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치동 논술언니 조경미쌤입니다^^
올해는 우리 수험생들의
배경지식 확장에 도움을 드리고자
읽기자료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너무 힘들지 않게,
논술과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내용을
‘쿠키’ 하나 먹듯이 가볍게 읽고,
꼭꼭 씹어 삼켜 소화시킬 수 있도록
알려드릴 거예요.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익혀
당신들의 합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어렵지 않게 이야기해볼게요^^
최근에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들의 신원을 밝히고 그들의 현재 삶을 추적하는 유튜버의 활동이 있었어요. ‘한공주’라는 영화 본 적 있으세요? 포스터 기억하나요? 천우희가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고 말없이 말하고 있어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에서 피해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에는 2차 가해라는 표현도 생소했고, 가해자들이 너무 강력했거든요. 성범죄의 피해자이며 보호자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던 약자는 당시 언론과 지역사회의 비난을 견뎌냈을 텐데요. 어디서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생존을 하고 있는지.. 사실 그 다음 이야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가해자들은 꽤나 잘 살았대요. 왜 실제로도 피해자는 도망치고 숨어 사는데, 가해자들은 떵떵거리고 더 잘 사는 경우들이 꽤 많잖아요. 이번에도 특정 년도의 밀양 출신 남학생을 걸러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유명한 사건이었던 이 사건의 가해자들 중 일부가 딸을 낳고 매우 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분노했던 이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저도 분노가 치솟았어요. 성범죄에 그친 정도가 아니라 영상 촬영 및 유포 등으로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짓밟았고, 중학생인 피해자에게 가한 가해자 가족들의 행태나, 법의 무력함이 너무 가혹했거든요. 심지어 사건 후 밀양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 '밀양 성폭행 사건의 책임은 여자에게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과반수였어요. 성인지 감수성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가해자 가족과 지역사회 시민들의 태도도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20년 가까이 잘먹고 잘살고 있는 가해자들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처벌이 당시에 제대로 이루어졌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지난 일주일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유튜브에 영상이 알고리즘 따라 떴을 테니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들의 얼굴을 구경했겠죠. 그리고 가해자의 신상털이나 가해자 가족에 대한 무분별한 정보 업로드, 그들의 일터에 항의 전화를 걸거나, 그러다가 가해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상황이 생겼어요. ‘동조현상’의 한 측면이라고 생각됩니다. 남들이 보니까 나도 보고, 남들이 욕하니까 나도 같이 욕하고, 남들이 분노하니까 나도 같이 분노하며 누군가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고 따라 분노하는 현상이요.
‘법’의 영역에서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적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겠지만, 대중이 ‘사적 제재’를 하는 행위에 무분별하게 동조하는 것은 ‘집단의 무지성적 행위’는 아닌지 분명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군중이 광기어린 집단이 되어 가해자 하나 죽이겠다고 덤비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죠.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제는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잖아요. 만약 밀양 성폭행 가해자의 아내나 그의 딸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지금을 마주한다면, 그들도 어쩌면 피해자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저는 가해자들 편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를 벌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중의 사적 제재가 가해졌을 때 끝은 ‘자살’인 것 같아서요.
그래서 오늘은 이 글을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나]
다수결원칙은 언뜻 보기에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다수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틀린 의견을 다른 의견으로 오인해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재판에는 완충 장치로 ‘만장일치’ 제도가 있다.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배심원들은 의논을 통해 만장일치의 의견을 보아야만 한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는 여전히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12인의 노한 사람들」에서는 11명이 유죄라고 생각하지만, 단 한 명(헨리폰다)이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을 가진다. 그러자 다수는 그의 의견이 ‘틀렸다’고 단정 짓고, 언짢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물론 정의의 수호자인 주인공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자 그들의 마음은 천천히 돌려지기 시작한다. 「12인의 노한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12명의 개성 있는 캐릭터와 갈등 관계를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극적으로 묘사한다. 이 영화는 5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세련된 이야기를 가진 작품이며, 사람들은 세상의 발전에도 여전히 그때와 같은 실수를 하고 산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평론가는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을 ‘영화를 본 이들이 배심원이 되었을 때 스스로 헨리폰다같은 정의의 수호자로 느끼게 만든 점’을 들었다. 세상에는 더 많은 옳은 소수의견이 필요하다.
-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
건국대학교에서 2015년 모의논술 문제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 주에 이슈가 되었던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 신상 공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보고 문득 이 문제가 떠올랐어요. 전문가들 가운데 누군가는 사적 제재와 대중의 동조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사회를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 싶어서요.
대중의 사적 제재가 단순히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상공개에 그쳐서도 아니되고, 무비판적으로 공개되는 정보에 공분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현명하게 가해자를 처벌하고, 더 이상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차원의 보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법이 더 강력하게 작용해야 하지 않을까.
선생님이 어떤 문제를 풀다가 법이 유약하면 인간의 악한 본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제시문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음주운전과 같은 잠재적 살인을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강화되었으면 좋겠다, 음주운전 1회는 실수일 수 있으니 조금 봐줘서 징역살이, 대신 음주운전 2회에는 손목 절단, 음주운전 3회에는 발목 절단,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처벌을 하겠다고 하면 과연 반복적 음주운전을 할까?
그랬더니 많은 학생들이 동조하더라고요. 성범죄나 약자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 좀 더 강한 처벌이 있다면 강력 범죄율을 낮출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로 마무리했었는데요. 그래서 이번주 마음이 좀 복잡합니다. 잘못한 사람은 혼내야 하는데, 나도 대중들과 함께 잘못한 사람에게 달려들어 욕하는 게 맞을까, 그게 피해자를 진정으로 위한 일인가, 어떻게 해야 옳을까. 성숙한 민주주의는 무엇이며, 민주시민의 의무는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 법이 충분하게 작동하지 못하면 시민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법학과나 사회학과에서 잘 물어보는 질문을 떠올려보며 마무리짓습니다.
최근의 '유튜브, 가해자 신상 공개' 현상에 대해..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문제가 필요하신 분들은 이 파일 다운로드해서 27쪽~34쪽을 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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