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는 한 여인이 법정스님께
요정을 불경 읊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만들어달라 청하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당시에도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었다는데
기꺼이 모든 것을 비우고 이곳을 시주했던 여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백석 시인이 지어준 여인의 호는 자야.
아이들에게 백석 시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자야에 대한 사랑 이야기는
물론 학자들에 따라 의견이 조금씩은 달랐지만,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속 아름다운 나타샤는 아마도 자야였으리라.
너와 이별한지 딱 49일 되던 오늘
나는 오래 전부터 꼭 가보고 싶던 길상사에 다녀왔다.
법정스님이 모셔진 이 앞에서는 한참을 서성였고
법정스님이 쓰시던 물건이 있는 진영각 처마 밑에 앉아도 있었다.
스님처럼 비우고 또 비우고 싶었다.
그래도 비워지지 않는 마음.
옆에 흰목단인지 작약인지가 피어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모양새였는데 사진엔 다 담기지가 않는구나..
꽃박사인 엄마 눈을 따르고는 있지만
내 눈으로는 아직 목단과 작약을 구분할 수가 없다ㅎㅎ
진영각 앞에 작은 불상
그 앞에 수많은 작은 돌.
사람들이 소망을 담아 놓아두었을 돌들 한켠에
나도 소망을 담았다.
산 자들의 소망등보다
죽은 자들을 위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등이 눈에 더 들어온다.
보고자 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라.
영원한 이별을 한 존재들을 기리는 건 참 따뜻한 일이지 싶다.
절 한쪽에 조그마한 돌탑을 쌓으면서
내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자 식구였던 널 생각했다.
온전히 너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방문했을 때
그때는 지금보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때도 이 돌탑이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햇볕은 따뜻했고
바람은 마침 선선했다.
혼자 걷기 좋은 날이었다.
둘이 걸어도 좋을 날
혼자여서 외로웠지만
온전히 네 생각에 외롭지 않았다.
다시 만나자.
헤어졌으니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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