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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ORY

2023.6.17. 차우, 안녕

차우가 떠났다.
다행히 2박3일을 꽉채워
오돌,오설,차우랑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차우는
남의 집에서 버리고 떠나는 개였다. 예전엔 새끼 낳으면 100만원씩에 팔았대서
냉큼 누군가가 그 얘길 듣고 데려가겠다더니
중성화가 되어 있다니까 안 데려가겠다더라..
그래서 이사가기 전까지 누구한테 못 주면
그냥 읍내 동물병원에서 안락사 해준다더라.
그래서 차우는 이름도 없었다.
그냥 ‘차우차우’라 ‘차우’라고 불렀댔다
새로운 이름을 붙여줄까도 했지만
몇 번 부르지 않았더라도
5년 넘게 차우라고 불렸는데.. 싶어서
우리도 그냥 차우라고 불렀다.

우리 집에서 차우는
꼬리를 흔들기까지 1년이 걸렸고
차우야~~ 하면 지그시 고개를 들어 쳐다보기까지
얼마나 걸렸더라..
산책을 갔다가도 ‘집!’하면 들은 척도 안해서
‘지-입! 집!‘하면
그때서야 나를 돌아보며
벌써 집에 가냐..하던 이 할매 차우차우는 원래 무던한 강아지인가..
오돌이랑 오설이랑 산책 메이트가 되기까지도
2-3년은 걸렸던 거 같다 그래도 어느 날은 꼬리도 막 흔들어주고
반갑다며 궁뎅이 꿍실꿍실거리며 반겨주기도 하고
간식주면 흡흡 흡입하고 또 달라 그러고..
그랬는데.. 차우는 아빠가 참 아꼈다.
오돌이랑 오설이보다 유난히 예뻐하고
산책도 차우만 더 시키고 그랬다.. 그러던 아빠가 차우를 보내고 우셨다..
오설이는 차우가 떠난 날, 종일 한번도 짖지 않았다.
차우는 우리와 5년을 살았고,
생일을 이틀 정도 남겨두고 안녕.


수년 간 수리하고 덧대고 조각조각 만들던 그 집,
차우는 그 집이 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데 있어서
그래도 좋아했던 것 같다.
털이 이중,삼중으로 나서 미용하기가 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차우 사자컷하면 좀 멋있었다..


헷..산책나가서 언니봐봐 사진 좀 찍자..
하면 이렇게 나를 바라봐줬고
차우 발은 언니 손바닥만큼 컸다.


헤헤.. 순간포착 엄청 잘 했지.
귀엽구로..ㅎㅎ


이쯤 되면 그만 찍고 가자는 것.


밥통도 잘 엎어버리고
물통도 잘 엎어서
맨날 뽀빠이가 청소하면서 뭐라 했는데.
이날도 밥을 엎어놨네?!


차우는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어했고
그럴 때는 이렇게 집 뒤에 산으로 산책을 갔다
이쁘다 내새끼

계단 오를 때
상대적으로 젊은 돌설이는 빨랐고
차우는 느려서 맨날 새치기 당했다


차우 혼자 산책을 다녀오면 이렇게~!
혼자 데리고 다니는 것도,
셋이 같이 다니는 것도,
나는 좋았는데
차우 너는 언제가 더 좋았니?


한칸 더 올라가서 돌아보고
또 올라가서 돌아보고..
그 자리에 또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하다


산책 중에 이렇게 앉아서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지..


힘들어서 거품 무는 날도 있었고..


올 겨울을 보내고 털갈이할 때
내가 저 죽은 털 뽑아주느라 너랑 실랑이하다
손 몇번 앙앙 물렸는데..
미안해하지는 마,
피는 안 났으니까 언니는 괜찮아


차우가 떠나기 이틀 전,
마늘을 수확했다.
밭에 같이 나와서 차우는 마늘을 지켰다.
6월이지만 해는 그렇게 뜨겁지 않아서 있을 만했다..


마늘을 올려놓고 차우도 올라왔다가
데크에서 잠시 쉬었다.


돌설차 셋이 같이 한 마지막 산책이었다.
돌설이는 언제든 또 산책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차우는 힘들어서 시원한 주차장 바닥에 배를 깔았다.


그리고 차우가 떠나기 전날,
떠날 줄 모르고..힘든 줄 모르고
산책을 가자했더니
따라나섰다가 잔디에 누워버렸다. 엄빠가 외출에서 돌아오기 전,
나는 움직일 힘이 없어하는 차우를 앞에 두고
또 무기력하게 눈물만 흘렸다..

일어나 차우.. 아툼, 몽, 나나에게 부탁을 했다.
차우가 떠나는 순간에 덜 힘들게 해달라고.
그리고 다음 날, 언니는 강의를 갔고.
차우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편안한 곳으로 떠났다..
그래도 이번엔 예전만큼 많이 울지 않았다
이별에 단단해져서가 아니라,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차우는 원래도 조용했으니,
차우야~ 하면 또 조용히 꼬리 흔들며 쳐다봐줄 것 같아
차우가 떠난 걸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차우는 평소 산책하고 놀던 곳에 잠들어 있다.
그리고 차우는 진짜 떠났다..


어느 날, 돌이랑 설이랑 차우랑 셋이 산책을 다녀왔는데
집에 들어서 계단에서 보니
이렇게 줄이 꼬여 있었다.. ㅎㅎ
녀석들.. 얼마나 신나게 왔다갔다 했는지..
문득,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서 사진으로 찍어놨는데..

이제 초록색 하네스는 잘 넣어둬야지.
차우,
언니랑 엄마 아빠랑 오돌,오설,담비랑 달봉이랑 아리들이랑 지냈던 시간이 너에게 평안하고 행복한 날들이었길.
그리고 지금은 진짜로 평안해졌길.

나중에 언니랑 다시 만날 때 아툼,나나,몽이랑
꼭 마중나와줘..
곧 다시 만나자

정확한 날짜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집에 온 날이 생일인데
생일 앞두고 떠나서 언니가 마음이 많이 아파.

2018.6.20-2023.6.17  차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