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ORY

해질 무렵 어느 날(이해인)

경미쌤😍 2018. 4. 4. 22:02

 

해질 무렵 어느 날

                                             -이해인-


꽃 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

 

쓸쓸해도 자유로운
그 고요한 웃음으로
평화로운 빈 손으로


나도 모든 이에게
살뜰한 정 나누어주고
그 열매 익기 전에
떠날 수 있을까


만남보다 
빨리 오는 이별 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 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中



---


작년 어느 날, 이 시를 마주하고 서럽게도 울었다.

누구 들을 사람도 없으니 소리내도 괜찮았다..

그렇게 울고 나면 속 시원하게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머리와 마음은 또 다시 부조화.


떠나보낸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새로 맞이한 아이들에게 감사하며

근근이 지내고 있다.


그리움은 말로 다 못하고, 글로 다 쓸 수 없는 것.

그래서 오늘도 걷고 뛰었다.


내 다시는 새 인연에 정들이지 않으리.

그래서 애초에 이별할 일 만들지 않으리.

그 부질없는 다짐을 하고 또 하고, 그러고 있다.

미련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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