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 건 조금 예전이에요.
그때는 별 생각 없이 음..박민규 유명 작가, 읽어라고 하니까 읽어야지.. 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ㅎㅎ
그리고 작년 말이었나,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어요..
역시 감동이 다릅니다. 표절 논란이 있었기도 하지만, 그건 논외로 하고..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입니다.
문과대학, 국어국문, 사범대학 국어교육, 인문계열 지원자들이 읽어둘 만한 책입니다.
"명심해라,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이 내용은요, 읽으면서 힐링이 되었던 구절이에요.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다들 힘들게 살고 있는 삶이구나..
나름대로 다들 자신들의 바다를 헤치며 살아가고 있겠지.
이 구절이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실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 죽은 것은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 줄 알았던 과거의 나뿐이다. ...살고 있었다. |
이 부분도 공감했어요.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는 걸 알기가 참 어렵거든요.
내가 이 집단에서 나오면 이 집단은 무너질 것이다, 혹은 내가 무너질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 있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았던 과거의 자신을 탈피한 후에야 이 구절이 공감이 되겠지요.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264쪽) |
이 부분, 너무 매력적이지 않아요?
시간을 치약에 비유하면서 너무너무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거 있잖아요..
우리가 짐을 푼 곳은 삼천포항에서 조금 떨어진 '하이면(下二面)'이라는 이름의 해변 마을이었다. 보기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생각하기에 따라 그저 그럴 수도 있는 한적한 시골이다. 작은 학교가 있고 작은 우체국이 있고, 작은 농협이 있고, 작은 집들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논과, 하늘과, 바다가 있다. 논은 지구의 일부였고, 하늘은 은하계의 일부였고, 바다는 태평양의 일부여서 ― 학교와 우체국과, 농협과 집들은 더욱 작아 보인다. 아마도, 이곳의 지리를 측정한 사람은 그러한 시각의 차이에 꽤나 시달렸을 것이 분명하다. 즉, 인간의 여러 가지 기준들을 한순간 달라지게 만드는 힘을 이 마을은 지니고 있었다. 무엇이 있냐고 물으면 곤란하다. 그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소리를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삼천포의 아름다움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해가 지면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다. 즉 24시간 운영, 연중 무휴, 연장 근무, 불철주야, 철야 근무 같은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담배가 떨어진 조르바는 차를 몰아 30분 거리의 시내에서 담배를 사 왔고, 〈주종족〉들은 게임의 금단 현상으로 밤새 손을 떨어야 했다. 첫날은 그런 이유로 모두가 일찍 잠들었다. 해가 뜨면 마을 사람들은 일을 시작한다. 아무도 서두르지 않는다. 뛰어다니는 것은 개들뿐이고, 때가 되면 밥을 먹고, 해가 지면 잠을 잔다. 쿨쿨 잔다. 여러분이 잠든 이 시간에도 이웃 면에서는 다수확 신품종의 벼 모종 보급을 비밀리에 착수, 내년의 수확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면 어쩌지요? 라고 물어봐야 소용없는 짓이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앞선 이웃 면이 그 돈으로 국내 최대, 국내 최고의 농지형 테마파크를 국내 최초로 건립해 버리면 어쩌지요? 라고 해봐야 그러거나 말거나다. 이곳은 무엇이 들어와도 국내 최후이며, 삶의 분주함으로 따지자면 국내 최저이며, 그 어귀에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 동네 사우나탕 정도의 규모를 지닌 국내 최소의 해수욕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변함없이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하고, 할 만큼의 일을 하고, 먹을 만큼의 밥을 먹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것이다. 글로 정리하고 보니 마치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 같다. 삼천포에서의 일주일은 언제나 생생하다. 남일대 해수욕장(국내 최소 규모)에서 우리는 캐치볼과 러닝을 하고, 밤이면 맥주를 마시며 삼미 슈퍼스타즈의 시합 비디오를 보거나, 웃고 떠들거나, 자거나 했다. 언제나 새 치약을 꾹 눌렀을 때와 같은 기분의 시간이 우리의 주변에 흘러넘쳤으므로, 우리의 시간은 그런 민트향이라든지, 박하향이라든지, 죽염 성분이 가미된 솔잎향으로 가득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웃고, 떠들고, 놀았을 뿐인데도 그 일주일의 전지훈련에서 우리는 점점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이해해 가고 있었다. 즉 어떻게 달려야 할지,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어떤 공을 골라야 할지, 어떤 공을 쳐야 할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것이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남일대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어떤 코스를 만들어도 100미터가 나오지 않았다. 어럽쇼, 80미터도, 70미터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브론토사우루스의 처남은 50미터의 직선 코스를 정해 50미터 달리기를 실시했다. 실로 50미터도 빠듯한 백사장이었다. 첫 주자는 조르바였는데 조르바는 난데없이 ?이봐, 인간은 원래 바다에서 왔다는 걸 아나??라는 말을 하더니 그냥 백사장에 주저 앉아 버렸다. 두 번째 주자는 브론토였는데 두 딸의 손을 잡고 함께 뛰었기 때문에 기록이라고 볼 수 없는 기록을 냈고, 세 번째는 눈이 큰 문하생이었는데 얼마나 운동 신경이 둔한지 마치 프라모델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그 다음은 줄줄이 <주종족>들의 차례였는데 약속이라도 한 듯 달리던 도중에 모두 바닷속에 뛰어들었고, 그 다음은 안경잡이 괴소년이었는데 정말로 스프린터 같은 자세로 스타트 라인에 서서, 정말로 스프린터 같은 동작으로 스타트를 한 다음, 19초의 기록으로 진지하게 골인했다. "전력으로 뛴 거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브론토의 처남이 물어보자 왜 못 믿느냐는 표정으로 안경을 까닥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결국 코치도 진이 빠졌고, 또 그 다음 주자는 조성훈이었는데 마침 똥을 누는 중이기도 해서 50미터 달리기는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모두가 말도 안 되는 기록들의 탓을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으로 돌렸다. 그렇게, 점점 더 우리는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를 이해해 가고 있었다. 그것은 중요한 문제였고, 신이 우리에게 부과한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였다. 비록 윤회론자가 아닐지언정 나는 그 일주일의 어느 어귀쯤에서 ― 지금의 삶이 무언가 본 리그를 앞두고서 행하는 일종의 전지훈련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 전지훈련의 어느 어귀쯤에서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 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
이 부분은 논술 기출문제로 나왔던 부분이에요.
경기대랑 한양대 에리카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ㅎㅎ
사실 너무 많은 대학을 보다보니, 모든 기출문제가 다 기억나지는 않네요..
어쨌든, 경쟁과 빠름을 신봉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펼치고, 잠시 쉬어가세요.
잠깐 쉬는 것 때문에 삶이 너무 느려지거나 남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니까요.
행복하게 지내세요. 언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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