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논술 강사 조경미입니다.
서강대는 최근 4~5년 간은 적어도 문제 유형의 변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제시문 독해 분석과 요약, 그리고 적용 설명형 문항을 선호하며 출제하고 있습니다.
평가와 비판을 요하더라도 꼭 논지 적용 평가이기 때문에 연세대처럼 좀 더 창의적이고 열린 답안을 쓴다기보다는
적절한 정답의 범주 안에서의 서술이 이루어지는 문항이 대부분이지요.
서강대/연세대를 함께 준비하거나 서강대/한양대 인문계열을 함께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답안을 써보았을 때 두 학교의 차이를 아주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강대 2018학년도 수시 논술 문제를 살펴봅니다.
【문제】 (800~1,000자)
[가]∼[다]의 논지를 기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라]~[바]를 분석하시오.
[가] 갖고 있는 제한적인 정보가 마치 자신이 아는 전부인 양 생각하고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구할 수 있는 정보로 가장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만일 그것이 좋은 이야기라면 믿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아는 게 거의 없을수록, 즉 퍼즐에 비유하면 맞출 수 있는 조각의 숫자가 적을수록 오히려 정합적 이야기를 만들기 쉽다.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세상이 이해된다는 확신은, 무한대에 가까운 우리의 무지함을 애써 외면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안전한 반석 위에 세워진다. -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나] 외부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때 ‘이것은 원래 나의 생각이야’라고 믿으며 의사결정을 하는 것과 ‘이것은 외부에서 주어진 (어쩌면 편향된) 정보야’라고 의식한 다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 자유라는 것을 지극히 단순히 생각하면 나 자신의 의사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깊게 파고들면 그 의사 자체가 진정으로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냐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 후쿠하라 마사히로, 하버드의 생각수업
[다] 보편적 신조를 세우는 데는 엄청난 어려움이 따르지만, 일단 확실히 성립되기만 하면 그것은 오랫동안 난공불락(難攻不落)의 힘을 지닌다. 또한 그 어떤 철학적 오류를 내포하든 간에 최고의 지성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1,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럽의 민족들은, 면밀히 검토해보면 몰록(Moloch, 아이를 제물로 바쳐 모시는 셈족의 신)의 신화만큼이나 야만적인 종교적 전설들을 재론의 여지없는 진실로 간주하고 있지 않은가. - 귀스타브 르 봉, 군중심리
[라] 이제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전문가의 충고를 거부하는 행동이 마치 고급문화 취향의 표식이기라도 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를테면, 최근 들어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살균 처리를 안 한 유제품을 섭취할 권리를 부르짖는 현상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라. (…) 저온살균법이 우유의 풍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병원균을 완전히 없애 주는 처리방식이기도 하다. (…) 생우유 먹기를 고수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유제품이 맛만 좋은 게 아니라, 사람에게 더 건강하고 좋은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생야채가 우리 몸에 더 좋다면 결국 다른 것들도 전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어째서 자연이 우리에게 마련해 준 그대로 먹지 않는가? 어째서 더 순수하고 단순했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가? (…) 우유는 아이들한테 주요 음식이며, 그런 면에서 생우유는 명백하게 위험한 식품이다. 미국 질병통제국(CDC) 소속 의사들이 이 논란에 즉각 개입을 시도하였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질병통제국은 2012년에 생우유로 만든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저온살균 제품을 섭취할 때보다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150배나 더 많음을 밝히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또 식품의약청의 전문가는 그 사실을 가능한 한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느라, 생우유 제품 소비자를 총알 대신 식품을 사용하는 러시안룰렛 게이머라고까지 불렀다. 그러나 어떤 경고도 생우유를 마시려는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 톰 니콜스, 전문가와 강적들
[마] 우리는 왜, 언제부터 어동육서*를 금과옥조로 삼았을까. 유학 전통을 계승하는 성균관의 ○○○ 의례부장은 인터뷰에서 “상다리가 휘어지는 차례상은 1960, 70년대 이후에 서로 집안 뿌리를 양반인 양 과시하려는 문화가 잘못 정착된 것”이라며 “흔히 차례 규칙의 근거로 생각하는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에는 실제로는 어동육서 같은 규칙이 없을 뿐더러, 여기서 묘사하는 것은 기제사상이지 차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 심지어 조선 유교 예법의 기준이 된 고대 중국문헌에도 이런 복잡한 규칙은 없다고 한다. 음식 문헌을 연구하는 ○○○ 씨는 “(…) 어느 지역, 어떤 집안의 규칙이었을 순 있으나 전 국민이 따라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규칙들이 메모랜덤이 된 이 현상은 거의 인류학적 연구 주제”라고 분석했다. * 생선은 동쪽에 두고, 고기는 서쪽에 둠. - 한국일보, 2016. 9. 7.
