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2017학년도 논술고사 출제의도입니다. 학교 공식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건국대 논술고사는 교과서 활용도가 높은 편이고, 실제로 올해 수시에서도 역시 교과서 활용이 충분히 이뤄졌습니다.
■ 인문사회 I 출제의도와 문항해설 <출제의도>
건국대학교 2017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 <인문사회계 I>은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학생활에 필요한 읽기 능력과 사고력, 쓰기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시문 [가]와 [나]는 EBS 교재에서, [라]는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취하였으며, [다]의 도표는 고등학교 ‘한국 지리’ 교과서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하였다. 전체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에 충실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뒷받침하고자 하였다. 학교 수업에 충실했던 수험생이라면 좋은 답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로 분야와 성격을 달리하는 다양한 제시문을 통합적으로 다루도록 하고, 이면적 요소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하도록 함으로써 우수학생 전형에 필요한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논술고사 [문제 1]은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표의 내용을 분석하는 문제이다. [가]는 인본주의 지리학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부상한 ‘장소’의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인본주의 지리학에서 강조하는 장소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과 정서적 유대감의 근원이 되는 공간으로 장소애의 대상이 된다.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인간이 장소애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장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의 뉴타운 사업으로 대표되는 도시 재개발에 대한 주민의 기대를 분석하도록 하였다. 장소와 상호작용하며 장소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뉴타운 사업과 같은 도시 재개발 현상을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인문학적 개념을 사회 현상에 적용하여 도표를 분석하게 함으로써 이 문제는 사회 정책의 결정과 실행에 있어서도 인문학적 통찰과 사유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논술고사 [문제 2]는 서로 다른 두 글에서 상호 연계가 가능한 요소를 찾아서 통합한 뒤 그것을 문학 지문에 나타난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여 분석하도록 하였다. [가]와 [나]는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과 내면성의 기반이 되는 ‘장소’ 혹은 ‘장소성’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와 유용성의 균질적인 공간이 되어가는 현상을 설명한다. 「원미동 시인」에서 발췌한 지문 [라]에서 원미동이라는 장소는 화자 ‘나’가 정서적 유대감을 지니며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과 구체적인 접촉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가]의 ‘근원적인 공간’이며, 이는 [나]의 ‘환몽의 세계’를 대변하는 익명과 균질의 공간인 도시 서울과 대조된다. [가]와 [나]를 통해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과 감각이 살아있는 ‘장소’에 대한 인본주의적 개념을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와 세계화에 따른 ‘무장소성’으로의 변화 현상을 이해하고, 이러한 장소 개념이 [라]의 화자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하였다. 이 문제는 원미동이라는 근원적 공간에서 점차 성장해 가는 ‘나’의 모습을 통해, 장소에 대한 감수성, 같은 장소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 등을 함양할 수 있게 하는 인성 교육적 효과를 동반한다.
2017학년도 건국대학교 논술고사는 교과서를 통해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통합적이고 분석적인 사고,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대상에 적용하는 지식의 활용 능력, 환경 및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이는 건국대학교가 필요로 하고 또 미래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항해설>
▶ 1번 문항
[문제 1]은 제시문 [가]에 제시된 장소의 개념을 바탕으로 제시문 [다]의 도표를 설명하는 것을 요구한다. [가]는 인본주의 지리학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제시된 ‘장소’의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인본주의 지리학에서 제시된 장소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과 정서적 유대감의 근원이 되는 공간을 지칭한다. 이 장소는 다른 곳과 구별되는 특성인 ‘장소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런 장소성을 지닌 장소에 대해 인간이 경험하는 정서적 유대감을 ‘장소애’ 혹은 ‘장소의 정체성’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은 서울, 뉴욕과 같은 구체적인 장소보다 ‘집’이라는 보편적인 장소를 통해 장소애를 경험한다.
[가]는 또한 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인간이 장소애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이런 장소 상실 현상을 ‘무장소성’으로 정의한다. [가]에서 무장소성은 장소의 ‘획일화’와 ‘상품화된 가짜 장소’의 등장과 같은 현상으로 특징화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디즈니랜드와 같은 장소가 무장소성을 보여준다.
