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비슷한 거(롯데호텔 서울, 소공동)
나의 베프 중 하나는 호캉스를 잘 간다
‘소확행’이나 ‘욜로’ 문화의 일종이었나 싶은데
다른 데 돈 잘 안 쓰고 호캉스를 즐기는 벗과
종종 가더라고.
대체 뭐하냐 그냥 그 방에서 뭐하냐..
가면 밥먹고 티비보고 쉬고 놀고 뭐 그런대서
ㅇㅇ그렇구나 했는데ㅎㅎ
나에게도 호캉스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다.
기회가 되면 한번은 해보겠거니..했는데
서방님의 서울 내 출장이 결정됐다.
그래서 호캉스 기회가 뙇!
꺄르릉..
2박3일이라 갈아입을 옷만 한벌 챙겨서 갔는데..
(물론, 노트북, 첨삭할 답안지들, 책1권..도 챙겨갔다)
결국 방에서 이틀 간 일했다.
소공동이란 데는 전철타고 지나는 가봤을 수 있지만
땅밟는 게 처음 같았다.
서울은 넓으니까ㅋㅋ
처음엔 인사동까지 걸어갔다 와야지
갤러리 다녀와야지..마음 먹었으나
너무 덥고 날씨가 도저히 걸을 컨디션이 아닌 거라.
롯백 구경 다녀와야지..했는데
뭐 살 것도 아니고 굳이 뭐하러 가나 싶어서
밥먹으러만 나갔다 왔다.
아, 외국에서 온 손님 선물 사러 잠시 나가긴 했으나
너무 짧은 외출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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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 꽃장식이 예뻤다.
혼자라서 누가 사진 찍어줄 것도 없고
셀카찍기 촌시러서ㅋㅋㅋ 그냥 이거만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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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왐마..
물떨어지는 게 너무너무 시원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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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 앞에서 사진 하나씩 찍던데
역시 혼자서는 그저 머리 크게 나오는 셀카라ㅋㅋ 패스~
외국인들이 많이 와서 사진 찍을 틈도 없어서
후딱 한장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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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영장도 이용해볼까 했는데
내 클럽이 아니라서 약간 그.. 손님이 된 거 같아서..
패스했다
그리고 집에 짐 두고 내 수영장으로 갔다ㅋㅋ
결국 내 공간이 제일 편한 거..
두 번의 조식을 먹었고
서방님 일 보는데 나는 옵션으로 따라간 방 지킴이였다
그러나 짐정리해서 나올 때 큰 실수..
정장을 걸어두고 그냥 나와서 호텔에서 전화옴ㅋㅋ
미안합니다 서방님
마누라가 정신이 없었어요ㅋㅋㅋㅋ
결국 나에게 호캉스는 이랬다.
창밖 도로가에 행인과
많은 자동차가 오가는 걸 내려보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빌딩 꼭대기에 전광판이 새벽녘까지
반짝반짝
같은 내용의 광고가 일정 시간 반복되는 양상을
멍~하니 바라보며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생각을 비우는 잠시간의 여유였다.
그리고 두 번의 조식은 역시
비용 대비 아까운ㅋㅋㅋ
내가 많이 먹는 게 아니니께..
바나나 두 조각에 커피 한 잔에 전복죽 한 그릇..
오믈렛 먹으라는데 배가 안 고픈 거 같아서 패스.
그래도 너무너무 소중했던 건
오래된 호텔이라 그런가 엘베 천장이 너무 화려하고
예술 작품 같아서
파리 어디 호텔보다 멋졌고,
미술작품들이 곳곳에 알차게 전시되어 있었다
김창열 작가의 작품이 하나 있어서
3일 내내 보러 갔다왔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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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캉스를 계기로,
나는 아마 또 호캉스라는 이름 붙은 건 가지 않을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어디 여행가서 잠시 집 대신 머무는 곳이겠지만,
호텔이나 리조트 안에서 즐기는 건 내 취향 아님요.
이 얘길 했더니 내 벗님이 그랬다.
“넌 태도가 틀려먹었어.
호캉스 가면서 일할 거를 들고 갔잖아!”
..그렇구나. 나는 일상 일벌레였구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