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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ORY

쓴소리.

원서 접수 상담 말미,
학생들이 '우주상향'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내가 아무리 혼신을 다해 각 수강생에게 적합한 대학을 추천하더라도,
수개월을 보아온 이 아이가 준비할 때 좀 더 용이하게 하거나, 
실전에서도 더 잘 쓸 수 있는 답안의 유형을 추천해주더라도
어쩌면 아무 의미 없는 조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20여년의 입시 과정에서 겪었음에도.
나는 이번에도 수강생 전원의 원서 결정을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또 힘빠지는 통보를 받곤 한다.
현실은 알지만 자기는 우주상향으로 어느 대학들을 쓰고 싶다.
우리 아이가 만약 3과목 합 6등급을 충족하면 무슨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몇 퍼센트냐.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최저를 충족하거나, 
진짜 논술을 아주 잘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실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올해도 역시 자기 아이는 재수를 시킬 예정이기 때문에 6장을 극상향으로 연고서성한중이경건 이런 곳을 쓸 것이고,
수능 전 홍대 정도는 별로 지원시키고 싶지 않다.
합격한다 해도 보내고 싶지 않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 힘이 빠진다. 
재수시킬 생각을 왜 이미 이전부터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렇게 부모의 기대에 끌려가는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부모 자신들이 하지 못한 일에 대해 자식에게 투영하여 최소한 oo대학에는 가야 한다..는 것은 
부모의 헛된 기대일 수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삶과 자식의 삶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연한 낙관에 기대어 뇌속 회로를 굴리는 이들을 만나다보면 항상 마음이 무겁다.
내 조언을 듣지 않고, 나중에서야 후회하는 경우, 나도 고통스럽다. 
그러나 나는 강사로서 아이들에게, 그리고 학부모에게 조언과 설득은 할 수 있지만, 강요는 할 수 없다. 
그들의 돈이고, 그들의 시간이고, 그들의 결정이고, 그들의 선택이니까.

이 감정 노동이 너무 아깝다..제발 내가 틀리기를.
당신들의 판단이 옳아서, 재수하지 않고, 심지어 수능 성적이 너무너무 놀라울 정도로 급상승해서 최저 다 충족하고,
평소엔 취약했던 논술 유형이 실전에서는 갑자기 너무너무 잘 써지는 기적이 정말로 진심으로 일어나길 바란다..
3일째 문자, 전화, 카톡이 끊임없이 울린다..
완충된 휴대폰도 두어 시간이면 금세 60%, 50%로 줄어들고 뜨끈한 손난로가 된다....
 
차라리 원서 접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게는 양평에서의 휴식이 필요했다. 좀 쉴 생각이다. 휴식이 필요하다..ㅠㅠ
진심의 조언에 무심한 이들에 서운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