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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작년 이맘때예요. 봄이 올 무렵 공사해줄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참 많이 비교하고, 아는 사람들에게 소개도 받고 그랬는데..
결론은 뭐 그게 그거.
어차피 업계에서 다 비슷함.
하자 없는 집 없고, 하자 없는 업자/업체 없다는 결론.
그래도 저희는 시공업자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획을 세웠거든요??
그런데도 완성되기까지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일단 우리는 모르니까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우리는 뽀빠이보다는 올리브가 집짓기에 훨씬 열정이 있었거든요?
뽀빠이는 좀 섬세하고, 올리브는 좀 대범..ㅎㅎ
그래서 서류쪽은 뽀빠이 담당.
비용 결제는 내 담당..
실질적으로 집짓는 곳 오며가며 반장 역할은 올리브가.
그래서 여자들이 일을 처리하니까 아무래도 엄청 무시했어요.
그리고 기술을 가진 자들은 약간의 ‘곤조??’가 있어서 좀 짜증나는 일이 많았어요.
(일본어 곤조..라는 말 대신 ‘근성’이라고 바꿔써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곤조의 뉘앙스를 대체할 수가 없어서 ㅋㅋ 그냥 곤조라고 씁니다. 최대한 순화해서 우리말 쓰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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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딸기가 가장 맛있고 조금 비싸던 때.
2월 말, 첫 삽을 뜨기 전,
마을 어르신들께 인사를 다녔습니다.
우..와..
딸기 알이 진짜 크고.. 맛있는데,
구리 농산물시장에 미리 주문해서 새벽같이 받아다가
아침부터 인사하고 배달~!
명절 때도 조그마한 선물들 가지고 다니며 가까운 집 어르신들께 인사드리면서,
우리 이제 이 마을 정착합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알려드렸고, 또 인사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 외지인이거든요.
외부에서 온 사람이 다가가지 않으면 원주민들이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귀농, 귀촌한 사람들에게 텃세를 부린다는 기사도 종종 나오잖아요.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공존하기 어렵습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정작 마음으로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
우리 가족 중에서는 어머니께서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래도 행복하시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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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 식구가 여기 정착하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려야겠어요.
어머니(앞으로는 ‘올리브’라 부릅니다)와 아버지(‘뽀빠이’라 부릅니다.)께서 강원도 어디였나,,
어딘가 일보러 다녀오시다가 배가 고프셨대요.
그래서 길가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기로 하고 6번 국도변에서 식당을 고르셨죠~
우리 올리브는 자연을 참 좋아하세요.
서울에서 살 때도 화분 좋아하고, 식물 좋아하고, 닭도 키우고 싶어 하시고, 좀 소녀 감성이 있으셨어요.
올리브께서 식당에 앉아 밥을 먹다가 ‘동네 좋다, 이런데 살면 좋겠다’고 하셨더니,
식당 아주머니께서 ‘이 동네 빈집 있다, 한번 보실라우?’라고 대화가 이어진 거예요.
그래서 밥먹고 급 성사된 ‘빈 집 구경’이 이사올 집이 된 거예요.
원래 지방으로 이사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귀농은 아니고, 텃밭 가꾸는 귀촌 정도로요.
그런데 경기도는 너무 비싸서 도저히 집을 살 여건은 아니었고,
충청도로 내려가거나, 전라북도 익산까지 다니면서 시골집을 보고 있었는데.. 진짜 여러 군데 다녔네요.
인터넷으로 먼저 매물을 보고, 실제로 매물이 있나 전화 확인 후,
날 잡고 몇 군데 부동산과 몇 군데 집을 다녀보는 코스로 오며가며 인연이 될 집을 찾았는데..
논 한 가운데 있는 허허벌판의 집,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집, 사진으로는 괜찮더니 다 무너지는 집.
뭐 가지가지였어요.
허위 매물도 있었고, 하루 종일 그늘지는 집도 있었고,
다 좋은데 상속 문제가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집도 있었고..ㅎㅎ 웃겼어요.
그래서 그냥 식구들끼리 드라이브 갔다..생각하며 지내던 게 몇 년이었는데.
어쨌든 인터넷과 사진만 믿지 마시고,
직접 가서 보는 게 제일 좋다는 것!..이게 우리가 얻은 교훈이었습니다.
그리고 꼭 여러 계절을 보거나, 하루에도 다양한 시간 대에 방문해서
해의 위치와 주변 상황에 대한 검토를 꼭 하세요.
너무 시끄럽거나, 너무 외져 있거나,
너무 어둡거나, 너무 춥거나,, 살기 좋은 조건인지 아닌지
꼭 따져봐야 해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뽀빠이와 올리브는 딸내미 두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을 엄청 망설이셨어요.
물론 저도 부모님과 너무 멀리 사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적당히 가까운 데 사셨으면 싶었고..
이러저러한 조건이 잘 맞아서 어쨌든, 그 집에 ‘전세’로 약 7년을 살아요.
저는 7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 꽉꽉 졸라매고 돈을 모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시골에 어떻게 사느냐, 세탁소/편의점/약국,
하다못해 저녁 6시면 길가에 사람 하나 안다니는 이런 동네에 어떻게 사느냐..
고민고민했지만, 뽀빠이는 결국 올리브의 의견을 따르게 되고요.
우리 뽀빠이는 세탁소를 매우 사랑하셨지만, 이제는 와이셔츠 없음. 정장 바지 안 입음.
ㅋㅋ 등산복 좋아하고, 운동복 좋아하는 시골 뽀빠이가 되었습니다.
이사오기 전에는 미리 1톤 트럭 빌려서
한 2주 가까이 매일매일 뽀빠이 퇴근 후, 휴일에 화분을 날라야 했어요.
