽을 물고 늘어졌다.
길가 풀숲으로 넘어졌다 일어나 그 개를 발로 차봤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서 차우 목줄을 놔주고 도망가라 하고 그 개를 발로 차서 겨우 떼어냈다.
나무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일정 거리를 두고 대치했다..
그러나 결국 일어나지 못하는 차우를 안고 소리를 질렀다..
제발 개 좀 묶어 달라고..잡아달라고..살려달라고..
그 소리에 개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왔지만,
나와서도 목줄을 잡을 생각이 없었고
목줄을 잡았다가도,
빨리 가서 목줄 좀 묶어달라고 애원하는 나를 보며 목줄을 다시 놓았다.
길가 풀숲에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개와 사람을 사냥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았다.
개도 그 아저씨도.
개는 한참을 내주변에서 맴돌며 위협했고
아빠가 뛰어와서 몽둥이로 쳐내기 전까지 나와 차우를 공격했다.
나는 악마를 보았다
그리고 왜 시골 사람들이 경쟁하듯 옆집보다 더 큰 대형견을 사다 키우는지 알았다
자신은 다치지 않고, 자기 개도 다치지 않으니까.
법이 그러한 걸. 그냥 돈 물어주면 되니까.
술을 마셨다고 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술을 마셨으면 본능이 나오는 법이지
본인 개가 사람을 물어도 살인의도가 있던 게 아니라 말할 수 있을 테고,
사람에게는 잘못이 없다 할 테니까.
그 양반은 그러게 개물리게 자기 집 앞에를 왜 왔냐고 하더라.
아..그 길이 당신 것이구랴..
우리 집 앞 길을 항상 지나가야 하는 놈이 어디서 헛소리야.
앞으로 넌 우리 집 앞 길 이용하지 말아라.
내가 당신 못가게 길 막아버린다??
그럼 당신은 마을이고 어디고 들락날락 못하겠지?
시골에 사는 건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
무식하고 못배우고 교양없는 자들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교류하며 살아야 한다.
시골로 들어와서 좋은 점 만큼이나
힘든 점이 참 많다..
그리고 나이로 유세떠는 인간같지 않은 노인들이 천박하게 살아가는 곳.
꽃과 동물이 좋아 들어온 곳에서 가끔 이런 일을 겪으면 이 마을이 정말 불쾌하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썩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지만 노인 혐오가 생긴다
대부분 예의 없는 노인들 때문에 상처를 받으니까. 나이로는 노인.
무례함에 응대해도 젊은 것이 잘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무례함을 참고 있어도 젊은 것이 잘못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저질스럽게 늙는 삶, 왜 사는지 모르겠다.
목줄을 풀어놓은 남자는 전혀 잘못이 없다 생각하고
자기 집앞에 와서 왜 사고를 만드냐고 욕을 실컷 했고,
경찰이 와서 아저씨 자꾸 그러면 민사로 고소당한다니까 그때서야 마지못해 미안하단다.
치료비는 다 준단다. 어쭙잖은 꼴에 돈은 좀 있으신가보다.
오늘은 마음을 다쳤다.
맹견을 풀어놓고 사람이든 개든 물어봐라..
본인 개를 말리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을 두 번째 만났다.
그 개와 비슷한 개가 예전에도 우리집 계단으로 쳐들어와서
넘어져 다친 적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두 개가 자매란다..
그 개는 목줄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때도 그 남자는 목줄을 잡고 있지 않았다.
나는 오늘 엄빠에게 산책을 금지당했다.
내가 남의 개를 때려 죽이지 못해서 우리 개가 다쳤고,
그래서 결국은 내가 잘못했다..고통스럽다
조금 전,
이장님이 전화해서 어떻게 됐냐 물으시다가
마을회관에서 술을 실컷 마시고
각자 운전들 해서 집으로 갔다는 얘길 해주었다.
오래된 은색 갤로퍼가 그 길로 올라가는 걸 봤던 터라
혹시나 했더니, 그 사람은 음주운전해서 약 2키로를 달려
집에 가서 개 목줄을 풀고 사고를 일으킨 것이었던가보다..
뭐..마을 사람들 자주 음주운전하는 거 알고는 있었는데.. 이거 어떻게 못하나 싶다
시골 사람들 참 위법행위 당당하게 한다..
술만 마시면 다 용서해주는 법 덕분이지.
법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른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는 목줄을 풀어놓은 사람에게 벌금 20만원을 부과한다던데..
경찰들 셋이나 와놓고 그 말 한 마디가 없네??
벌금 얘길 해도 자기들은 모른다고만..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교육도 받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도 갖추고 있고
산책이나 배변교육 등을 시킬 힘이 있는지도 따져보고
연령제한도 필요하다면 하고..
법이 좀 더 강력해졌으면 좋겠다..
차우, 언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래도 꼬리흔들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