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어느 날
-이해인-
꽃 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
쓸쓸해도 자유로운
그 고요한 웃음으로
평화로운 빈 손으로
나도 모든 이에게
살뜰한 정 나누어주고
그 열매 익기 전에
떠날 수 있을까
만남보다
빨리 오는 이별 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 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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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느 날, 이 시를 마주하고 서럽게도 울었다.
누구 들을 사람도 없으니 소리내도 괜찮았다..
그렇게 울고 나면 속 시원하게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머리와 마음은 또 다시 부조화.
떠나보낸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새로 맞이한 아이들에게 감사하며
근근이 지내고 있다.
그리움은 말로 다 못하고, 글로 다 쓸 수 없는 것.
그래서 오늘도 걷고 뛰었다.
내 다시는 새 인연에 정들이지 않으리.
그래서 애초에 이별할 일 만들지 않으리.
그 부질없는 다짐을 하고 또 하고, 그러고 있다.
미련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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