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미입니다.
집을 지으면서 설계하는 과정이 처음엔 가장 힘든 줄 알았거든요?
근데 돌이켜보면 설계는 사실 그다지 힘든 게 아니었어요 ㅎㅎㅎ
오히려 재밌음 ㅋㅋㅋ
왜냐면, 이렇게 지을까, 저렇게 지을까,
수백번을 배치하고 지우고 넓히고 좁히고..
뭐 그랬거든요^^
집짓는 게임하는 것 같았어요 ㅋㅋ
그런데 혹시 자본금이 넉넉하고
시간 투자나 고민의 노력을 그다지 하고 싶지 않으시면 그냥 맡기세요.
설계사무소에 대강 자기 취향 얘기하고 그려달라 하면
사람 살기 무난한 집으로 그려줍니다.
그렇지만 우리 식구들 취향을 반영하겠다거나,
어떤 원하는 사항이 또렷하다면 우리처럼 미리 좀 자세하게 그려서 갖다주세요.
그럼 설계사무소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서 설계도로 그려줘요.
저희는 약 2~3개월에 걸쳐 주로 어머니의 의견이 반영된 집 구조 그림을 그려서 나름대로 ‘설계’라는 걸 했고요
설계 후에 건축사무소에 맡겨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설계 전에는 건축박람회도 다녀왔고,
인터넷으로 남의 집 구경 진짜 많이 했어요.
그리고 집 짓기 전, 약 3년 간 땅에 오가면서 해가 드는 것과 바람이 부는 것
그리고 비가 내리면 물길이 어디로 빠질 수 있는가 등을 꼼꼼하게 보았고,
바람과 햇볕, 방위, 그리고 삶의 편리성을 고려하여 아래와 같은 설계도를 구상했습니다.
땅이 앞뒤로 길이가 좀 긴 편이라서
가로, 세로 고려해서 2단으로 계획했어요.
1단에는 주로 정원, 2단에는 주로 거주지.
그리고 제가 추위를 많이 타고, 더위를 덜 타는 편이라서
뽀빠이고 올리브고, 식구들 모두 추위에 좀 예민하니까
웬만하면 북쪽으로는 창문도 없고,
집은 동남향으로 앉혔습니다.
그래서 전체 땅 안쪽에서 약간 틀어져있어요.
그림으로 보면 많이 틀어진 것 같은데,
실제로 집이 심하게 틀어지진 않았고요
아침에 창으로 햇볕이 쭉~들어와서 저녁에 해지기 전까지 넉넉해요.
올 겨울, 그다지 큰 추위에 시달리지 않고 살았습니다.
요즘에도 창문 앞에서는 따시따시..하고
창문에서 좀 멀어지면 선선한 그런 기분이 들어요.
대문의 위치와 계단 위치 등등까지 고민해서 결정했어요.
처음이랑 지금 실제로 완공되었을 때는 조금 달라졌지만요.
왼쪽에 보시면, 주차박스 있죠?
저희는 길가에 차 대는 것이 꺼려져서
차 2대를 세울 수 있는 크기로 주차박스를 만들었어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차가 노출되지 않아서 그게 좋더라고요 ㅎㅎ
약간 지하주차장인 것 같아서,, 아파트 사는 기분도 나고.
집은 애초에 1층이었어요.
사실 건축비가 만만치가 않아서..
빚을 내기 싫었거든요..어쨌든 처음엔 1층만 계획했다가
2층이 되었습니다.
처음 1층 설계도예요.
지금 실제로 지어진 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소파와 싱크대 놓을 자리 등등까지 올리브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없어요.
완공 전 설렘도 있었겠지만,
우리 올리브 집짓다가 한 10년 늙을지도 모른다고..ㅎㅎ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헷..2층이에요.
처음엔 이렇게 방 하나만 내려고 했는데,
설계사무소에서 조언을 받아서 조금 무리하더라도 방을 2개를 냈습니다.
방이 1개면 옥탑방처럼 보이고, 집의 대칭성? 안정성? 그런게 좀 부족할 수 있다고 해서요.
방 2개 중 하나는 놀고 있지만, 동생네 식구들이 오거나
손님들이 자고 가야 할 때 쓰지 않을까..싶어서
지금은 방 하나 더 빼길 잘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옥상은 넓습니다.
강아지들이랑 위험 요소 없이 뛰어놀 수 있고요,
우리 강아지들이 나름 용맹해서 다른 강아지나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옥상에서는 목줄도 안 해도 되고, 편하게 실컷 뛸 수 있어서
갇힌 공간이기는 해도 잘 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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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의 왼쪽에 보시면 꺠알같은 글씨들 있죠?
그게 울 올리브가 집 지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목록들이에요.
혹시 집 지으실 거면 참고해서 시공자랑 이야기 나눠보세요.
우리 집은 '단열'과 '창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집이었습니다.
주요 항목은..이래요.
- 토목 공사, 주차박스 콘트리트 두께는 30cm, 외벽 방수 처리 철저
- 철근은 18mm 국산으로! 중국산은 놉!
- 계단은 한 번 꺾어 올라가는 방식으로 선택(계단 돌 놓으시던 사장님 조언 참고)
- 1~2단 사이는 석축 꽃 쌓기, 집 뒷면은 깍두기 돌 쌓기.
- 단열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
그래서 단열은 창호 중요!!
창호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하게 할 거예요.
진짜 중요하거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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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는 섬세하게 하더라도, 집을 짓는 과정에서 조금 수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희도 그래서 설계변경하느라고 준공이 조금 늦어졌고요,
인생이라는 게 계획한 대로만 되지는 않는다고 하잖아요.
집짓기는 인생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더라는 교훈.
그러니 집을 지으면서 득도하거나, 해탈할 준비를 좀 하셔야 해요^-^
오늘은 올리브와 뽀빠이님이 증평에 가서 메지목을 사오셨습니다.
어휴..철쭉 뿌리에 흙이 붙어 있으니 어찌나 무겁던지..
봄이 되어, 집 조경을 하느라 바쁜 두 분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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