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내용을 보고 [문제]의 지시에 따라 답안을 작성하시오.
<가>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불안은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과 관심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 그 사람들이 우리 농담에 즐거워하면 우리는 나에게 남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자신을 갖게 된다. 그 사람들이 우리를 칭찬하면 나에게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방에 들어갔을 때 눈길을 피하거나 직업을 밝혔을 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라면 이런 식으로 남들의 반응에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여, 다른 사람이 우리가 못났다고 넌지시 암시한다 해도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나라는 사람에 대하여 아주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내가 똑똑하다는 증거도 댈 수 있고 바보라는 증거도 댈 수 있으며, 익살맞다는 증거도 댈 수 있고 따분하다는 증거도 댈 수 있으며, 중요한 인물이라는 증거도 댈 수 있고 있으나마나 한 존재라는 증거도 댈 수 있다. 이렇게 흔들린다면 타인이 우리의 의미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무시를 당하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쳐들며, 미소나 칭찬과 마주치면 어느새 역전이 이루어진다. 혹시 남의 애정 덕분에 우리 자신을 견디며 사는 것은 아닐까?
<나> 위의 그림은 한스 홀바인(Hans Holbein)의 대표작 중 하나인 <대사들 The Ambassadors>(1532)이다. 일종의 초상화에 해당하는 이 그림의 주인공은 당시 프랑스 왕의 외교업무를 수행하던 주교 조르주 드 셀브(Georges de Selve)와 귀족 장 드 댕트빌(Jean de Dinteville)이다. 이 그림은 정교한 구성과 뛰어난 형식적 기법들을 보여주는데, 특히 인물의 의상 및 각종 사물들에 대한 치밀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로 유명하다. 그런데 보통 초상화에서 그림의 중앙을 인물이 차지하는 것과 달리, 이 그림의 중앙에는 인물 대신 나침반, 천구의, 해시계, 지구본 등이 자리하고 있다. 초상화를 의뢰한 이들(대사들)의 요구에 따라, 관객의 시선을 인물들 뿐 아니라 과학도구들에도 향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당시로서 매우 드문 이러한 구성은 초상화 속 인물들의 욕망, 즉 상류층일 뿐 아니라 전문적 과학지식을 탐구하는 지식인임을 과시함으로써 타인과 구별 짓고자 하는 욕망을 잘 나타내준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욕망은 불안에서 비롯된다. 상류층일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스스로도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고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다양한 지위의 상징들을 다급하게 갈망하게 된다.
<다> 최근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가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카페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인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카·페·인’을 뜻하며, 카페인 우울증은 바로 이 SNS에 의해 유발되는 우울증을 가리킨다. 습관처럼 SNS를 드나들며 보게 되는 타인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데서 만들어진 것이다. ‘소통의 창’이었던 SNS는 언젠가부터 자랑과 인증의 이미지들을 나열하는 ‘전시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유명 맛집에서 찍은 음식 사진,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연인과의 행복한 모습, 새로 구매한 최신형 전자기기, 가족과 함께한 도시락 소풍 등 SNS 속 지인들의 일상은 늘 화목하고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이나 영상 등 SNS에 전시된 소식을 접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신세가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우울하게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경쟁하듯 행복한 순간을 SNS에 올리다보니 포스팅에는 과장과 거짓이 섞이기도 하는 것이다.
