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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대학 가 성공한 맏아들, 가족 보상 얼마나 해야 할까

혼자 대학 가 성공한 맏아들, 가족 보상 얼마나 해야 할까

조선비즈 | 유진수·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 입력 2012.02.15 03:17 | 수정 2012.02.15 08:16

 

 

부모가 가난해서 맏아들만 대학에 보낸 경우, 혼자 대학에 간 맏아들은 나중에 성공을 한 후 가족들에게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그리고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대학에 가서 자수성가한 맏아들의 경우와는 또 어떻게 다를까? 필자가 최근 펴낸 책 , '가난한 집 맏아들'에서 던진 질문들이다.

두 경우 모두 성공한 맏아들이 가난한 처지의 가족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면에서는 상황이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근거와 어느 정도 도와줘야 하는지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자수성가한 맏아들의 도덕적 의무

부모가 가난해서 맏아들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맏아들이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가서 자수성가했다면 이런 경우에도 맏아들이 가족들을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저자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제시한 분류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의 도덕적 의무는 '연대의무'에 해당한다. 잘사는 가족이 못사는 가족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으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연대감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연대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하지만, 보살펴야 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부모 덕에 성공한 맏아들 도덕적 의무

그렇다면 부모가 가난해서 한 자녀밖에 대학에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맏아들만 대학에 보내 경제적 지원을 해줬고, 그 맏아들이 성공한 경우(이를 가난한 집 맏아들이라고 하자)에는 어떨까?

이 경우에도 맏아들은 자수성가한 맏아들이 갖는 도덕적 의무와 동일한 의무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두 사례를 비교하면 맏아들의 의무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가난한 집 맏아들의 경우에는 맏아들이 대학에 가게 됨으로 말미암아 동생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앞서 예를 든 자수성가한 맏아들의 경우 맏아들로 인해 동생들이 피해를 입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가난한 집 맏아들의 경우에는 맏아들만 대학에 가게 됨으로 말미암아 동생들은 대학에 가서 더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가난한 부모가 맏아들을 선택해서 대학에 보냄으로써 그 혜택은 맏아들이 누리고, 그 대가는 동생들이 지불한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맏아들이 비용을 지불한 동생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비용은 동생들이 지불하고, 혜택은 맏아들이 모두 가져가는 것은 온당치 않기 때문이다. 이는 맏아들이 돈이 많기 때문에 어려운 동생들을 도와야 한다는 연대의무 차원이 아니다. 맏아들이 부모로부터 특혜를 받는 과정에 동생들에게 암묵적으로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추가적인 의무다. 따라서 보상하면 좋은 성격이 아니라, 빚이기 때문에 반드시 갚아야 되는 도덕적 의무인 것이다.

◇대학에 갈 권리를 경매에 부친다면?

얼핏 보면, 맏아들이 부모로부터 대학등록금을 지원받았다는 점에서 4년간 받은 대학등록금만큼을 보상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 금액을 계산해 보기 위해 다소 엉뚱한 이야기 한 토막을 꺼내보려 한다.

대학에 가는 권리(특혜)를 놓고 세 자녀가 경매를 벌인다고 가정해 보자. 경매물품은 대학에 갈 권리이고, 경매 출품자는 가난한 부모이다. 가난한 부모가 그냥 맏아들을 대학에 보내는 대신, 대학에 갈 자녀를 경매를 통해 결정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은 경매가 자원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매에서의 결과를 분석하면, 혼자 대학에 간 맏아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특혜의 정도를 알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동생들이 입은 손해의 정도도 알 수 있게 되고, 손해의 정도를 알게 되면 맏아들이 보상을 해야 하는 정도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계산법은 이렇다.

"맏아들은 혼자 대학에 가서 50억원을 모았고, 대학에 가지 못한 둘째와 셋째의 재산은 각각 2억원과 3억원이 되었다. 만약에 둘째가 맏아들 대신 대학에 갔었더라면 10억원을 모았을 것이고, 그 경우 맏아들과 셋째의 재산은 각각 3억원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에 셋째가 맏아들 대신 대학에 갔더라면 30억원을 모았을 것이고, 그 경우 맏아들과 둘째의 재산은 각각 3억원과 2억원이 되었을 것이다."

맏아들이 가족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금액을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기 위해 각각의 자녀들이 대학에 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하에 둘째는 대학에 갔을 경우, 그러지 못했을 경우보다 8억원을 더 벌 수 있다. 따라서 둘째는 8억원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아야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둘째가 경매에서 8억원 이상으로 가격을 부르지 않는 이유가 된다.

셋째는 대학에 갔을 경우, 그러지 못했을 경우보다 27억원을 더 벌 수 있다. 따라서 셋째는 27억원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아야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셋째가 경매에서 27억원 이상으로 가격을 부르지 않는 이유가 된다.

반면, 맏아들은 대학에 갔을 경우, 그러지 못했을 경우보다 47억원을 더 벌 수 있다. 따라서 맏아들은 27억원 또는 그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이 경매에서 대학에 갈 권리를 낙찰받는 것은 맏아들이 된다. 그리고 낙찰가격은 27억원이 된다. 동생들이 더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는데, 맏아들 자신이 27억원보다 높은 가격을 부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공한 맏아들이 가족들에게 보상해야 할 금액은?

그러나 실제로는 부모가 대학 보낼 자녀를 선택할 때 경매의 방법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부모가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맏아들을 대학에 보낸 것이다. 경매를 했으면 맏아들이 27억원을 내도록 할 수도 있었는데, 부모가 그렇게 하지 않고 대학을 보낸 것이다. 그런 만큼 혼자 대학에 간 맏아들은 부모로부터 27억원의 특혜를 입은 것이 된다. 반대로 동생들을 포함한 가족들은 그 정도 크기의 암묵적 피해를 입은 것이 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성공한 맏아들은 가족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 27억원만큼을 보상을 해야 한다. 다만 맏아들이 부모에게 27억원을 지불하더라도 실제적인 부담은 그보다 다소 적을 수 있다. 자식 사랑이 특별한 부모님이 그 돈의 일부를 맏아들에게 상속 또는 증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맏아들이 대학에 갈 권리를 얻기 위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27억원에서 자신의 상속분(또는 증여분)만큼을 뺀 금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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