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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미논술CLASS[#논술언니]/논구술면접&시사상식_Archive

혼자 지내기 외로워서 반려동물을? 차라리 키우지 마세요

우리가 생명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알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우리 집에 작은 새 다섯 식구가 늘었다.

참 작고, 참 조금 먹고, 참 작은 공간에 사는 녀석들이다.

근데 어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얘네 전 주인이 생각했던 대로 그냥 바깥에 날려주는 게 얘네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날려주면 제 생명 누리지 못하고 죽을까봐 우리가 데려다 키우겠다고 했던 내 선택이 과연 옳았을까..

남이 버리려던, 책임을 지지 않으려던 생명을 내가 거두었다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내 선택이 틀렸는지도 모르겠다.

새의 본성인 날아가려는 자유를 내가 거두어들인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금도, 8시간 넘게 한결같이 나를 기다릴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당신은 매일 똑같이 누군가를 8시간 정도를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혼자 지내기 외로워서 반려동물을? 차라리 키우지 마세요

한겨레 | 입력 2014.03.01 10:50

 

[한겨레][토요판] 박정윤의 P메디컬센터

최근 이비에스 <하나뿐인 지구>에서 방영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라는 다큐멘터리가 이슈가 되었다. 주인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반려동물의 분리불안을 다뤘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들은 밖에서 나는 모든 소리에 혹시 주인이 돌아오는 건가 싶어 하루 종일 귀를 기울였다. '나도 한번 동물을 키워볼까' 하는 마음에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필요한 건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할 만한 방송이었다.

 

나도 우리 집 아이들이 생각났다. 동물과 가장 가까운 직업이기도 하지만,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우리 집 아이들도 자기들끼리 시간을 보낸다. 더구나 한때는 낯선 아이들을 무더기로 데려와서 여럿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었으니 나도 참 좋은 가족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솔직히, 동물을 키울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동물을 키우지 말길 바란다. 혼자 지내기 외로워서 동물을 키우는 이들도, 미안하지만,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미 가족으로 함께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분리불안은 주인과 떨어졌을 때 문제행동을 보인다. 물론 24시간 보호자가 함께 있어 준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나와 함께 사는 아이가 혼자 남겨진 시간이 많아서 불행하니 행복하게 살라고 다른 집에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병원에도 분리불안이 심해서 혼자 있으면 심하게 짖기도 하고, 용변을 아무 데나 보기도 하고 이것저것을 다 깨물어 부수는 등의 문제행동을 보여 고민 상담을 해오는 보호자들이 많다. "혼자 있으면 하루 종일 짖어요." "대소변을 못 가려요." "사람이 없으면 물건을 다 망가뜨려요."

절망적인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분리불안을 완벽하게 고칠 확률은 매우 낮다. 단기간에 고칠 수도 없다. 해결하는 절대 공식도 없다. 종종 "티브이에서 이렇게 하길래 나도 해봤는데 안 되더라. 왜? 우리 집 강아지가 별나고 이상한 거냐"고 질문해오는 보호자들이 있는데, 그건 강아지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 아이에게 적합한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의 원인이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에 'A의 경우는 1번이 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왜일까. 분리불안의 원인들은 여러 가지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고착화된 것이 많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너무 어린 나이에 어미와 떨어진 이유도 있고, 입양 뒤 집 안에만 있어서 사회화를 거쳐야 할 시기를 놓쳐 낯선 것과 소통하지 못하고 오로지 가족에게만 매달리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내가 있는 현재의 환경도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예전의 경험이나 과거에서부터 비롯된 원인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짧은 시간 안에 고쳐지지 않는다.

나의 동물이 어떤 성격인지, 언제 입양했는지, 입양 전 어떤 경험을 했었는지, 현재 환경은 어떠한지, 혼자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며, 함께 있는 동안에는 가족과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파악해야 한다. 공통적인 전제조건은 무조건적인 훈련과 복종을 가르치기보다는 심리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분리불안은 혼자 있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금 혼자 있지만 다시 가족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혼자만 남게 되는 상황이 불안과 공포 그 자체이다. 혼자 있는 것이 불안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믿음과 안정을 갖게 해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오랜 시간을 두고 고쳐가야만 한다. 사람이 바뀌지 않고 동물이 달라지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규칙적으로 귀가시간을 맞추자.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서 꾸준한 산책과 놀이로 서로 더욱 돈독해지도록 애써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야 할 것이다. 단, 전문가에게도 뭔가 번뜩이고 즉각적인 방법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방송을 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당신은 매일 똑같이 누군가를 8시간 정도를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라는 말이었다. 병원 일이 끝나면 놀지 말고 우리 바둑이와 달래, 고양이들에게 가야겠다.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폭풍 포옹을 해줘야지.

박정윤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