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위권 수험생 논술로 역전하는 비법
《고등학교 3학년 박모 양(18·서울 노원구)의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은 평균 3등급. 글쓰기에 자신이 있는 박 양은 주말이면 논술학원을 찾아 3∼4시간씩 수업을 들었다. 부족한 학생부 성적을 논술로 만회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던 박 양은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입시 주요사항 중 수정사항' 내용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이 수시에서 논술의 비중을 축소키로 했기 때문이다.》 대입에서 논술시험을 준비하던 중상위권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상위권 대학에서 논술로 뽑는 학생 수도 줄고 논술점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지면, 상위권을 뛰어넘어 목표하는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불안감에서다. 하지만 대입 전문가들은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학생부 성적이 엇비슷한 경우가 많으므로 논술은 여전히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중상위권 수험생들이 논술로 ‘역전'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 그러나 문제는 올해 논술시험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논술로 뽑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더 변별력 있는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 올해 중상위권 수험생이 논술을 통해 상위권을 뛰어넘을 수 있는 특별한 논술대비전략은 뭘까.
수리문항을 정복하라!
우선 수리문항을 반드시 정복해야 한다. 객관식 문제처럼 단순히 답을 찾는 것을 넘어 그 답이 나오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적어야 하는 수리문항은 상위권 학생들이 논술시험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전체 점수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수리에서 성공한다면, 내신 3∼4등급이라도 상위권을 뛰어넘을 여지가 생긴다. 먼저 인문계열. 수리문항에는 △수학적 개념과 연관된 유형 △도표나 자료를 분석하는 유형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모형화한 뒤 해결하는 유형이 주로 출제된다. 이 중 상위권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수학적 개념과 관련된 문제유형. 상위권 수험생 중 적잖은 수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수학적 개념 익히기를 의외로 소홀히 한다. 상위권도 잘 모르는 수학개념을 중상위권이 어떻게 익히겠느냐고? 이럴 때일수록 교과서에 충실해야 한다. 함수, 수열, 극한 등 단원별로 제시되는 핵심원리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논술 수리문항에선 개념어를 알지 못하면 답안 작성에 아예 손도 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1학년도 고려대 수시논술(인문계 B)을 예로 들어보자. 오이디푸스 왕이 낸 수수께끼를 푸는 내용이 담긴 제시문에서 상위권이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정답률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역전현상과 연관지어 설명하라'는 문제였다. 통계단원에 등장하는 ‘역전현상'(새로운 변수가 주어졌을 때 첫 통계결과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현상)의 개념을 알지 못하면 풀기가 어려운 경우다. 특히 인문계열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리 ‘나'형에 올해부턴 미적분과 통계기본이 포함됨에 따라 논술에서도 이 분야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기출문제가 없어 상위권들도 어떤 문제유형으로 출제될지 ‘감'을 못 잡고 있을 공산이 크므로, 이들 단원에 집중하면 상위권과의 격차를 결정적으로 줄일 여지가 생긴다. 한편 자연계열에서는 복잡한 수식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데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답안 작성에 앞서 필요한 내용들을 개요형식으로 메모한 뒤 이에 따라 차근차근 답안을 작성해 나가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2011학년도 연세대 수시논술(자연계열)을 살펴보자. 평면에서의 회전운동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논술문제가 나왔다. 이때는 답안을 쓰기 전 ‘평면도형의 회전운동 수 계산하기' ‘평면도형 사이의 변화율 계산하기' ‘평면도형의 넓이 구하기'처럼 답안에 들어가야 할 내용들을 순서에 따라 메모하면 계산과정을 생략하거나 논리전개에 빈틈이 생기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변화될 문제유형에 대비하라!
매년 대학별 논술시험의 출제유형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논술시험의 변별력이 한층 더 중요해진 올해는 기존 출제유형을 살짝 변형해 난도를 높이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 예측되는 내용은 상위권대 논술시험에서 제시문의 수를 늘려 수험생들을 시간적으로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실제로 2011학년도 서울대 정시논술(인문계열)에선 전년도까지 네 쪽이었던 지문이 여덟 쪽으로 대폭 늘었지만 제한시간은 전년도와 동일한 300분을 줌으로써 변별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같은 해 이화여대 수시논술(인문계열)에서도 지문 8개에 통계자료 2개가 나왔다. 성균관대 수시논술(인문계열)에선 제시문이 전년도보다 한 개 늘어난 5개였다. 결국 빠르고 정확한 지문 독해능력을 갖추어야만 상위권 추월을 넘볼 수 있단 얘기. 현행 논술은 배경지식의 양을 묻는 시험이라기보다는 제시문의 핵심내용을 콕 집어 찾아내는 시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만약 경제 관련 문제의 경우 제시문을 훑다가 ‘경기과열을 주제로 다루는 구나' 하고 감이 오는 순간, ‘투자과잉' ‘물가상승' 같은 키워드가 담긴 문장들만을 쏙쏙 뽑아내어 읽어내는 연습이 필요한 것. 이렇게 주제문장들을 연결해 읽다 보면 제시문의 핵심 메시지를 빠른 시간에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갖춰진다. 기존과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내면서 제한된 조건을 살짝 끼워 넣은 뒤 이를 활용해 답안을 작성하라고 요구하는 문항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몇 가지 ‘조건'만 추가하더라도 문제의 난도는 부쩍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1학년도 성균관대 수시논술(인문계열)을 살펴보면 2012학년도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올 수 있는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상속세율과 관련된 제시문을 준 뒤 현행 상속세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운' ‘노력'이라는 단어와 연관지어 논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지문을 읽고 자기 견해를 자유롭게 적을 수 있었던 과거의 문제유형과 달리 제한된 조건을 지키면서 답안을 작성해야 하다 보니 상위권들도 큰 애로를 겪은 문제였다. 강방식 서울 동북고 윤리교사(EBS 언어논술 강사)는 “답안 작성에 일정한 ‘조건'이 붙거나 기존 유형을 살짝 비트는 방식으로 논술문제가 심화, 변형되면 상위권 수험생도 당황한 나머지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적잖다”면서 “환경문제를 다루는 제시문을 보면 ‘정부'와 ‘시장'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가진 두 경제주체를 꼭 답안에 넣어서 균형 잡힌 답을 작성하는 연습을 하는 등 조건에 충실한 논술문 쓰기 연습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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