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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ORY

차우, 안녕(2018.6.20-2023.6.17)

우리와 딱 5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차우가 안녕을 말했다.

시간은 무정하게도 잘도 흐른다..
벌써 1년이 지나는구나

차우는 차우차우여서 털이 이중모..삼중모?ㅋㅋ

댕댕이..라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사진 같다

차우는 혀가 까맣거나 보라색이었다
2022.11.9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차우 사진
2022.11.9 역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차우 사진. 귀욤 터짐
차우는 걷다보면 거품을 물었다
가다 쉬다 가다 쉬다..
오설이랑 같이 일도 보고!
돌설이 집에 들어앉아서
세상 넋놓고 앉아있기도 했다
2023.1.28 추운날이라 집 안에서 내다보는 차우
세상 똘망하네
2023.2.11 산책가면 좋아하던 자리에서
산책나가면 종종 가던 산자락에서
간식도 어찌나 조심스럽게 받아먹던지..

덩치가 큰 개들은 신기하게도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왁 달려들어 간식을 먹으면
언니 손가락을 물 수도 있다는 걸 마치 아는 것처럼
우리 차우는 항상 조심해주었다

차우를 데려와 목욕을 처음하고
뭉친 털이 너무 심해서 이발기로
털 정리를 해주다가 아주 살짝 물린 거 말고
차우는 내게 상처 한번 낸 적이 없었다..

개울가 내려가서 호기심도 채우고
여기저기 냄새맡고 쉬야하고 즐거웠지?
적당히 끝나면 언니에게 올라와주고
끙차-!
돌, 설, 차 셋은 이렇게 한 세트가 되었다.
오돌이랑 차우랑
오돌이가 버티고 앉으면 차우 못 올라가고
집에 들어가기 싫다, 산책 더 하고 싶다..
그러다 줄도 꼬이고..
얼른 올라가자!!
2023.3.7 차우랑 돌설이랑 넷이서 오랜만에 5키로쯤 걸었다
지치지?
2시간쯤 걸으니 힘들어서 그냥 주저앉아버리기도 했고
차우 혓바닥은 볼 때마다 신기방기
차우 앞발도 큼직한 게 볼 때마다 신기방기
돌설차 셋이 많이 친해졌는데 얼마 안 가 이별이었다
2023.4.11 차우는 급속도로 힘이 빠졌다..
마지막 털갈이 중
2023.4.23 집 앞을 걷다가도 지쳐서 주저앉을 때가 있었고..
2023.6.14 마늘을 뽑는 날. 차우도 같이 마늘캤지!
우리 차우 마늘밭 지킴이야!
언니가 나름 사자처럼 털을 밀어봤는데ㅎㅎㅎ
차우는 사자처럼 관대하지만, 용맹했어
다행히 이렇게 힘을 내기도 했고..
2023.6.15 차우는 이제 햇볕도 힘들어했다
2023.6.16 차우는 저녁 산책을 나가다 잔디에 주저앉았다

이게 마지막 사진일 줄은 몰랐다..
큰 개들이 작은 개보다 생이 짧다고 듣긴 했지만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다

차우를 버리고 도시로 떠난 전주인이,
작은 강아지를 안고 우리집에 차우를 보러 왔을 때는
속으로 분노하고 차우를 위로했다.
그리고 차우는 아주 독립적인 아이라
그들에게 더 미련을 보이지 않았고
우리 아빠뽀빠이가 차우의 든든한 반려가 되었다
차우는 언니나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했다..

차우가 떠나고
영원한 잠에 들어 휴식할 곳을 찾을 때
아빠가 울었다.
차우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아빠는 마음 통하는 산책동무를 잃었다.

2023.5.25 심야산책

어느 봄 밤, 그냥 문득 차우랑 같이 산책을 나갔다
풀벌레 소리와
차우의 터벅임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살짝 후끈한 열기가
여기 남아있다

오돌이랑 오설이랑 차우 셋을 데리고
산책을 다녀온 어느 날.
이렇게 줄이 실컷 꼬인 날이 있었다..
우리가 인연이었다면
이렇게 인연의 끈이 묶여 있었겠지..싶어서
웃으며 사진으로 남기고
셋과 투닥이며 꼬인 줄을 풀었었다
이 사진은 볼 때마다 그때 그 시간의 마음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고마워 우리 식구가 되어줘서.



차우가 떠난지 1년.
그리고 남은 이들.
어제 올리브와 뽀빠이는 열심히 마늘을 수확했단다
난 주말이니까 강의하느라 바빴고..

이제, 마늘을 수확할 때만 되면 차우가 떠오를 것이다
사진을 보면
아직 차우가 예전처럼 자기 집에 앉아 있을 것 같다
언니가 가면 관심없는 척하지만,
꼬리는 거짓말을 못하지..ㅎㅎ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주면서 힐끗힐끗
언니를 쳐다봐줄 것 같은데..
넌 여기 없어..

평소에도 꺼내보던 사진들을 다시 쭉 훑어보다가
기록으로 남겨본다.
또 보고 싶을 때마다 보려고..
그리움과 미안함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