<라> 오페라, 발레, 클래식 음악 등 우리나라 공연계의 고가 티켓 마케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객층의 평균 소비 능력을 고려한 적정 가격보다 티켓 값을 높게 책정해 일부러 ‘가격 거품’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2011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의 경우 티겟 값이 최고 45만원까지 치솟아 국내 클래식 음악 공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의 미국 공연 최고가는 25만원이었고, 중국은 30만원, 일본은 40만원이었다. 또 2012년 프랑스 오랑주페스티벌의 야외 오페라 <라 보엠>의 경우는 국내 초연 가격이 무려 57만원에 책정돼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2011년 전 세계 베를린 필하모닉 티켓 가격 비교> 고가 마케팅은 공연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최고급 가죽으로 꼽히는 악어백의 국내 수요가 크게 늘어, 개당 3천만~4천만 원에 달하는 유명 브랜드의 악어백들은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되었다. 지난해 해외 유명 악어백 전문브랜드들의 국내 매출액이 2012년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최근 대다수 명품 브랜드의 판매가 주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급 시계와 보석류 판매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A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월에서 10월 사이 명품시계 매출이 201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6% 증가했고, B백화점의 명품시계 매출도 19.3% 늘었다. 아울러, 세계 최고가 자동차 중 하나인 C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은 세계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1위는 중국, 3위는 미국이었는데, 인구수나 경제규모에 견줘볼 때 대단히 높은 판매량이라 할 수 있다. 이 브랜드의 새로운 모델은 올해 4월 출시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이 533대였으며, 현재 이 모델의 대기고객 수는 190명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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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2]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에 나타난 공통된 주제를 찾아내어 그 안에 내포된 상이한 관점을 설명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와 제시문 <라>에 나타난 현상을 분석하고, 그 내용을 자신의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과 연관지어 논하시오. (800자, 60점)
<문제 해설>
이 문제는 <가>와 <나>에 드러나는 공통 주제를 찾고, 두 제시문 사이의 견해 차이를 먼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와 <라>의 사회 현상에 각각 적용하여 상황을 분석, 판단한 후, 미래 사회에 대한 수험생 자신의 전망을 토대로 견해를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가>와 <나>에서는 공통적으로 ‘불안’에 대해 논한다. 두 제시문 모두 불안이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련되어 있는 감정이라고 본다는 점이 유사하지만, <가>에서는 불안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여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나>에서는 욕망을 가진 상류층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사회적 중요성을 인정받기 위해 과시하려는 태도에서 불안함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한편 <다>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소통의 창이었던 SNS를 ‘전시의 장’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기까지 한다는 문제 상황을 보여준다. 경쟁적으로 SNS에 자신의 생활을 과장하고 자랑하고 인증하는 과도한 전시 현상은 타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부정적 현상으로, <가>에서 자기 가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고 타인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받고자 하는 불안함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라>에서는 고가의 티켓 마케팅이나 고가의 명품 소비 현상을 통해 상류층이 높은 지위와 특별함이라는 욕구를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나>에 따르면 자기의 지위나 특별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이 작용하면 상류층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과시 소비를 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타인과의 구별을 의도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미래 사회에 대한 수험생의 전망은 ‘부정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대안적 태도를 논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만약 지금 우리가 당면한 사회 문제처럼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는 현상이 과도해진다면 주체성이 상실된 사람들은 물질 만능주의의 가치관에 빠져들 확률이 크고, 이로 인해 계층 간 경제적 갈등은 심화될 우려가 있으며 양극화 또한 심화될 우려가 크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고, 남의 시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주체성 회복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예시 답안>
<가>와 <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는 '불안'이다. 그러나 두 제시문에서 불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상이하다. <가>는 개인이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서 불안이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의 판단과 평가에 의해서만 결정하려는 태도가 불안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자신의 높은 신분과 사회적 중요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근본적으로 지위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위에 대한 불안은 지위의 상징들에 대한 갈망을 낳으며 그러한 상징들을 통해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과시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다>는 최근 자신의 SNS에 행복하고 여유있는 모습을 과도하게 전시하는 현상과 그로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현상을 설명한다. 이 중, SNS 전시에 집착하는 행위의 이면에는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의존하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라>는 우리나라에서 고가 명품의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과도한 명품 소비 현상의 이면에는 자신의 높은 지위나 특별함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안은 지위의 상징들을 소유하고 과시해 자신을 타인과 구별짓고자 하는 욕망으로 발전한다. SNS 전시 현상이 심화될 경우, 미래 사회의 개인들은 오로지 전시되는 삶에만 집착하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판단 능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또 고가의 명품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되면 계층 간의 분열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사회 전체를 물질주의 지배로 몰고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