[다]는 뉴타운 사업에 대한 주민의 기대를 설문 조사한 결과이다. [가]의 장소의 개념을 바탕으로 [다]의 도표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다]의 도표는 뉴타운 사업으로 대표되는 도시기획에 대한 주민의 기대를 보여주는데, 우선 노후주택 개선, 공원녹지 확대 및 문화생활 증진 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가]에 제시된 실존의 근원적 중심으로서의 주거 공간, 즉 쾌적하고 안전하며 휴식과 문화의 향유가 가능한 장소로서의 집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반영한다. 이와 동시에 공동체 증진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고 ‘매우 기대’ 역시 이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민들이 자신의 새로운 주거공간이 될 장소에서 기대하는 것이, 그곳에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공동체적 소속감보다는, [가]에 제시된 ‘장소의 정체성’이 없는 획일적 공간일지라도 쾌적성, 편리성, 안정성 등이 향상된 공간임을 보여준다. 주택가치의 상승에 대한 비교적 높은 기대감 역시, 자본 가치로서의 집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뉴타운” 이라는 신도시는 [가]에서 언급된 장소애의 대상이었던 집이 공동체적 성격이 약화된 몰개성적이고 균질적인 ‘무장소성’의 공간으로 변화되어가는 현상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가]에 제시된 장소성, 장소애(장소 정체성), 무장소성과 같은 장소에 대한 개념들을 적절하게 적용하여 [다]의 도표를 잘 설명할 경우, 높은 점수가 예상된다. 반면 [가]와의 유기적인 연결 없이 [다]의 도표에 제시된 주택 가치 상승, 노후 주택 개선, 공원 녹지 확대, 문화생활 증진, 공동체 증진 항목에 대한 수치적 해석에만 집중하여 설명할 경우, 낮은 점수가 예상된다. 한편 구도시(old town)가 노후화된 주택, 문화적 편의 시설 부족, 열악한 교육환경 등, 여러 면에서 낙후된 측면이 있으나 구성원들 사이에 유대감이나 친밀도의 측면에서는 새로 개발될 뉴타운보다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고, 이것이 [가]에서 말하는 보편적 장소, 상호 작용을 통한 긍정적 유대감의 측면과 연결될 수 있음을 서술한다면 가점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다른 항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기대수준을 보이고는 있지만, 공동체 증진에 대한 기대 역시 67.5%로 나타났으므로, 전반적으로 생활 여건이 향상된 뉴타운에 대해서 새로운 장소애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관점을 피력한 경우에도 일정한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
▶ 2번 문항
제시문 [가]와 [나]는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과 내면성의 기반이 되는 ‘장소’ 혹은 ‘장소성’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와 유용성의 균질적인 공간이 되어가는 현상을 설명한다. (가)에서 에드워드 렐프는 집이나 고향같이 한 인간이 공동체 일원으로 뿌리 내리면서 실존적·정서적인 유대감을 갖는 장소에 주목하며, 이러한 ‘장소애’의 공간이 사라지는 현대사회의 장소 상실 현상을 ‘무장소성’이라 명명한다. [나]에서는 ‘수단-목적 합리성’만을 앞세우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인간의 내면성이나 인간관계 역시 유용성의 원칙에 따라 사물화되어감을 지적하고, 얼핏 자본주의 논리에서 벗어나 보이는 ‘환몽의 세계’ 역시 유용성과 효율성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지적한다.
[라]에서 ‘원미동’이라는 장소는 화자 ‘나’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뿌리내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관계를 맺게 되는 [가]의 ‘근원적인 공간’이다. 화자에게 원미동은 단순한 지리명이나 익명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행정구역이 아니다. 부천의 작은 동네에서 ‘나’는 원미동 시인 몽달 씨부터 원미동 카수 행복사진관 엄 씨, 원미동 멋쟁이 소라 엄마, 씩씩하고 재미있는 형제슈퍼 김 반장 등 원미동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누구인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그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지닌다. 원미동의 이웃주민들은 ‘나’를 둘러싼 객관적인 공간 환경이기보다는 그들과의 상호작용과 구체적인 접촉으로 결국 ‘나’가 존재하게 되고 ‘나’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근원적 공간인 것이다.