[바] 부엌에서는 언제나 술 괴는 냄새가 나요. 한 여자의 / 젊음이 삭아 가는 냄새 한 여자의 설움이 / 찌개를 끓이고 한 여자의 애모가 / 간을 맞추는 냄새 부엌에서는 언제나 바삭바삭 무언가 / 타는 소리가 나요. 세상이 열린 이래 똑같은 하늘 아래 선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큰방에서 큰소리치고 한 사람은 종신 동침 계약자, 외눈박이 하녀로 / 부엌에 서서 뜨거운 촛농을 제 발등에 붓는 소리. 부엌에서는 한 여자의 피가 삭은 빙초산 냄새가 나요. (…) -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
이 문제는 이전에 서강대에서 빈출됐던 유형 가운데 하나로,
제시문의 논지를 적용하여 복수의 제시문의 현상을 분석하는 문제입니다.
답안 구조 역시 논제 순서를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하면 적절하며,
별다른 기교 없이도 출제의도에 부합하는 답안을 쓸 수 있습니다.
적용의 준거가 되는 [가]~[다]에서는 개인의 사고가 왜곡되거나 사회적 억압에 개인의 사고가 통제되어도
그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의 근거가 제시됩니다.
[가]는 제한된 정보로 인해 사고 편향을 인지조차 못하는 현상이므로,
한계 극복을 위해 정보 탐색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나]는 외부 정보의 영향이 불가피한 현상,
그러므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자율적 판단인가 개인의 주체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는 사회 집단에서 보편화된 신조는 오류 여부와 무관하게 확고한 지위를 얻게 되므로,
비합리적인 부분이나 오류가 있어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개선되기 어려운 면이 있음을 논합니다.
[라]는 생우유를 먹는 것의 위험을 무시하고 살균 처리를 하지 않은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의 사고 편향이
[가]와 [나]에 의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얻은 몇 가지 정보로 확고하게 판단을 하고 이를 합리화한 후에는 다른 전문지식 등의 정보에는 반응하지 않으며,
미식가 등의 타인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받을 때 편향에 대한 자각이나 성찰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마]는 전통 문화로 수용된 차례상 문화가 한 번 권위를 얻게 되자
사람들이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현상이므로 [나]와 [다]로 설명됩니다.
비판적 성찰이 부재한 것은 [나]로, 전통 문화의 사회적 권위 획득 현상을 [다]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바]는 부엌이라는 억압된 가부장적 공간에서 여성의 인내하는 삶을 통해 남녀 불평등 현상을 지적하므로,
[다]의 관습적으로 자리잡은 관념은 보편적 신조로서 사람들을 억압한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문항의 예시 답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는 매우 제한적인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서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특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는 개인의 의사는 온전히 자율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타인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므로, 자신의 의사결정의 근거에 대해 질문하는 능동적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는 특정 신조가 오랜 시간 사회에 의해 보편화되면 그 진위, 선악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의 숭고한 가치로 인식되어 쉽게 개선되지 못함을 논의하고 있다. [라]의 현상은 [가]와 [나]의 관점에서 분석된다. [가]의 관점에서 보면, 미식가들, 혹은 생우유 옹호론자들은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좇고 싶은 나머지 건강·자연·순수의 개념을 생우유에 결부시키고, 이러한 편협한 믿음을 진리로 착각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나]의 관점에서, 이들에게는 생우유의 맛과 건강상의 이점을 확신하고 그것이 근거 없는 정보에 의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마]는 [나]와 [다]의 관점에서 분석된다. [다]의 관점에서 보면, 어동육서 등의 규칙은 오랜 역사와 대중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근거 없는 관습이지만, 장기간 지켜져 왔고 모두에게 공유됐다는 이유만으로 확고한 전통으로 정착된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차례상 문화가 건전하게 형성되기 어려운 이유는 [나]에 따라 도출될 수 있다. 즉, 어동육서 등의 근거와 그에 대한 믿음이 고착된 이유가 비판적으로 검토되지 않은 데에 있다. [바]를 [다]로 분석하자면, 사회가 남녀 차별의 부당한 관습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그것을 개인에게 강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남녀 차별의 관습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은 보편적 신조의 강한 지배력 앞에서 지적 사고와 그에 따른 행동을 적극적으로 취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
학교에서 발표한 답안을 보시면, 별다른 기교 없이 논제가 요구하는 바만 정확하게 서술했을 뿐인데
900자가 금세 채워져버립니다.
특히 [가, 나, 다]에 대한 장황한 요약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고,
[라, 마, 바]의 현상에 적용하여 비판적 평가를 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문제 한 번 풀어보시고, 답안을 직접 작성해본 후 타인의 시선에서 꼭 평가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합격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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