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긍정적인 밥> 또는 <눈물은 왜 짠가>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 함민복님의 에세이집입니다.
다음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엮었다고 하네요.
궁금하시면 시 제목으로 검색 해 보세요.
<눈물은 왜 짠가>는 아들을 향한 엄마의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고,
<긍정적인 밥>은 시인의 소박한 감정이 잘 드러납니다.
그리고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에서는 아들 함민복과 돌아가신 어머니 사이의 일화나
시를 쓰는 일, 그리고 강화도에서의 삶, 생활 속에서 느낀 것이나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표현도 없고, 친절하게 다독이며 나긋나긋 이야기해 줍니다.
이 아저씨 시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말도 참 맛깔나게 하십니다. ㅎㅎ
강화도에서 보내는 잔잔한 물결이 글을 읽는 내내 전해져 옵니다.
음하하하 웃게 되는 구절도 있고, 눈물짓게 하는 구절도 있습니다.
감성을 자극하고 싶을 때는 수필이 좋지요.
기억에 남는 내용 조금만 옮겨 두고 두고 보렵니다.
나는 결혼한 친구들에게 몇 번 사람 젖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대개 친구들은 그냥 그렇다고 하며,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 알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뭐 부탁이 있어 전화를 했습니다.
저를 이상하게, 변태나 그런 거로 보지 마시고요.
예, 저는 너무 어려서, 어머니 젖을 먹어봐서 젖 맛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한 방울만, 냄새만이라도 맡아 볼 수는 없나요.
왜냐하면요, 제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처음 맛본 게 어머니 젖 맛일 텐데요,
그 젖 맛도 모르면서 무슨 맛을 논한다는 게 웃기는 일 같아서요.
제가 결혼을 못해서, 아기 입에서 나는 젖 냄새도 모르거든요. 가능할까요."
선배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화를 걸고도 몇 해가 바뀌었지만 나는 선배를 찾아가지는 않았다.
인식론에 의하면,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인식하고자 하는 사물과 그 주위의 사물들 사이에 상이점과 유사점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미각은 어머니 젖 맛을 출발로, 기준으로 삼아, 다른 음식들을 구분 지어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지금 어머니 젖 맛을 모르고 있으므로
지금 내가 느끼는 맛은 모두 가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생각이지요. 한편으로는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하기도 했지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머니 젖 맛을 기억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그냥 우유나 두유같은 맛. 아니면 분유냄새? 아..베이비로션 냄새..뭐 그런 느낌..
약간 고소하고 포근한 냄새나 맛일 것 같아요.ㅎㅎ
참 작가다운 생각과 행동이라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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