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자료] 공교육과 사교육의 건전한 역할 정립을 위하여 - 김양문(한국교육개발원)
최근 학교 교육력의 약화와 교실 붕괴의 현상, 그리고 사교육 활동의 번창으로 공·사교육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교육에 대해서 역할 정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교육은 그 성격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 번째는 공교육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개인에 따라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한 공교육을 보완하는 교육이다. 두 번째는 공교육에서 제공하지 않는 교육을 실시하는 공교육과 독립적(차별적)으로 운영되는 사교육으로서 대부분의 민간 부문 평생교육 프로그램 또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공교육과 대립적으로 또는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교육으로, 현재 입시학원과 보습학원에서 초·중등 재학생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 등을 다루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곧, 공교육과 대립적,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세 번째 유형의 사교육에 대하여 공교육과의 역할 정립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공교육과 대립적,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세 번째 유형의 사교육에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쟁 상대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자는 의견이 있다. 이 의견은 공교육이 사교육의 비교 우위를 지닐 수 있는 영역을 찾는 한편, 사교육의 경영 마인드를 도입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학원에서 배우는 교육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동일한 내용을 다시 반복 학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낭비일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반복 학습과 강제적인 지식 주입 등의 학원의 상업성 때문에 교육의 본질적인 면에서 훼손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입시학원 교육의 실태 분석 연구에 의하면, 입시 학원의 교육은 학교 교육을 대체할 만큼 장점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시 학원의 수업은 주입식 교육과 단순 암기 위주의 수업 방식, 시험에 자주 나오는 지식에만 한정된 공부와 시험 문제 익히기 등의 학습으로 학교 수업보다 미리 앞서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거꾸로 학교 공부에 지장을 받고 있다. 학원 공부를 하느라 학교 공부가 부담이 되고 있으며, 수업 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거나,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하거나, 학원 때문에 학교에서 잠을 자게 되는 등 학원 교육은 학교 공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즉 사교육이 주가 되고 학교 교육이 보조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창의력과 상상력, 사고력이 손상을 받고 있으며, 학업 성적에 대한 불안감·긴장감이 높아지고, 취미 및 여가 생활 측면에서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없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문제점은 학원 교육은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을 방해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학생들은 더욱 학원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입시학원을 포함한 사교육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선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학습 집단의 규모가 작아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별로 학교 교육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될 수 있으며, 강사와 학생들 간에 친밀감이 높아 모르는 것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는 것, 시험 대비를 잘 해 준다는 것, 수시 상담과 철저한 출결 점검 등 학생 관리를 잘 해준다는 점 등이다. 또한 학교 성적, 고입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을 올리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사교육을 선호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관계를 상호 보완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 방안으로는 일차적으로 학교 교육을 내실화하여 학교 교육의 교육력을 신장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 학교 교육의 교육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여건을 개선하고,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여 학교 교육의 효과를 제고하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공교육이 제자리에서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을 때, 사교육도 결코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사교육은 학교 교육을 보조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학교는 학교 교육 본연의 교육으로 되돌아가서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 특정 현상에 대한 창의적인 분석과 판단력 기르기, 폭넓은 지식의 탐구 등의 교육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주입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때, 장기적으로 학교 성적뿐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보다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학교 교육의 풍토를 만든 다음, 필요한 경우에 한해 사교육을 이용하는 그러한 체제를 이루어야 한다. 학교가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100% 모두를 담당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교육은 선행 학습을 지양하고 학교에서 다루기에는 부족한 기초 학력과 복습 그리고 심화 학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체제를 갖추기 위해 입시의 내용은 학교 교육의 내용과 일치되어야 하며, 남보다 앞서 배우고 모든 또래 집단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식이 변화되어야 한다. 또한 학력·학벌주의의 사회 풍토가 능력주의의 풍토로 개선되어야 한다.
학교가 아무리 부실하다고 하여도 사교육이 학교 교육을 대치할 수는 없다. 학교는 미래 세대에게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고, 새로운 지식과 창출할 줄 아는 능력과 자질을 길러내는 사회적 기관이기 때문에 지식 기반 사회에서 학교 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부각된다. 따라서 지식 기반 사회에 적합한 학교 교육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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