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마치고 저녁 늦게 전철을 타게 되면, 사람들이 참 피곤해 보입니다.
나 역시도 피곤합니다.
긴 시간 서있었고, 긴 시간 말을 했으며,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종종 싫은 소리를 했고, 누군가와는 배우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휴.. 힘든 하루였지요.
그런데 그 피곤한 길, 집에 빨리 갈 생각보다는 뭔가 먹을 게 없나 주변을 둘러봅니다.
집에 들어올 때는 꼭 간식거리가 될 만한 것을 사가지고 오고 싶어서요..
시간이 늦어 어떤 때는 겨우 과자 몇 봉지에 만족하지만, 어쨌든 주전부리가 될 만한 것들을 사들고 옵니다.
온 종일 나를 기다리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늦은 시간까지 불켜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이 생각나서 빈 손으로 집에 오기가 싫더라고요.
이렇게 퇴근 길에 먹을 것을 사들고 집에 들어오며, 나는..
새삼 대여섯 살 무렵, 아버지의 주황색 귤 봉지가 생각납니다.
키가 작은 꼬마에게는
아버지가 퇴근하고 들어오실 때 아버지 얼굴보다 주황색 귤 봉지, 그 안에 들어있는 노랑색 귤이 먼저 보였거든요.
아빠보다 귤을 반기던 철부지 딸아이가 지금은 그때의 아버지보다 나이를 더 먹었네요..
혹시 내가 느끼는 지금 마음이, 당시 우리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과 비슷하다면..
난 그 기억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때가 있어서 내가 지금도 아버지 당신을 사랑하나봅니다.
..예전에도 고마웠고, 지금도 고맙습니다.
아부지..아빠가 언젠가는 이 글을 봤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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