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내용을 보고 [문제]의 지시에 따라 답안을 작성하시오.
<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은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말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스스로 원했든 상황이 만들어냈든 ‘홀로 살아가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무연 사회(無緣社會)’가 새로운 사회 형태를 가리키는 용어로 부각되고 있다. 무연 사회란 혈연·지연 등을 통한 개인 간의 전통적인 조력 시스템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타인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는 사회를 뜻한다. 무연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개인이 타인의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고독사(孤獨死)’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수년 동안 한 해 평균 3만 명 이상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했다. 고독사한 사람들은 가족·친척들과 오랫동안 연락을 끊은 상태로 지낸 까닭에 대부분 사망 후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된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인구사회학적으로 일본과 매우 유사하며, 전체 인구에서 1인 가구와 혼자 사는 노인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가 일본의 무연 사회처럼 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한층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유교적 가족관에 기반을 두어왔고 가족 및 친척 간의 연대와 책임의식·상부상조의식 등이 다양한 사회 문제의 예방과 치료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해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소리 소문 없이 퍼지고 있다. 또 인간관계 부재 속에 살면서 심리적으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감이 우울증, 자살, 범죄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나>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에 돌입했다. 역사상 최초로 수많은 사람들이 연령과 장소,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싱글턴(singleton)’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싱글턴은 단순히 독신자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애인이나 룸메이트, 부모, 자녀 등과 동거하지 않고 전적으로 홀로 사는 ‘1인 가구’를 가리키는 용어다. 현재 ‘혼자 살기’는 선진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으며, 1인 가구의 비중도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즉 1인 가구의 급증은 특정 지역에 한정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베이비붐 이후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가장 큰 인구 변동 현상이다. 실제로 1950년 미국에서는 성인의 22%가 독신이었고 전체 가구의 9%가 혼자 사는 사람이었지만, 2008년에는 미국 성인 중 50% 이상이 독신이고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28%를 넘어섰다. 일본의 경우도 전체 가구 중 30%가 1인 가구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인도, 브라질에서도 혼자 사는 가구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이처럼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단, 경제성장으로 창출된 ‘부’와 현대 복지국가들이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가 1인 가구 증가의 근본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여성의 지위 상승, 통신혁명, 대도시의 형성, 혁명적 수명연장 등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거대한 사회적 변동이 개인이 홀로 활동하기에 좋은 여건을 창출해냈다. 가령, 미국의 경우 1950년과 2000년 사이 일하는 여성의 수가 1,800만 명에서 6,600만 명으로 늘어났고 일하는 여성의 비율도 33%에서 60%로 대폭 증가했으며, 다른 선진국에서도 고등교육과 임금노동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이 증가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인류의 통신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인터넷은 혼자 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새롭고 다양한 수단들을 제공해 왔으며, 거대 도시의 발달은 독신 남녀의 물질적,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장소(체육관, 커피숍, 클럽, 주거시설 등)와 다양한 서비스(청소, 세탁, 음식준비, 배달 등)를 제공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혼자 사는 노인의 인구도 급증하고 있는데, 새로운 가족의 구성보다는 혼자 노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1인 가구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혼자 사는 것’과 ‘외롭게 사는 것’은 결코 동의어가 아니며, 혼자 사는 사람들이 반드시 고독을 느낀다거나 고립되어 있다고 간주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누군가와 같이 사는 사람들보다 사교활동에 더 활발히 참여하고 1인 가구가 많은 도시일수록 대중문화가 발달한다는 통계자료도 나와 있다. 최근 영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노인이 누군가와 함께 사는 노인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으며, 서비스 공급자들과의 접촉이 더 많고, 노화에 따른 인지능력 저하나 신체적 손상이 덜하다고 밝혀졌다. 나아가, 혼자 살기는 개인의 자유, 개인적 통제권, 자아 발견 및 자아실현과 같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용이하게 해준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다. 또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젠가 혼자 살 수 있으니,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활발한 사교활동을 즐기도록 만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힘을 합쳐야만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인식 역시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다> 최근 들어 국내에 혼자 살고 있는 ‘1인 가구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중은 2000년 15.5%였던 것에 비해 2012년 25.3%로 증가했다. 또 2014년에 발표된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나이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20대가 17%, 30대가 17.9%를 차지한다. 이처럼 1인 가구 5백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지 않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혼밥족’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신조어다. 혼밥족이란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뜻하는데, 과거에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외로운 개인의 모습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금의 ‘혼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간관계보다는 미래를 위한 준비에 더 투자하려는 젊은 세대에게 편리하고 경제적인 식사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은 명절 때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혼자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명절 때 혼자 식당을 가면 ‘가족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자격지심을 느끼기도 하고 고립감에 빠지기도 한다. 혼자 밥 먹기의 이면에는 취업난과 가속화된 경쟁 속에서 파편화된 개인의 모습이 내포되어 있으며, 일상의 힘듦이나 외로움을 혼자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나홀로 식사는 청년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실제로 혼자 사는 노인이 74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15% 안팎은 가족이나 이웃과도 만나지 않은 채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혼자 사는 노인 역시 끼니를 홀로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며,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 가구를 위한 각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나 도시락 배달 서비스 등을 통해 혼자 사는 노인들의 고립감을 해소시키고 정서적 유대감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신체 활동 및 가사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이 사회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친구 만들기 시범사업’도 운영할 계획이다. |
