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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미논술CLASS[#논술언니]/논구술면접&시사상식_Archive

"재수도 서러운데…" 휴학조차 안되는 대학 1년 반수생들 등록금만 낸 채 학원으로…대학 "학생유출 방지" 주장

"재수도 서러운데…" 휴학조차 안되는 대학 1년 반수생들 등록금만 낸 채 학원으로…대학 "학생유출 방지" 주장

 

◈ 강남 유명 재수학원…학생 40%가 반수생

  지난 26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재수학원의 교실. 아직 수능은 반년 이상 남았지만 작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50여명의 학생들은 벌써부터 '열공' 중이다.이채로운 사실은 재수생인 이들 가운데 40%에 달하는 20여명이 대학교에 등록한 채로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것.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 모(19·여) 씨는 "등록금 600만원을 냈지만 수업은 하나도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한양대학교 경영학과 1학년인 서 모(19) 씨는 학기 초에는 학교에 나갔지만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자 결국 등교를 포기했다.두 사람 모두 한단계 높은 대학으로의 이른바 '점핑'을 위해 휴학을 한 뒤 수능을 다시 볼 생각이었지만 1학년 1학기 휴학은 안된다는 학교측의 말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등록금을 날리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재수의 길을 택한 것이다.

서 씨는 "등록금 450만원에 학원 등록금 2달 치 150만원을 써 돈이 아깝지만 선택권이 없지 않냐"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재수위해 휴학?…등록금 마련 위한 휴학도 안돼

  등록금 마련을 위해 2학기를 휴학하고자 했지만 학교에서 입학 1년간은 휴학을 금지해 제적 위기에 놓인 학생도 있다.덕성여대 1학년인 한 학생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비싼 등록금 때문에 2학기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었지만 1학년 휴학을 금지하는 학칙 때문에 접어야 했다.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생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휴학을 해야 한다지만 장학금 체제가 매우 잘 돼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도 "일일이 개인 사정을 다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잘라 말했다.이렇게 새내기 1년 동안 휴학을 학칙으로 금지하는 학교는 서울에만 덕성여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숭실대 등 7개 대학.1학기 휴학을 금지하는 대학까지 포함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대학이 질병이나 군입대 사유를 제외하고는 새내기들의 휴학을 금지하고 있다.

 

◈ 휴학 왜 안되나?…학교 적응 vs 학생유출 방지

  대학들은 새내기 일반 휴학 금지 이유로 학교 생활에 적응할 필요성을 들고 있다.1년간 일반 휴학을 금지하는 숭실대학교는 "학부 교육을 내실 있게 진행하기 위해 새내기에게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1학년 때 전공기초나 교육필수를 이수해야 하는데 휴학을 해버리면 정상적인 졸업이 어렵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국립대인 서울대학교가 1학년 1학기 일반휴학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실제적인 이유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그렇다면 서울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에서 왜 1학년 전체 또는 1학기 휴학을 금지하는 것일까?진짜 이유는 돈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방대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을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자신이 입학한 대학에 만족하지 못하고 학적을 걸어둔 채 1년간 공부를 해서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숫자는 통계로 잡히지 않고 있지만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이들에게 모두 휴학을 허용하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충청남도에 있는 한 지방대학의 관계자는 "지방대가 어려운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학을 허가하면 반 이상이 재수를 하러 갈 것이다"며 "그렇게 되면 지방대학을 어떻게 살겠냐"고 반문했다.특히 "1학기 휴학을 허용하면 모두 재수를 선택해 등록금을 환불해줘야 하고 이로 인한 재정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도 "대학들이 다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결국 재정 문제 때문에 휴학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학칙 제정은 대학 자율의 문제이기 때문에 교과부 차원에서는 손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