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계층 갈등이 세대·지역 갈등보다 더 심각
국민일보입력2012.12.17 18:35
수도권 소재 사립대 4학년인 서모(24·여)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1년 더 학교를 다닐 계획이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공강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바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필수라는 해외 어학연수나 인턴십은 꿈도 못 꿨다. 그러다보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점뿐 아니라 '스펙'도 떨어졌고, 취업 문턱은 높아져 갔다. 서씨는 1년 더 학교를 다니며 재수강을 하는 등 스펙 가꾸기를 할 예정이다. 서씨는 17일 "잘 사는 친구들은 좋은 환경에서 사교육 받고 명문 대학에 입학하고, 돈 걱정 없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다"며 "보이지 않는 계층간 벽 때문에 허탈감과 좌절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서씨가 느끼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계층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산층 붕괴와 자꾸 벌어지는 빈부격차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사회의 또 다른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행정연구원 임상규 박사는 지난 4일 '우리사회의 공정성·사회갈등·사회통합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의 유형별 갈등 상황의 심각성 인식을 면접조사한 결과 계층갈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심각성을 5점(매우 심각하다) 척도로 물은 결과 응답자들은 계층갈등(3.7점)을 우선 꼽았고, 노사갈등(3.54점) 세대갈등(3.37점) 지역갈등(3.35점) 성별갈등(3.1점)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갈등요인으로도 계층갈등(37.7%)을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계층갈등 발생 원인으로는 빈부 간 과세 부담의 불균형(36.6%), 사회지도층의 특혜(28.5%), 소득과 부의 격차 심화(12.9%) 등의 순이었다. 이런 계층 갈등을 방치하면 부자들을 증오하는 묻지마 범죄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9월 서울 반포동의 한 초등학교에 10대 고교 중퇴생이 난입해 학생들에게 야전삽을 휘두른 사건도 계층갈등이 빚은 사고였다. 범인 김모(18)군은 경찰에서 "부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판단한 신반포역 인근 초등학교를 선택했다"고 진술하는 등 부자들에 대한 증오심을 보였다. 프로파일러 분석 결과 김군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박탈감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 사회가 공정한지를 묻는 '공정성 척도'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 하락했다. 10점 척도로 볼 때 지난해 조사에서는 5.18점이었던 공정성 척도는 올해 5.09점으로 떨어졌다. 특히 '분배의 공정성(4.9점)'이 '기회의 공정성(5.29점)'이나 '사회 전반에 대한 공정성(5.22점)'보다 심각한 문제로 인식됐다.
임 박사는 "올해 처음으로 경제적 격차를 비롯한 계층간 갈등을 조사했는데 의외로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며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를 적절히 해소하지 않으면 적잖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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