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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ORY

RIP 차우(2018.6.20-2023.6.17)

경미쌤😍 2025. 6. 16. 17:02

남의 집에서 살다가 우리집에서 반생 정도 보냈을 차우는 순종 혈통서까지 있는 “차우차우”였다.
기존에 키우던 사람이 다시 도시로 나가며 버리고 가려는 걸 우리와 인연이 닿았다.
새끼를 여러 차례 낳고 중성화를 한 후에는 그들에게 더이상 쓸모가 없었던 거라.
혈통서 같은 건 볼 필요도 없으니 갖다 버리시고, 차우만 놓고 가시오..
그래서 차우는 우리집으로 왔다.

목줄이 너무 더럽고 냄새나서 데려온 첫날 도저히 못참고 미용하고 목욕을 시키고 싶었는데, 첫 미용 중에 내가 차우 성질을 건들었던지 살짝 물었다.
그래서 쪼꼼 진짜 쪼꼼 쫄았는데, 그래도 그 후로는 한번도 물지 않았다.
처음 미용할 때는 언니도 차우 체형을 잘 몰라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야. 털이 너무 뭉쳐있었잖아..
너 귀가 3개였다구. 귀 하나랑 털뭉치 2개!!!

오돌이랑 오설이랑 옆집에 살면서도 데면데면 하더니 어느날부터는 산책도 같이 다닐 수 있게 됐다.
어떤 날은 오돌 오설 차우 담비까지 넷이 산책을 했다.
꽤 잘 지냈다.

그리고 차츰 차우는 나이를 먹었다.
어느 날은 차우가 걷기 힘들어했고, 어느 날은 주저앉았고, 또 어느 날은 잘 걷는 것 같았다. 산책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그러다 며칠 후 차우는 진짜 너무너무 조용히 우리에게 이별을 알렸다.

덩치가 큰 개들의 생이 작은 개들보다 짧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는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던 무렵이라 아팠다.

아툼도 떠났고,
나나도 떠났고,
몽이도 떠났는데
차우도 떠났다.
나보다 빠른 시간을 사는 멍멍이들이, 지금은 멍멍이별에서 시간이란 의미를 뛰어넘어 살고 있으리라.

2023.3.7

더위를 더 많이 타는 차우에게
3월의 산책은 딱 좋은 시절이었다.
니가 길바닥에 주저앉으면,
언니도 옆에 걸터앉아서 쉴 수 있어서 좋았어.

2023.6.14

마늘밭에서 마늘 수확하는 내내
오돌이랑 오설이랑 차우는 마늘밭을 지켰다.
그리고 셋이 함께 거의 마지막 산책을 했다.
여름내 덥지 말라고 언니가 사자컷으로 미용도 해줬는데
차우 너는 그 여름을 앞두고 갔어.
덥지 않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오늘은 폭우가 왔다갔고, 날이 덥다.
지난주 양평은 더웠고, 곧 마늘을 뽑을 예정이다.
마늘을 뽑을 때가 가까워지면 차우가 안녕한 날인데.

내일은 차우가 떠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매일매일 시간이 잘 흘러서 잠시 눈감고 지내다가도
일년에 꼭 한번씩 찾아오는 기억해야 할 날들이 있다.
빗어도 빗어도 또 올라오던 속털 가득한 차우가, 덥지 않은 곳에서 머무르고 있으면 좋겠다.
우리 식구로 지내줘서 고마웠다고 인사를 전하며,
차우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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