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쉰지 1주가 지났다
일하지 않으면 무기력하고 심심해하는 내게 강제휴식은 너무 큰 고통이다.
금방 지나가겠지 싶었던 지난주에는 혹시 모르니 강아지들 사료랑 간식부터 넉넉하게 주문했다. 내밥보다 먼저 챙겨서 엄마가 서운해했지만 어쩌겠어..
개들에게는 코로나가 어쩌고, 택배가 늦는다거나 등등을 설명할 길이 없으니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미리 시켜놨다.
마스크는 몇 장 남지 않았지만 몇 장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부분.
해야만 하는 일이 없어져버린 셈이라 인터넷 뉴스로 시간을 죽이다보면..
돈벌이 못해서 죽겠다는 얘기
일하지 않고 월급받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
신천지가 원흉이라는 얘기
정치인 욕하는 얘기 등등
안좋은 이야기만 넘친다.
보지 말아야지.
난 학원에서만 일하는 강사라서 어디 다른 데서 가욋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지금이 신학기 중요한 시점인데 휴원이니 막막하다.
솔직히 진짜 무기력해서 미치겠다.
갈 곳도 없고 가서도 안되고 그래서 지난 주에는 가족 말고 남과 얼굴 마주하고 대화라는 걸 한 번도 못했다. 안했다..가 맞나.
그나마 마을에 사람이 없으니 개들 데리고 산책나가는 거만 정기적으로 했으니 그것도 아니면 진짜 움직일 일이 없었을 거다.
이번에 난 이단인 종교집단 하나가 이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상한 것을 믿으며 산다는 것도 새삼스러웠다. 그리고 한편 궁금해졌다. 진짜로 그들은 영생을 진심으로 믿는 걸까. 이성이 있는 자들인데 어떻게 저런 허무맹랑한 바보같은 소리에 모든 것을 던져두고 종교에 심취할 수 있을까.
아. 그리고 대체 뭔데 그래 믿나 싶어서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굳이 그 개소리를 듣거나 보고 싶진 않아서 검색 패스.
그나저나 당장 난 다음달이 걱정이다.
숨만 쉬어도 한달 월급을 뚝 떼어가는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이 걱정이고..
추가로 나갈 식비와 교통비와 기부금이 걱정이다.
..만약 이단이라도 종교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하면 나도 믿어볼까 싶지만
개똥같은 세상에 그런 건 없을 터
일단 코로나인지 뭣인지에 굴복하지 않고 생존하는 게 중요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부디 지나가라.
원래 전염병은, 바이러스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만
평등해야 하지만..
결국 전염병의 피해는 가난한 자, 평범한 자들의 몫.
아프고 약하고 물러날 곳 없는 이들에게 조금 더 살 만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평범하고 평온했던 삶을 살던 내가 너무 오랜만에 흔들리는 삶을 살게 되니 마음의 안정을 찾을 길이 없어서 몇 마디 적어본다.
다음달 이맘때는 아이고~~지난 달에는 나 엄청 걱정했네.. 이렇게 잘 사는데ㅎㅎ 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며.
피해받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피해받지 않고, 잘못한 사람들이 벌받는 권선징악의 전래동화가 지금도 적용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