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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미입니다.
저 드디어 양평에 집을 지었어요.
이왕이면 사진을 멋있게 찍어야 하는데 ㅎㅎ
강아지들이랑 산책갔다가 멀리서 찍은 거라 그다지 썩 멋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 집이 생겼다는 것.
처음 시작은 조카에게 '외가'를 만들어주고,
나에게 '친정'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고,
부모님의 노후에 이사다닐 불안 없이 편안하게 거주하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거였는데
이루었습니다 ^-^
우리 식구만 좋으면 되는 거지요 뭐 ㅋㅋ
‘집을 지었다’는 결론을 내기까지, 진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식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집을 어떻게 지을지 설계를 했고요,
방 개수, 방 배치, 배산임수와 같은 자연 조건, 해가 뜨고 지는 위치를 보고 어떤 방향으로 집을 지을 것인지 등등..
대문 위치까지도 방위 고려해서 결정했으니까, 조상님들의 지혜를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 셈이에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정보들을 검색하면서 스트레스도 좀 받았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식구들끼리 다투기도 했어요.
물론 어머니의 의견이 가장 크게 반영되었습니다.
주방과 다용도실, 그리고 창고와 거실을 분리하고, 1층에는 방을 1.5개만 내고,
세탁실과 화장실을 북쪽으로 내서 추위와 바람을 최대한 막아보자..
이런 의견은 모두 어머니의 뜻이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돈’!!!
그놈의 돈이 항상 문제더라고요.
게다가 정보가 없으니 더더욱 문제..
봄에는 첫 삽을 떠야 해서, 조금 서두른 면도 없진 않습니다만,
인터넷에 정보가 너무 많아서 고생스럽기도 했어요.
정작 집을 처음 짓는 사람에게는 뭐가 중요한지 알 수가 없었기도 해서요..
그래서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집을 짓는 전 과정을 사진으로 상세하게 남기고 기록해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었어요.
건축 자재를 구입할 때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혹시 집지으려고 검색하시는 분들이
제 블로그 보시고 고생 좀 덜 하시라고 정보도 드리고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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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제 가장 아끼는 존재를 잃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집짓는 주변을 와볼 수가 없었어요.
맨 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거든요..
일만 하고 지내다가, 멍하게 울고..의 반복이었어요.
남들에게는 강아지 한 마리였겠지만, 제게는 아들이고, 반려이고, 반쪽이었기 때문에요.
누군가는 새 집을 지으면서 생길지 모를 문제를 이 아이가 액땜을 해 주었다고,
그러니까 내가 다칠 걸 우리 아툼이 대신 다친 거라고..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우리 아툼과 몽이와 나나와 함께 살기 위해 짓기 시작한 집이었는데..
그래서 초반에 집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돈으로 우리 아툼 살릴 수 있으면 집이고 뭐고 다 팔아서 살리겠다 했었어요..
제게 만약 삶이 이틀 남았다면, 하루는 나 살고, 하루는 아툼 살게 해 주시라고 신께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근데 사람 힘으로 되지 않는 일. 그래서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1년이 되어 갑니다.
여전히 아프고, 그래서 온전히 그 아이를 보내지 못하고 여전히 방에서 함께 지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좀더 편하게 말할 날 오겠죠. 시간이 약이니까.
그러다 또 몽이까지 사고로 잃었어요.
하..동네 주민이 교통사고로 우리 몽이를 빼앗아갔습니다.
사과 한 마디 없었고, 나중에 뺑소니를 잡아서 왜 도망갔냐니까 재수없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시골 사람들도, 뻔뻔하고 수치심 없고, 비도덕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 그때 알았습니다.
일부를 가지고 모두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마음을 누르고 누르며 살고 있어요.
매일 외출할 때마다 그 집 앞을 지나가야 하거든요..
여전히 그 집 아줌마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논 사이 넓지 않은 길을 SUV로 신나게 달립니다.
속도를 줄이는 법이 없어요..
못된 소리지만, 당신에게 있는 세 자녀가 똑같은 사고를 당해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해보시라고,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잃는 상상 한 번 해 보라고.
그럼 타인의 고통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허공에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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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고, 웃었고, 울었던
7개월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새 집에 이사를 했습니다.
소박한 공간이에요...
그리고 여전히 우리 강아지들이 함께 하는 공간입니다.
토끼 식구들도 늘었고, 고양이 객식구들도, 그리고 반려 식물들이 늘었다는 점..^^
어쨌든 사설이 좀 길었어요.
...
이제 양평에서 땅을 사고, 집을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와,
집짓는 과정과 전원주택에 살면서의 행복과 번거로움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아마도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행복할게요. 감사합니다.
궁금하신 건 댓글로 물어봐주세요.
답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답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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