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가 우리 식구가 된 지 2년쯤 되어 간다
중년 아지매일 때 울 집에 왔으니
이제는 약간 할매가 됐다.
터벅거리는 발걸음은 여전하지만
차오르는 숨에 헐떡이는 까만 혀는 솔직하다
동네에서 또 다른 대형견이 파양당했다
유기견 센터에 보내거나
다른 사람이 키운다면 주고 싶단다
그래도 2개월령 꼬마강아지를 데려와서
밥주고 똥치워가며 같이 살아온 시간이 있는데..
덩치가 크고 많이 짖고 산책시키기 힘들다고
이제는 파양이란다.
말이 좋아 누구 주는 거지..
버리는 건데.
차우도 파양당하고
처음엔 꼬리도 흔들지 않았다.
사람과 눈맞춤이랄 게 없었다.
매일 수차례 산책을 했고
밥주며 쓰다듬을 받는 연습을 했다.
1년쯤 지나자 꼬리를 살랑였고
2년쯤 지나자 이제는 앞발들고 미친듯이 반가움을 표현할 줄 알게 됐다.
시간을 공유한다는 건 축복이라 생각한다
차우의 시간에 내가 있고
내 시간에 차우가 있다
엄마가
버려지는 강아지를 데려오는 게 어떻겠냐고
문자를 보내왔다.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곧 여름이다.
개장수가 돌아다닐 테고..
또 어딘가에는 버려지는 존재와
버리는 존재가 있을 것이고
태어나게 하는 자와
태어나는 자가 있을 것이다.
그냥..버려지는 게 슬퍼서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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