특히 ‘나’가 일련의 사건을 통해 원미동 공동체 내에서도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몽달 씨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은 원미동이 어떻게 ‘나’에게 특별한 ‘장소성’을 지니는 공간이 되어 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느 날 ‘나’는 괴한에게 얻어맞던 몽달 씨가 김 반장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이후 그럼에도 끝까지 김 반장을 옹호하는 몽달 씨에게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소 냉소적이었던 ‘나’가 [라]의 말미에서 느끼는 슬픈 감정은 ‘수단-목적 합리성’이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김 반장을 외려 감싸려는 몽달 씨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나’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이며, 이러한 접촉과 교감을 통해 원미동은 ‘나’의 정서적 기억과 유대감, 내적 경험이 녹아든 ‘장소애’의 공간이 된다.
원미동이 ‘장소적 정체성’을 지닌 공간이라면, 이와 대조적으로 사람들이 진정성을 경험하기 어려운 ‘무장소성’의 공간으로 등장하는 것이 ‘서울’이다. ‘나’의 셋째 언니는 원미동의 궁상이 지겨워 이쁜 얼굴을 무기삼아 서울 이모 옷가게로 가버리며, 둘째 언니 역시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서울 구로동에 술집을 차리지만 웃통을 벗은 채 낮잠 자는 남자 옆에서 주간지를 들척일 정도로 소외되고 궁색하다. 원미동 사람들은 [나]에서 설명하는 ‘환몽의 세계’이자 익명과 균질의 도시인 서울로 불나방처럼 찾아들지만, 도시에 대한 환상은 고스란히 유용성이라는 자본주의의 논리로 흡수된다. 서울이라는 대도시는 [나]에서 말한 인간의 내면성 상실이나 인간관계에서의 소외라는 자본주의의 사물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공간이며, 이 공간을 배경으로 했을 때 ‘나’의 구체적 경험과 기억 혹은 감각이 살아있는 원미동이라는 공간의 ‘장소성’으로서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 인문사회 II 출제의도와 문항해설
▶ 1번 문항, 인문사회 I과 같음
▶ 2번 문항
<출제의도>
서술문 형태로 주어진 수학적 개념을 주어진 지문을 정확히 이용하여 엄밀한 수식으로 표현하고 수학적으로 해답을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또한 수학적 해답의 의미를 간결한 문장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출제범위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으로 한정하였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었을 내용을 중심으로 문제를 고안하였다.
<문항해설>
[문제 2-1] 이 문제는 1) 시각에 따라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2) 균형 가격과 거래량을 시각의 함수로 표현하고 3) 문제에서 제공된 균형 가격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미지의 상수를 결정하고 4) 균형 거래량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 ‘경제’를 학습하지 않은 수험생들을 위하여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의 교점에서 균형 가격과 균형 거래량이 결정된다는 원리를 지문을 통해 제시하였다. 문제를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일차함수의 교점, 3차 이하 다항식에 대한 미분과 최대 최소의 관계 등에 대한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며 교육과정 학습만으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문제 2-2] 이 문제는 1) 주어진 과세 표준에 대한 세금을 계산하고 2) 결정한 세금이 확률변수인 점을 고려하여 기댓값을 계산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 ‘경제’를 학습하지 않은 수험생들을 위하여 주어진 과세 표준과 세율을 통하여 소득 세액을 계산하는 과정과 원리를 지문을 통해 자세하게 제시하였다. 또한 이항분포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지문으로 제공하여 문제 풀이에 핵심이 되는 기본적인 수학적 지식을 암기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문제를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기본수열과 급수, 확률변수의 기댓값, 분산의 성질 등에 대한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며 교육과정 학습만으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문제 2-3] 이 문제는 1) 4개 상품의 가치가 원금이하가 되는 경우의 수를 바탕으로 확률을 계산하고 2) 이 원리를 36개 상품에 대하여 동일하게 적용한 후 3) 이항분포와 정규분포의 관계를 이용하여 확률을 근사적으로 답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항분포의 정의와 정규분포로의 근사에 대한 개념을 지문으로 제공하여 문제 풀이에 핵심이 되는 기본적인 수학적 지식을 암기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문제를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독립시행과 경우의 수, 일차부등식, 이항분포의 정규분포 근사 등에 대한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며 교육과정 학습만으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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