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는 밤새도록 오제이 곁을 지켰다. 아침이 되어 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나오미는 아파트 정원으로 내려갔다. 손으로 목련나무 밑에 구멍을 팠다. 그리고는 그 안에 오제이를 내려놓았다.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기다릴 때처럼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모로 눕혔다. 꽃은 심지 않았다. 기도도 하지 않았다. 누구한테 기도해야 할지 몰랐다. 세상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서울 하늘에 살고 있는 두 마리의 용마저도 서로 얽힌 채 자고 있었다. 나오미는 땅 위에 눈물을 뿌렸다. 이제 나오미는 어제의 나오미가 아니다. 정신과 육체는 살고 싶은데, 그런데도 죽어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 세상으로 넘어가는 멋진 색깔의 무지개다리를 향해 영혼이 날아가기 전까지는, 소리도 지르고 몸을 떨기도 하면서 완강하게 저항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오미는 오제이를 잊지 않았다. 매일매일 학교 가기 전이나 학교에서 돌아오면, 목련나무 앞에 서서 오제이와 대화를 나누며 그날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날 본 재미있는 일이나 슬픈 일을 이야기하고, 해가 나는지 바람이 부는지 같은 날씨 이야기도 한다. 조금 있으면 피기 시작할 꽃들에 대해서도, 움푹 파인 나무 밑동에서 "우리를 먹어 봐, 우리를 먹어봐"라고 말하려는 듯 꿈틀거리는 작은 벌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나오미는 종종 하늘에서 날갯짓하는 소리를 듣는다. 날카로운 울음소리도 듣는다. 나오미는 오제이가 멀리 있지 않음을, 다시 돌아올 것임을 느낀다.(본문 234-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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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있어 소설을 좀 읽고 있다.
도서관도 다니고..
다만 이 여유를 너와 함께 누렸으면 좋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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