아마 최소 10번 이상 오며가며 했을 겁니다.
이삿짐센터에 맡겼을 때 그분들이 화분에 있는 반려 식물들을 얼마나 잘 챙겨주실지 몰라서요..
올리브의 반려 식물들이 먼저 집에 자리를 잡았고, 우리집은 ‘꽃집’으로 불리게 됩니다.
원래 우리 올리브 호흡기가 좋지 않아서 시골을 찾아 온 것인데,
양평으로 이사와서 아주아주 건강해지셨어요.
여전히 한 번씩 병원 나가려면 좀 힘은 들지만,
대중교통 말고 자가용 이용하면 서울 금방이라서 다녀올 만합니다.
최근엔 큰 문제 없이 살고 계시니 ‘물 맑은 양평’은 물뿐만 아니라 공기도 맑은 곳인 게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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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오자마자 올리브는 마을 곳곳에 산책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들 데리고, 주변 아줌마들이랑 마주치면 같이 나물도 뜯으러 다니시고, 운동도 다니시고..
그러던 4년 전 어느 날,
“딸, 우리 땅 사자.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났어.”
“응. 그려.”
매우 쿨하게 저는 큰 돈을 질렀습니다.
그땐 그 땅이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큰 고민 없이 계약서를 썼어요.
올리브가 몇 년 동안 얼마나 돌아다니고 돌아다니면서
좋은 인연 만나 정착하게 해달라고 빌었던지, 하늘이 도왔나봐요.
약간의 대출을 끼고 또 허리띠 졸라매며 살았습니다.
딱 300평.
텃밭으로 쓸 땅도 필요하고, 온실을 지어야 해서 더 넓었으면 좋았겠지만..
땅값이 싸진 않았어요.
그래도 너무너무 감사하게 진짜 우리 땅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동향, 남향으로 탁 트인 산비탈이라 볕이 좋았고,
큰 길에 접해 있어서 도로로 빠져 나가는 지분이 없었습니다.
시골 다니면서 땅 구매하실 때 꼭 고려하세요!!
내가 살 땅은 ‘큰 도로’에 인접해 있는가?!
혹은 집을 건축할 때 ‘도로 지분’으로 얼마나 빠져나가는가?!
도로에 접해 있으면 제일 좋고요!
저희는 도로에 접해 있어서 300평을 온전히 다 쓸 수 있었는데,
주차박스 만들면서 앞쪽에 도로쪽으로 통행과 연관된 부분이 있어서
몇 평의 땅을 내놓아야 했어요.
..엄청 아까웠지만, 그래도 차 한 대 정도 더 세울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며..위안을.
어떤 분은 300평 사서 집 앞뒤로 몇 십 평이 도로로 나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왜냐면 큰 도로에 접해있지 않은 곳의 땅을 구획해서 나누어 판매하는 경우에는
없던 도로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원주택을 짓는 분들이 땅을 일부분씩 내 놓아 길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우리 집이 지어질 땅의 모습은요 처음에 이랬어요.
큰 길에 접하고 있다고 했잖아요..
어휴~저게 큰 길이야?? 싶으시겠지만..
큰 길 맞아요ㅎㅎ
차 다닐 수 있는 길이니까, 큰 길..;;
보시다시피 길에서 올려다보면 꽤 높습니다.
경사면이었어요.
주소도 '산' 번지였고.
토목 공사 할 때 진짜 애먹었고,
혹시 누군가가 산의 경사면을 사서 높은 곳에 집을 지을거라 하면
말리고 싶습니당..
공사비가 다 추가추가추가..
집을 지을 2단으로 재료 올리는 것도 비용 추가추가추가..
그만큼 위험도 추가추가..
원래 처음엔 땅 사서 2~3년 동안은 농사를 지었어요.
저기 배추농사 지었던 흔적 보이시죠??ㅎㅎ
고라니랑 나눠먹었던 배추.
잎은 고라니 먹고, 줄기만 우리가 먹었던 적도 있어요.
좀더 가까이 오면 이렇게 편편하게 다져놓은 부분이 있었어요.
물론 이 높이를 좀 더 깎아 내리고, 아랫단으로 흙을 내리고..
트럭으로 10번 이상 흙을 퍼냈어요.
흙이 많아서..ㅎㅎ
저기에서는 하수오를 심어놨다가 집짓기 전에 다 캤습니다.
뒷면은 이랬어요.
그러니까 진짜 산을 깎아서 일부를 농사지으시던 땅을 구매해서
집을 지은 겁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집은 계단이 많아요..
높으니까.
대신 전망은 참 좋습니다.
마을이 다 내려다 보이거든요^-^
우리 마을이 훤히 보여요.
이러했던 땅이 토목공사를 시작하자
큰 계단처럼 다져집니다.
1단은 화단, 2단은 집과 온실과 텃밭으로 계획하고
주차박스까지 집어넣었어요.
아직 토목공사 이야기도 하기 전인데,
할 말이 너무 많은데요?ㅋㅋㅋ
토목공사 시작하고 한 번 비가 엄청 많이 왔었어요.
동네 아저씨가 그 집에서 빗물에 흙이 흘러내리더라..라고 제보해주셔서
민원들어갈까봐 올리브랑 저랑 둘이 가서 신나게 쓸었습니다..
빗자루질 500만번에 어깨 뽑힐 뻔.
원래는 주변에 흙먼지 날리지 않게 천막도 치고 어쩌고 해야 한다는데
어느 누구도 그렇게 집 짓지 않더라고요..
하아.. 법과 제도와 규칙은 있지만, 지키는 자는 없는 것 같은.
우리집도 그러했고요..ㅎㅎ
그래도 주변분들이 소음도 많이 이해해주시고,
먼지도 날렸을 텐데 이사오길 기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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