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여유가 없을 때는 소설은 손도 안 가더니, 겨울들어 여유가 좀 생긴 덕분이다.
<사냥꾼의 지도> 中
낯선 장소에서 길을 잃었을 때, 너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을 때 머릿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소리지르는 걸 들어본 적 있어? 벌통 속에서 수없이 많은 벌이 윙윙대듯이, 사실은 혼자야. 저 혼자 여러 명의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거야. (179쪽) |
멍~해지는 상황을 난 그냥 '멍~해진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는데
성석제 작가는 '벌이 윙윙대는 것'과 같은 그 상황을 '머릿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소리지른다'고 표현했다.
맞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어지러운 멍한 상황.
내 안에서 수많은 사람이 소리치고 있으니 도저히 정신차리고 이성적으로 서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관광과 여행, 모험은 뭐가 다를까. 대상의 거죽을 스쳐지나는 것과 거죽 속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자신의 거죽을 열고 세포 속의 에너지를 대상과 뒤섞는 것의 차이? 결국 여행을 하고 모험을 겪고 나면 그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는 거지. |
그리고 이건 책을 읽어봐야만 알 수 있는 감동.
관광, 여행, 모험의 정의를 218쪽에서 읽고 수긍, 또 수긍했다. 끄덕끄덕.
모험 한 번 제대로 해 봤으면 좋겠네.
<몰두> 中
"왕휘지가 밤새 바람과 어둠과 추위를 뚫고 배를 타고 친구의 집 앞까지 갔다가 왜 그냥 돌아왔는지, 그 대답은 알 것 같아요." |
너무 뻔한 결론이기는 하지.
결과가 과정 속에 숨어 있다는 것.
그래도 어째 매번 그걸 깨닫는 건 쉽지 않을까.
<먼지의 시간> 中
"내가 갈 데 못 갈 데 다니면서 겪어봐서 다 알지. 기회를 잡으면 꽉 붙들어서 자기 걸로 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해. 그 다음에 남들은 기어오를 생각을 못하게 진입장벽을 높이 쌓아야 해.. 그 뒤로는 적당히 베푸는 척하고 적당히 폼 잡고 잘 버티는 거야.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들 다 그래. 예나 지금이나. 안 그래요?"(78쪽) |
세상 사는 법도 읽어낼 수 있는 소설이다.
단편 소설들이라서 전철타고 왔다갔다 하는 동안 읽기 좋았고,
원래 성석제 작가를 좋아해서 그런지 이번에도 잘 읽었다..
약간의 시니컬함, 약간의 연민.
그렇게 세상은 보는 눈을 가진 이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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