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딱 5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차우가 안녕을 말했다.
시간은 무정하게도 잘도 흐른다..
벌써 1년이 지나는구나
댕댕이..라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사진 같다
덩치가 큰 개들은 신기하게도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왁 달려들어 간식을 먹으면
언니 손가락을 물 수도 있다는 걸 마치 아는 것처럼
우리 차우는 항상 조심해주었다
차우를 데려와 목욕을 처음하고
뭉친 털이 너무 심해서 이발기로
털 정리를 해주다가 아주 살짝 물린 거 말고
차우는 내게 상처 한번 낸 적이 없었다..
이게 마지막 사진일 줄은 몰랐다..
큰 개들이 작은 개보다 생이 짧다고 듣긴 했지만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다
차우를 버리고 도시로 떠난 전주인이,
작은 강아지를 안고 우리집에 차우를 보러 왔을 때는
속으로 분노하고 차우를 위로했다.
그리고 차우는 아주 독립적인 아이라
그들에게 더 미련을 보이지 않았고
우리 아빠뽀빠이가 차우의 든든한 반려가 되었다
차우는 언니나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했다..
차우가 떠나고
영원한 잠에 들어 휴식할 곳을 찾을 때
아빠가 울었다.
차우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아빠는 마음 통하는 산책동무를 잃었다.
어느 봄 밤, 그냥 문득 차우랑 같이 산책을 나갔다
풀벌레 소리와
차우의 터벅임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살짝 후끈한 열기가
여기 남아있다
오돌이랑 오설이랑 차우 셋을 데리고
산책을 다녀온 어느 날.
이렇게 줄이 실컷 꼬인 날이 있었다..
우리가 인연이었다면
이렇게 인연의 끈이 묶여 있었겠지..싶어서
웃으며 사진으로 남기고
셋과 투닥이며 꼬인 줄을 풀었었다
이 사진은 볼 때마다 그때 그 시간의 마음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고마워 우리 식구가 되어줘서.
차우가 떠난지 1년.
그리고 남은 이들.
어제 올리브와 뽀빠이는 열심히 마늘을 수확했단다
난 주말이니까 강의하느라 바빴고..
이제, 마늘을 수확할 때만 되면 차우가 떠오를 것이다
사진을 보면
아직 차우가 예전처럼 자기 집에 앉아 있을 것 같다
언니가 가면 관심없는 척하지만,
꼬리는 거짓말을 못하지..ㅎㅎ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주면서 힐끗힐끗
언니를 쳐다봐줄 것 같은데..
넌 여기 없어..
평소에도 꺼내보던 사진들을 다시 쭉 훑어보다가
기록으로 남겨본다.
또 보고 싶을 때마다 보려고..
그리움과 미안함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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