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강아지 '나나' (?~2020. 1. 6)

2008. 4. 박스 속에 앉아 있던 너를 만났다.

과거 언제 옷깃이라도 스친 인연이었던지, 우리는 이어질 인연이었다.

 

2018. 1. 추운 겨울 너는 이불 속에 굴을 팠다.

 

귀여운 내새끼, 실은 엄마딸

 

그러다 더우면 나와서 이러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

 

이 사진을 보고 있자니, 세상 평화롭다.

지금 니가 있는 곳에서도 이렇게 평화롭기를.

 

2018. 8. 너는 아팠다. 

반려인들이 반려견이 딱 한 마디만 말을 할 수 있다면, "언니, 나 아파" 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나는 그 마음을 안다. 

지지배. 아파지기 전에 좀 얘길 해주지..

너도 아팠다. 병원에서는 사료 조절, 간식 조절 등등 식이요법을 말해줬다.

애초에 많이 먹는 아이는 아니라 별 걱정 없었다. 근데 너 식탐은 좀 있었어.

아툼이랑 몽이랑 같이 살려면, 다견 가정에서 식탐 없이 사는 개가 얼마나 있겠냐.

 

병원에 안고 가는 길, 내 품에 안겨 있던 너의 얼굴을 나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병원 의자는 싫다, 바닥에 앉겠다..하던 너의 얼굴을 한장 찍어뒀다.

지금보니 너 그때 스트레스 많았구나. 유난히 혀가 길게 나와 있어.

 

2018. 10. 그리고 적당히 추워진 가을

털 많이 길었다? 이쁘다.

다행히 좀 회복이 되었다. 걷기도 잘 했고, 잠도 잘 잤고, 잘 먹었고.

그래도 이때까진 너 눈이 보였어.

천천히 안 보이게 되는 슈나우져의 유전병이라는 그 병이 너에게도 올 줄은 몰랐지.

그래서 항상 미안. 우리 아이들을 피해갈 남 일로 여겨서.

 

축구하듯이 잘 갖고 놀다가 이러고 보고 앉아 있을 때

그 집중하는 콧날이 넘나 이뻤다.

 

 

호두를 세상에 ㅋㅋㅋ 욕심쟁이.

입도 작은 게 이렇게 두 개나 물고..ㅎㅎ

언니가 안아서 사진 찍으니까 버둥거리던 니 모습이 생각이 났다.. 잠시 웃었어.

 

벌써 3년.

니가 떠났고, 가끔 아주 가아끔 니 생각이 난다.

아직도 추운 겨울 새벽 고요한 시간, 깊은 숨 한번 몰아쉬고 안녕을 이야기한 너를 떠올릴 때면

믿기지 않아 숨소리를 확인하던 내 모습이 영화처럼 스쳐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도 신기해.

그땐 죽을 거 같았는데.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이렇게 깊은 그리움의 시간에 빠져본다.

아툼이랑 몽이랑 카라 만나서 잘 있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