[문제 1]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 각각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의 현상을 설명하고, 이 중 하나의 관점을 선택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500자, 40점)
<문제 해설>
문제에 따르면 수험생은 제일 먼저 <다>의 현상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는 최근 우리나라에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가 사회적으로 어울리기보다는 차라리 혼자 지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현상이 만연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혼밥족'이라는 문화가 생길 정도로 흔한 현상이 되었는데,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외로움보다는 편리하고 경제적인 식사 방식이라고 여길 정도가 되었지만, 한편 파편화된 개인의 모습과 일상의 우울감을 홀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청년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로서, 현대 사회 구성원의 사회관계 회복을 위해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다>의 상황을 <가>와 <나>의 관점에서 각각 설명하고, 두 입장 중 하나를 택하여 자신의 견해를 서술해야 한다. 우선 <가>의 관점에서는 <다>의 현상을 부정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의 관점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사회 구성원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으로, 최근 일본의 무연 사회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보편화한 새로운 사회 형태라는 점을 토대로 설명한다. 특히 무연 사회는 고독사한 사람들이 많은 탓에,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고독사를 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인구 구조가 일본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내 일본처럼 사회 전반에서 외로움과 고독이 확산되어 사회적 관계 단절이 우려된다는 점을 서술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는 <다>의 혼밥 문화나 1인 가구의 급증을 좋게 볼 수만은 없다. 개인의 자유와 여유로움을 보장하더라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홀로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외로움이라는 이면의 부정적인 측면을 걱정하게 하고, 특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외로움이 부각되는 경우에는 자살이나 범죄까지도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나>의 관점에서 <다>를 설명한다면, 사회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서술할 수도 있다. <나>는 싱글턴이라는 1인 가구를 가리키는 문화가 보편화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거부하기 어려운 일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은 경제 성장 덕분에 부를 성취한 개인들이 많아졌고, 사회보장제도 등 복지가 충족되었으며, 나아가 여성의 지위 향상이나 도시화, 수명의 연장 등 현대의 사회 변동이 개인화를 낳은 것 때문이다. 1인 가구의 보편화로 인해 이들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는데, 혼자 사는 것이 언제나 외로운 것만은 아니며, 고립되어 있거나 고독한 것도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오히려 혼자이기 때문에 더욱 사회적 사교 활동에 관심을 가지며 타인과의 접촉을 선호하고, 개인의 자유나 자아 실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교적 활동을 누릴 수 있는 사회적 기회가 있다면, 누구나 혼자 사는 삶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설득력이 커져가는 중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다>의 혼밥 문화와 1인 가구의 급증은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자기 견해룰 서술한다면, 철저하게 제시문에 근거한 주장을 바탕으로 <다>의 사회 현상이 부정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보는지, 혹은 오히려 변화되는 사회 현상 중 하나로 수용해도 될 문제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예시 답안 1번은 <나>의 입장에서 1인 가구의 증가와 개인화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는 견해이고, 예시 답안 2번은 <가>의 입장에서 1인 가구의 증가와 개인화 현상이 부정적이라 인식하는 견해에 따라 답안을 작성한 것이다.
<예시 답안 1>
<다>는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청년뿐 아니라 노인도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증가함을 보여준다. <가>는 무연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기술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바쁜 일상에서 혼밥족의 인간관계 부재나 유대감의 결여가 심화되면 외로움과 고독감에 시달릴 수 있고, 홀로 사는 노인의 경우, 결국 고독사에 이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에 나타난 싱글턴 현상은 1인 가구의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준다. 청년들의 경우, 혼밥을 고립된 모습으로 보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 시간을 절약하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선택으로 본다.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도 적극적으로 사교활동에 참여하고 사회 제도의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활기찬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필연적인 추세이다. 싱글턴의 관점에서 본다면 1인 가구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고 관계의 단절이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집단주거 형식이나 새로운 개념의 가족적 유대를 형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518자) |
<예시 답안 2>
<다>는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청년뿐 아니라 노인도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증가함을 보여준다. <가>는 무연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기술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바쁜 일상에서 혼밥족의 인간관계 부재나 유대감의 결여가 심화되면 외로움과 고독감에 시달릴 수 있고, 홀로 사는 노인의 경우, 결국 고독사에 이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나>에 나타난 싱글턴 현상은 1인 가구의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준다. 청년들의 경우, 혼밥을 고립된 모습으로 보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 시간을 절약하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선택으로 본다.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도 적극적으로 사교활동에 참여하고 사회 제도의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활기찬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필연적인 추세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필연적인 추세지만, 무연사회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관계 단절이나 고립에 대한 문제의식과 제도적 보완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485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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