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장님이 발을 동동동..
이사가는 집이 생겼는데
그 집에서 기르던 차우차우를 누가 데려가지 않으면 어디 시설로 보내거나
어쩔 수 없이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기견을 이미 10마리 이상 거두어 키우시는 부녀회장님의 발동동과
우리 올리브의 연민이 데려온 차우.
우리 올리브님, 안락사나 보호소 등등 소리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얼굴이라도 보러 갑시다..하는 통에 따라가보니 이 녀석이었다.
차우차우를 멀리서 본 적은 있었는데..
그리고 어디 매체를 통해서 구경이나 해 봤지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혓바닥이 죠스바 먹은 후처럼 보라색, 남색, 까만색??
우리 집에 있는 녀석들보다 덩치가 너무 커서..
솔직히 처음엔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했는데
원래 이 녀석 주인들이 이사가기까지 일주일 정도 시간이 있어서
매일 오돌이랑 오설이 데리고 그 길로 가서 얼굴비춰주고 간식주면서 친해지려 노력했다.
근데...너 목욕을 한 번도 안 한 거 같더라..
털이..너무 뭉쳐있기도 하고..
그래 뭐, 우리가 너 데려왔다가 굶기기야 하겠냐..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사료 한 그릇씩 더 주면 되는 거지..그치?
그리고 너 먹던 사료 한 포대 가져왔으니까 잘 먹어둬..
그래도 털 뭉친 거랑 지린내는 좀.. 털어내야지..
너 털쪘더라...야 이 털찐 것아..이러면서 털을 밀어줬다.
가위로 초벌 작업 하는 것도 땀 뻘뻘 흘리면서 진짜 너무 힘들었는데
이발기 진동 소리 너무너무 싫었지만.. 잘 참아줘서 고마워
그래도 털이 한 포대가 나와서.. 쓰레기 봉투 꽉찼엉..
인내와 고난의 길을 이틀간 보냈다.
털을 하루만에 다 밀 수가 없어서..
목 아래 목걸이 부분은 너무 싫어해서 좀 시간을 두고 밀어줬고..
결국 다리랑 배 부분은 밀어주려고 노력을 수십번 하다가 포기..
그래 우리는 아직 배를 까놓고 누워서 털 밀라고 할 만큼 친하지 않아..
목걸이랑 목줄은 웬만하면 너 쓰던 거 계속 쓰게 해 주고 싶었는데..
냄새가 너무..심해..
그리고 쇠줄 그거 너무 무겁고 바닥에 끌릴 때마다 너무 화들짝 놀라는 게
짠해서..
바꿔준 목줄이 아마 더 좋을 거야. 적응해봐.
원래 계획에 없던 입양이라서,
솔직히 좀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닭장 지어놓고 그 앞에 여유 공간이 좀 있던 터라
데리고 와서 살 공간을 마련해줬다.
오늘까지 이틀 간 올리브와 뽀빠이는 날 더운데 너무너무 힘들게 바깥 일을 하셨고..
차우는 이제 조금 적응한 것 같다.
어제는 어두워지자 조금씩 짖거나 안절부절못하는 낌새가 조금은 있었는데..
오늘은 조금 안정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다.
식구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건 좋은데..
이 녀석 먹이려면 열심히 일해야겠다.
사료에 통조림에, 간식까지 먹이려면.. 하아아...
그래도 행복한 걱정이라 다행이지.
물론 불가피한 사정으로 5년이나 키운 개를 두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야 오죽 하겠냐만은..
솔직히 난, 할많하않..
그저 우리 집에 사는 동안 건강하게 잘, 개답게 잘 살다 무지개다리 건너기를 바란다.
내일은 사상충약 먹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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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새 식구를 맞이했습니다.
이러다 애니멀호더 되는 거 아닌가..걱정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 잘 건사하면서 살 수 있겠지요.
이제 집에는 사람수보다 개 숫자가 많아졌습니다.
앞으로의 사료값과 병원비를 위해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걱정보다는 응원해주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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