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최저학력기준 10,000개… 일선 고교 “진학지도 포기”
기사입력 2013-06-17 03:00:00
선택형 수능 첫 수시모집 대혼란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 이후 일선 고교가 처음으로 수시모집 진학 지도를 시작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능이 A형과 B형으로 나뉘면서
최저학력기준이 8000개가 넘을 정도로 복잡해진 결과다.
교육당국이 입시를 간소화한다며 대학에 전형 종류와 명칭을 줄이라고 했지만,
정작 더 복잡한 최저학력기준에는 손을 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진학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사교육 컨설팅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선택형으로 복잡해진 수능 최저학력기준
입시 전문가와 시도별 진학지도교사협의회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4학년도 대학별 수시모집 요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종류는 8000∼1만 개 정도.
앞서 입시정보업체인 이투스청솔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수시 전형은
1846개였다. 한 전형에서도 모집단위, 선발시기, 선택형 반영 방법에 따라 최저학력기준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중앙대
논술우수자전형을 보면 최저학력기준이 모집학과에 따라 5, 6가지로 나뉜다. 이는 다시 우선선발이냐 일반선발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적용방식이
백분위냐 등급이냐에 따라 또 달라져 계산 자체가 쉽지 않다. 수학능력우수자, 글로벌리더 같은 전형도 이런 식이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지금처럼 복잡한 방식으로는 최저학력기준 숫자를 헤아리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입시 학원가에서는 1만 개 정도 될 걸로 본다”고
전했다.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는 최소 8000개 정도로 추산한다. A 광역시 진학지도교사협의회의 교사는 “최저학력기준을 정리하려다
9000개까지 세고 포기했다. 서울 B 사립대의 최저학력기준을 정리해보니 A4용지로 한 장 반이 넘더라”고 말했다.
○등급 하락으로 우선선발 미달 늘 듯
선택형 수능이 처음 적용되는 상황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난무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다.
먼저 수시 우선선발에서 미달 사태가 예상된다. 수능 A형과 B형 모두 응시 인원이
줄어들므로 상대평가인 등급제에서 대다수 수험생의 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학의 최저학력기준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완화된 정도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대학이 요구하는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수험생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저학력기준이
높은 수시 우선선발에서는 상위권 대학에도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 지원생은 9월 모의평가 성적표가 나오기 전,
지원 대학에 맞춰 선택형을 정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지만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활용할 만한 프로그램이 없는 점도 큰 문제다. 일선 교사가 입시 지도에 활용하는 사설 모의지원 프로그램 중에서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계산할 수 있는 정도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입시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8월 발표할 대입 전형 간소화 정책에서 최저학력기준 간소화를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 광역시 진학지도협의회 관계자는 “대학이 전형 숫자만 줄여놓고 최저학력기준은 복잡하게 만들어 수능
우수자를 잡으려는 꼼수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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