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밖의 경제활동이 보이지 않는 손을 비켜가게 한다.
'그곳은 붉은 벽돌의 도시,만약 공장 연기와 재가 허락했다면 붉은색이었을 벽돌로 이루어진 도시였다.
그러나 사실은 물감 칠한 야만인의 얼굴처럼 부자연스런 붉은색과 검은색의 도시였다.
그곳은 기계와 높은 굴뚝의 도시로, 그 높다란 굴뚝에서 연기의 뱀이 끊임없이 기어나와서는 결코 풀어지지 않았다.
도시 안에는 검은 운하와 악취를 풍기는 염료 때문에 자줏빛으로 흐르는 강이 있었으며, 창들로 꽉 찬 거대한 건물더미에서는 하루종일 덜컹거리고 덜덜 떠는 소리가 들렸고, 우울한 광증에 사로잡힌 코끼리의 머리 같은 증기기관의 피스톤이 단조롭게 상하운동을 했다. '
'올리버 트위스트'와 '위대한 유산''크리스마스 캐럴'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어려운 시절(Hard Times)'이란 장편소설에서 작품의 무대가 되는 가상의 영국의 공업도시 코크타운(Coketown)을 위와 같이 묘사했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은 날카로운 풍자와 함께 19세기 산업사회의 이념을 정면으로 비판한 작품으로, 코크타운은 빅토리아 시대의 프레스턴(Preston)을 기초로 창조된 도시라고 한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생산기술의 혁신을 가져와 산업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렸지만, 도시의 환경오염이란 불청객도 불러오게 되었다.
환경오염은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로마시대에도 심각한 식수오염과 공기오염 문제가 존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8세기 말 경주에서 소음과 공기오염이 심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편 중세 잉글랜드의 왕들은 템스강이 배들의 통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오염되자 여러차례에 걸쳐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물론 현대로 들어와 환경오염이 범지구적 문제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환경오염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되었던 것이다.
환경오염 문제가 경제학의 영역에 들어온 것은 약 9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단 한 사람밖에 없는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 자리에 마셜(Alfred Marshall)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취임한 피구(Arthur Cecil Pigou)는 1920년 발간된 그의 대표 저서 '후생경제학(The Economics of Welfare)'에서 환경문제를 처음으로 외부성이란 용어를 이용하여 설명하였다.
외부성(externality)이란 어떤 경제적 행위가 제3자(bystander)에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가져다주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받지도 지불하지도 않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성은 다른 말로 외부효과(external effect)라 부르기도 한다.
본래 일반적인 경제적 행위는 시장에서 가격을 매개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가가 오고 가지 않는 경제적 행위는 시장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성이란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매연의 경우, 아무도 이것을 시장에서 사지도 팔지도 않는다.
이처럼 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작동하기 힘들고, 외부성은 시장실패의 한 원인이 된다.
외부성의 개념을 학습하면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제3자에 준 혜택이나 손해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진 행위라면 이것은 외부성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경쟁 기업에 의도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했다고 해서 우리는 이것을 외부성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앞에서 예로 든 자동차 매연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매연을 방출시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자동차를 운행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은 대가가 오고 가게 되면 그 현상은 더 이상 외부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폐수를 방출하는 공장이 주변 주민들에게 하천 오염에 대해 보상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는 더 이상 외부성이 나타난다고 할 수 없다.
외부성이 내부화(internalize)되었기 때문이다.
외부성은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을 주느냐, 손해를 주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을 주면서도 이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양의 외부성(positive externality) 또는 외부경제(external economy)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입히고도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음의 외부성(negative externality) 또는 외부비경제(external diseconomy)라 한다.
양의 외부성이 존재하는 경우, 사람들은 외부성을 발생시키는 상품을 만들어 봤자 아무런 대가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이를 생산하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음의 외부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외부성을 발생시키는 상품을 만들어내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해당 상품을 과도하게 많이 만들어내게 된다.
따라서 양의 외부성을 발생시키는 상품은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더 적게 만들어지고, 음의 외부성을 발생시키는 상품은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더 많이 만들어진다.
이제 그래프를 통해 외부성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도록 하자(지면 관계상 음의 외부성만 살펴보도록 한다).
음의 외부성이 존재하면 경쟁시장은 더 이상 효율적인 생산량을 보장하지 않는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해당 상품이 효율적 생산량보다 더 많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함에 따라 공해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다면 이는 음의 외부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화력발전이 대기를 오염시키면 사회적으로 비용이 발생하지만 화력발전소는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
화력발전소가 고려하는 것은 화석연료를 구입하고, 인력을 채용하는 등의 사적인 비용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화력발전소의 생산비용에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액을 더한 것이므로, 사회 전체적 비용은 화력발전소의 사적인 비용보다 더 커지게 된다.
전기 한 단위를 더 생산함에 따라 늘어나는 대기오염 피해액을 외부 한계비용(external marginal cost)이라 한다면, 사회적 한계비용(social marginal cost)은 사적 한계비용(private marginal cost)에 외부 한계비용을 더한 것이 된다(사회적 한계비용=사적 한계비용+외부 한계비용).
따라서 사회적 한계비용 곡선은 사적 한계비용 곡선보다 더 위에 위치하고, 위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화력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량은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많아지게 된다.
완전경쟁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은 한계비용과 같게 결정되는데, 시장에서 고려되는 것은 사적 한계비용이므로 '사회적 한계비용>가격(=사적 한계비용)'의 관계가 성립하고, 이로 인해 비효율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이자 배우, 코미디언으로도 활동했던 멜 브룩스(Mel Brooks)는 "만약 내 손가락을 자르면 이는 비극이다.
그러나 당신이 하수구로 가 죽으면 코미디가 된다(Tragedy is when I cut my finger. Comedy is when you walk into an open sewer and die)"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뜻이다.
브룩스의 이 말은 외부성 문제와도 곧 연관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가지지만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다.
우리는 다음 시간을 통해 외부성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hmkim@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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