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였던 강아지를 보내고 그 아이를 찍어둔 사진이 다 흐릿하다는 걸 알았다
예전 휴대폰과 지금 휴대폰 카메라의 기능 차이 때문이겠지.
한창 예쁘고 행복할 때 화질 좋게 사진 좀 찍어둘 걸..
몇푼이나 한다고 구식 휴대폰을 그때까지 썼었나 싶어서 갑자기 서러웠던 날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그저 아무생각 없이 가지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순간에 충실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돈도 벌었었는데
왜 그때 나는 너와 함께 하는 선명한 사진을 남길 생각을 못했을까..
그때 그 시간에 끝이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조금 더 좋은 휴대폰을 썼다면 행복에 겨웠던 모든 시간을 항시 기록해 놓을 수 있었을 텐데..
..괜히 사진첩을 보다 예전 너는 흐릿한데 새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은 선명한 걸 보고 문득 화가 났었다.
더 이상 찍을 수 없는 존재인 너를 떠올리다가 그리워서. 똥개야 꿈에라도 한번 와줬으면 좋겠다.
엊그제 아이들과 오래오래 길을 걷고 마당에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며 가을을 한참 느껴보았다.
이 시간이 언젠가는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함께 하는 동안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큼 행복했었다.
하도 움직여서 멀쩡한 사진보다 웃긴 사진이 더 많고
셋이 같이 찍은 사진은 겨우 한 장뿐이었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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