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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ORY

카라, 안녕

카라는 기니피그

카라는 기니피그..

처음 기니피그를 접한 건 해부하면서..
언니가 그때는 동물권이나 생명권이나
동물의 생명에 대한 민감성이 부족하던 때라..
미안해.

지금은 피를 보거나,
해부를 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인데..
그땐 참 용감했다고나 할까. 무모했나..

그리고 청계천 동물파는 거리에서
만원 주고 사온 카라.
기니피그가 눈에 밟혔다..
가게에서 새끼 때 안 팔려서 적당히 자라버린 개체..
안 팔리면 어쩌나 싶어서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두고
너를 집어왔어..

그리고 지금은
내가 인생에 큰 실패를 맛보고 온갖 고통에 시달릴 때
아무말 없이 내 곁에 있어주었던,
가족이었던 너를 그린다.

동그랗고 까만 눈,
쪼꼬만 발가락,
짧은 다리,
꼬리 없이 동실한 궁뎅이랑
동그랗고 팔랑거리는 귀

난 그래서 지금도 작은 설치류들을 좋아해
다 카라 니 덕분이야.
크든 작든 모든 털빵이들은 무조건 귀한 존재임을 니 덕에 알았으니까.

니가 떠나고
15년쯤 시간이 흘렀다.
너를 묻고 심은 대추나무는 5미터쯤 자랐고
그리움도 딱 그만큼 자랐다
언니 발걸음 소리를 알고 꾸이꾸이 소리내던 너를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라 믿는다..
마중나와주라 보고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