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2009 정시

<주제 및 제시문 해설>

 

2009학년도 고려대학교 정시 논술시험은 ‘공감’이라는 큰 주제 하에 묶일 수 있는
5개의 제시문을 활용하고 있다. ‘공감’은 일상적으로도 매우 친숙한 개념이다. 제시문
들은 이런 친숙한 개념이 문학과 철학, 그리고 사회과학에서 어떻게 분석되고 적용되
는지를 보여준다. 첫째 제시문은 극단적 사해동포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의 문제점들
을 극복할 수 있는 ‘약한 사해동포주의’에 관한 글이다. 둘째 제시문은 모든 집단적 구
분을 폐지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평등적으로 통합하는 만민공동체를 주창하는
글이다. 셋째 제시문은 도덕적 실천의 동력으로서의 사랑과 사랑의 범위를 다루고 있
고, 넷째 제시문은 사랑과 이별을 통한 인간적 성숙의 과정을 그린 시이다. 다섯째 제
시문은 먼 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도덕적으로 요구되는 행위인가라
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다루기 위한 설정을 제시한다.
출제자들이 수험생들의 답안에서 기대하는 것은 조금은 복잡한 제시문들을 정확하
게 읽고 그 논지를 파악하며 전체적으로 중요한 요점을 지적해 내는 것, 그리고 제시
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하여 논제에서 요구하는 지침에 부합하는 내용을 주어
진 분량 속에 적절하게 표현해내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각 제시문의 논지 및 그 연결
고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기초하여 자신의 생각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논제 해설>

 

Ⅰ. 제시문 (가)를 5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 (30점)

논제 Ⅰ은 제시문 (가)를 500자 내외로 요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약의 사전
적 정의는 글의 요점을 잡아서 간추림이다. 따라서 답안은 제시문에 포함된 요점들을
모두 포함하는 압축적인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가 필수적이다. 이상은 요약문 작성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답
안 작성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요약문도 자신의 글이므로 응시자는 제시문의 표
현을 그대로 옮겨 적어서는 안 되고, 제시문의 중심 단어를 적절히 활용하여 자신의
표현으로 글을 구성해야 한다. 나아가 제시문에 나타난 요점들을 단순히 병렬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요점들을 제시문 (가)의 핵심 주제 아래 포괄하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약한 사해동포주의가 제시하는 도덕적 기준이
요약문의 핵심을 이루고, 그 외의 여러 요점들이 이 핵심을 중심으로 얼개를 이루는
글이라면 출제진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Ⅱ. ‘공감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제시문 (나) (다) (라)를 비교하고, 이 제시문들을 참고하여 공감과
도덕적 실천의 상관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50점)

 

논제 Ⅱ는 두 개의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는 ‘공감의 확장’을 중심으로 제시문
(나) (다) (라)를 비교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 제시문들을 참고하여 공감과 도덕적 실
천의 상관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것이다. 답안도 이 같은 순서로 구성되
어야 한다.
제시문 (나) (다) (라)는 공감의 면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친다. 제시문 (나)에
의하면, 공감은 확장될 수 있고 확장된 공감이 좁은 범위의 공감보다 더 높은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 이런 논리를 따를 때,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는 공감을
이루기 위해 가족 등 특정 집단 내에서의 공감은 극복되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이렇게 확장된 공감이 개인의 실천 윤리를 넘어서 사회제도로 구현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바람직하고 추구해야 할 이상이지만 제시문 (다)의 관점에 의
하면 공감의 범위 확대는 그 구체성의 빈곤이라는 문제를 불러온다. 타인에 대한 공감
이 확장될수록 이 공감이 창출하는 가치는 점점 추상화 된다는 것이다. 제시문 (다)는
추상적으로 범위가 확대된 공감보다 좁고 친밀한 범위 내에서의 구체적인 공감에 더
큰 가치를 둔다. 한편 제시문 (라)는 제시문 (나)와 (다)의 상충된 두 주장들을 연계
하는 내용을 진술한다. 제시문 (라)의 화자는 실연의 아픔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개인
의 차원에서 보편의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이 제시문은 공감의 확
장 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보여준다.
이 논제는 두 번째로 공감과 도덕적 실천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할 것
을 요구하고 있다. 답안은 (나) (다) (라) 중 하나의 관점을 취할 수도 있고 두 개 이
상의 관점을 종합하여 자신의 관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관점을 취하건
중요한 것은 공감의 거리와 밀도에 따라 달라지는 도덕적 실천의 양상에 대한 판단을
조리 있게 진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Ⅲ. 제시문 (마)의 ‘조건1’에 언급된 선호에 따른 행위는 도덕적으로 요구되는 행위인 반면, 예방접종
을 받으면 장티푸스를 피할 수 있는 먼 나라의 아이가 있음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그 아이를 돕
지 않는 행위는 도덕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제시문 (마)에 주어진 ‘최소한의 도덕
성’과 ‘합리성’의 조건들을 근거로 하여 이 주장을 비판적으로 논하시오. (20점)

 

논제 Ⅲ은 수험생들의 논리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고자 의도되었다. 논제 III은 ‘예
방접종을 받으면 장티푸스를 피할 수 있는 먼 나라의 아이를 돕지 않는 행위’를 제시
문 (마)에서 주어진 ‘최소한의 도덕성’의 조건들과 ‘합리성’의 조건들을 바탕으로 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장티푸스의 위험에 처한 아이를 돕지 않는 행위는
제시문 (마)의 조건2에서 AD로 표기되어 있다. 반면 장티푸스의 위험에 처한 아이를
돕는 행위는 조건3에서 SD로 표기되어 있다. 제시문 (마)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제
시문에 주어진 여섯 개의 조건들을 사용하면 SD와 AD 사이의 선호관계와 그에 따른
행위실행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수험생들은 이 논리적인 결론이 논제에서 언
급된 주장과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음을 보여야 하고, 논제에서 언급된 주장이 ‘최소
한의 도덕성’과 ‘합리성’의 조건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논술해야 한다.

 

고려대2009정시.pdf

고려대2009정시.pdf

0.4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